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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빚이다” – 가송허종학 가회중학교 재단이사장

一年은 365일 오늘도 하루가 저문다.
새 달력 걸어놓고 부푼 가슴으로 올해를 시작했는데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우왕좌왕 하다 보니 “生”의 잔고가 얼마 남지 않은 세월에 대한 미련과 후회만 깊어가게 한 것 같다.
다시 되올 수 없는 이 한해를 보내려니 아쉬움과 미련만이 전신을 휘어 감는 것 같고 의미 없이 또 한해를 살다온 게 마음의 상처를 안겨 준다.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삶이고, 보람된 삶인지는 몰라도 늙은이의 겨울은 서글프고 안타까움에 무게가 실린다.
허나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온다고 했고, 서산에 지는 해의 노을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빛이 난다고 한다. 올해의 삶에 상처와 안타까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우리들에겐 내일이 있어 절망하지 않고 또 한 번의 기대를 걸어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요 며칠 전 갑작스런 한파로 사람들의 어깨가 우그러들어 펴이질 않고, 없는 사람들의 겨울나기가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추운지 살짝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참말로 엄청나게 춥다.
무슨 일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추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람, 차량들이 수없이 오고가는데 곧 부딪칠 것도 같고, 문제가 발생 할 것도 같은데 아슬아슬하게 잘 피해가면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서로의 약속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은 차량, 차량은 사람들과의 약속인 노랑불이 켜지면 정지할 준비를 하고, 빨간불이 켜지면 정지를 하고, 파란불이 켜지면 모두가 앞을 향해 전진하는 이 약속들 때문에 모두가 안심하고 행동해도 부딪치거나 사고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마음 놓고 행동하고, 살아갈 수 있을게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약속들이 없으면 사회는 문란하고, 사고투성이고 불안해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고 맘 편히 행동하고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사회에서 약속같이 더 중요한 것도 없고, 믿음을 주는 것도 없는 상 싶다. 약속과 질서는 지켜만 지면 우리는 행복하게 여유 있게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성 싶다.
옛날 황희 정승 이야기다. 하루는 부인이 시장을 가려니깐 애들이 엄마 따라 가겠다고 울고불고 하니깐 엄마가 애들 달래느라고 시장 갔다 와서 소 잡아 줄 테니 집에 있으라고 별 의미 없이 말을 하니 애들이 울음을 그쳤다. 부인이 시장을 갔다가 들어서는데 황희 정승이 도끼를 들고 외양간으로 향하는 것이다. 부인께서 “당신 왜 그래요, 가만있는 소를 왜 잡으려 해요” 하며 항의를 하자 황희 정승께서 “당신 애들한테 시장 갔다 와서 소 잡아 준다고 약속을 했잖소. 남과의 약속도 지켜야 하거늘 자식과의 약속을 어찌 어길 수가 있느냐”며 기어코 소를 잡았다는 야사도 있다. 그만큼 약속이라는 것은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고 또 실천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해가 바뀐다기에 책상 서랍장을 정리하다 책갈피 속에 꽂힌 메모 한 장을 발견하고 꺼내서 읽고 있는 순간에 내 몸 전체가 굳어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내 삶을 다시 한 번 조명해 본다.
내용인즉 큰딸의 바람인 동시에 “아버지와 큰딸의 약속이다” 평범한 약속들은 시기가 도래하면 갚으면 끝이 나겠지만 말로서 한 약속은 이행하지 않고 지켜지지 않으면 평생 그 사람에게 빚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약속은 빚이라고 선인들이 말씀하셨다.
필자가 60세, 70세, 10세를 주기로 시원찮은 수상집을 2권 냈다. 10년 전 첫 수상집을 낼 때는 60세였다. 20년이 흘러 제2집을 낼 때는 70세였다. 두 권의 수상집을 내고나니 큰딸이 아버지께서 그 바쁜 공직생활을 하시면서 두 권의 수상집을 발간하신 아버지의 그 집념, 그 솜씨, 그 깊은 사랑과 자상하신 생각들 정말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겠다면서 또 10년 후면(80세) 3집, 또 10년 후면 4집(90세) 또 10년 후면(100세)가 됩니다.
요즘은 100세 人生입니다. 그때까지는 저희들 곁에 꼭 계세야 된다고 약속을 해 달라면서 지금보다 더 좋은 차도 사드리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해드리겠다면서 나를 붙들고 눈물을 글썽인다.
갑작스런 큰딸의 행동에 놀랐기도 했지만 평소에도 애비 생각하는 효심도 지극하고, 남달랐지만 오늘따라 자식 키운 보람도 있고 너무도 흐뭇하다. 그리 하며 큰딸의 손을 꼭 잡으면서 나도 함께 감격에 겨워 울어버렸다. 이게 부모자식간의 「정」이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을 해 본다.
그 약속으로부터 9년이 지나고 있기에 틈틈이 쓴 원고를 정리하다보니 억지로라도 내년에 80(世)이 되니 3집을 내면될 것 같은데 4집(90世), 5집(100世)까지 글을 쓸 수도 없을 것 같고, 살아서 저희들 곁에 있을지 그것도 확신이 안 되기에 몹시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설령 그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다손 치더라도 90세, 100세 가까이 되면, “골이랑”, “뇌가” 말라붙어 글을 쓸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큰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더라도 노력하고, 또 노력하련다.
만약 큰딸의 소망을 이루어주지 못하고 약속도 이행 못하고 죽으면 딸과의 약속은 영영 이행을 못하고, 또 한 번의 “빚을 남기고 떠남이 되기에 마음이 무지 아프고, 괴롭다. 하지만 어쩌나, 자연의 섭리는 거슬릴 수 없는 법,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야겠지!
숨 호흡이 멈춰지는 것 같다. 오늘따라 마음이 한 없이 무겁다. 하지만 딸과의 약속은 지켜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