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름이 주는 교훈 – 공원석 논설위원
“피치업(Pitch up)!”이 말은 지난 3월 10일 에티오피아항공여객기가 추락하기 직전 조종사가 ‘기수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로 외친 마지막 말이라고 외신은 전합니다. 미국의 한 언론이 여객기사고조사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 여객기의 이륙에서부터 추락까지의 상황을 재구성해서 보도한 내용입니다. 이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이륙직후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한 것 같습니다. 여객기가 해발 2400m 고도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기체가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장은 여객기의 기수를 들어 올려 고도를 유지하려 했지만 여객기는 심하게 흔들리더니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승객과 승무원 157명이 모두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기종의 비행기는 우수한 연료효율성과 승객을 경쟁사 항공기보다도 더 태울 수 있는 경제성 때문에 2017년 첫 운항을 시작한 이래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40개 항공사에 약 130대 가량 인도된 항공기라고 합니다. 일주일에 2대 가량 생산하는 항공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성과를 앞세워 출시와 동시에 주력판매기로 자리매김했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항공기였습니다. 그럼 무엇이 잘못됐기에 이런 사고가 났을까요? 1차적 원인은 새로 장착된 비행기가 높은 고도에서 속도가 줄면서 멈추는 현상을 방지하는 시스템의 오작동과 이를 조정하는 소프트웨어 결함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고의 본질을 살펴보면, “성급함과 성과의 지향을 일의 목적보다 먼저 내세울 때 나타나는 참사”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항공사들이 개발기간의 단축과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항공기부품의 기계설계와 제작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분산적인 공급체인모델’을 택한다고 합니다. 이는 개발비용을 줄이고, 제작기간을 단축하며, 새로운 기술이 반영된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점도 있지만 제품의 완성도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는 단점도 따릅니다. 다음으로는 비행기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허가하는 기관마저도 기간단축과 규제축소라는 미명아래 안전평가와 검증작업의 상당수를 항공사에 맡겨‘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줄 수도 있었다는 평입니다.
우리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나 어떤 과업을 서둘러서 완성하려는 경향이 높습니다. 경제성장이나 일의 빠른 성과를 위해서 없애야 할 규제도 많겠지만 단 0.01%의 실수나 결함이 사업자체를 위험하게 한다거나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분야의 규제완화성과가 도움이 되는지는 꼼꼼히 검토해 봐야 합니다. 이번 항공기추락사건은 “빨리 빨리라는 서두름이 기업이나 사회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례로 “급한 자는 문을 찾다가도 문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는 괴테의 말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