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장벽을 뚫은 한국기업들 – 이성동 논설위원
미-중 간 무역마찰로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상품에도 고관세 파고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 대규모 한국 생산시설이 근간에 두 곳에서나 들어서고 있어서 미국의 관세장벽을 비켜가는 일로, 매우 고무적(鼓舞的)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중 하나는 지난 4월 29일, 미국 중남부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도심의 인근 켄터키주 경계 도로변에 연면적 7만7000평방미터의 LG전자 클라크스빌 세탁기 공장의 건설인데, 이곳에서는 무인 운반 로봇이 2개의 생산라인에서 600명의 미국 근로자와 함께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합해 연간 120만대를 생산해 미국내 공급과 외국시장에 수출하게 된다. 10초에 세탁기 1대를 생산하는 공정으로 이는 한국의 인공지능(AI)기술과 자본투자의 소산(所産)이며 향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진출할 수 있는 첨단기술 한국의 해외시장 개척의 시그널이다. 빌리 테네시 주지사가 이날 준공식에 참석해 “지금까지 가본 공장 중 가장 인상적”이고, 세계 최대 수준의 자동화 시설이라며 극찬을 아까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세일가스(지하 암반 밑 유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석유제품생산 라인이다. 석유제품이 지구 온난화 원인의 하나가 되면서 그 대책으로 대체 연료를 개발하려는 세계 여러 나라의 노력이 있지만, 석유가 30년 뒤면 고갈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통 천연가스보다 저렴한 세일가스는 에너지 교역 시장 뿐만 아니라 향후 글로벌 에너지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은 세일가스의 매장량이 31조㎥(루베)로 미국(18조㎥)과 캐나다(16조㎥)를 합친 것과 거의 맞먹는 양의 세일가스를 보유하고 있어서 글로벌 메이저 기업이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천연가스 수요량의 26%에 해당하는 1,000억㎥(루베)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석유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송유관을 연결하여 북한과 함께 수입할 계획이지만 이보다 더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세일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농어촌 지역 어디에도 부엌에 도시가스가 공급될 날이 머지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의 세일가스 개발 추세에 부응해서 지난 5월 9일 미국 남부 유전지대인 루이지애나주의 석유화학 기지 레이크찰스에서 한국석유화학기업인 롯데케미칼이 3년간 3조 6000억원을 투자해 석유화학공장을 준공하여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나섰다. 축구장 152개의 규모(102만㎥)의 터에 건립한 이 공장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건설한 첫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다. 여기서 생산되는 에틸렌 생산량은 현재 350만톤에서 450만톤으로 늘어나 한국 1위, 세계 7위의 규모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공장은 에틸렌을 연간 100만톤, 부동액 및 합섬섬유 등의 원료인 에칠렌 글리콜(EG)을 연간 70만톤 생산하게 된다. 이 가운데 60%를 유럽과 아시아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미국의 자원과 한국의 기술이 결합한 생산기지가 탄생한 것이다. 개발기술과 자본이 있으면 세계의 모든 자원이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實例)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롯대케미칼의 레이크찰스 한국석유화학기업 건설에 백악관 실비아 데이비스 보좌관을 통해 “한국 기업이 미국 화학공장에 투자한 가장 큰 규모의 이 투자는 미국의 승리이며 한국의 승리이고,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준공식에 참석해 “이 공장의 준공이 한미동맹의 증거라면 공장의 발전은 한미동맹 발전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LG전자의 클라크스빌 세탁기 생산시설과 롯데그룹의 석유화학생산시설의 미국시장 진출이 요즘 북미핵협상결렬로 소원(疏遠)해진 한미동맹의 전통적 우호관계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다시 굳건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