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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잡기| (고)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 권해조 논설위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며 오늘은 현충일이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수많은 전장(戰場)과 산업전선에서 고귀한 생명을 바친 선열(先烈)들이 많다. 지난 설 연휴기간이던 2월 4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NMC) 윤한덕(51)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심장동맥 경화로 인한 급성심장사”로 밝혀졌지만 한마디로 “과로사(過勞死)”였다. 고인은 설 연휴가 시작된 1일 저녁에도 귀가하지 않고 전국 응급실 532곳의 전원(轉院)요청을 조정하는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이 원활하게 운영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NMC에 남아 있었다.
고인이 숨진 채 발견된 책상 위에는 응급의료체계 개선방안이 담긴 자료가 놓여 있었다. 고인의 희생을 부른 것은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환자가 복도에 방치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열악한 응급의료 현실이었다. 응급환자가 처음 도착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마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긴 사례를 보면 2016년에 1,365건에서 2018년에 5,188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고인은 1월 초 5년 만에 처음으로 계획했던 가족 여행도 취소했으며, 4~5년 전부터 병원에서 숙식을 하다시피 하며 응급의료 체계 선진화에 기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인을 잘 아는 의료계 관계자는 “윤 센터 장은 2014년부터 계속 집무실에서 숙식을 하며 거의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하며, “제발 집에 들어가시라”고 요청했으나 듣지를 않아 이렇게 큰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외상외교 교수로 유명한 아주대 이국종 교수는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며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윤 센터장에게 의지했으며, 나는 병원 안에서 쉴 곳이 있지만 윤 센터장은 찜질방을 전전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의 저서 《골든아워》에서 “고인은 한국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생각 이외는 어떤 것도 머릿속에 넣고 있지 않은 듯하다”고 밝혔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도 “응급환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남다른 의사였다”며, 수련의 생활을 함께한 허 탁 교수도 “고인은 응급의료분야에 독립투사처럼 일해 왔으며,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정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전남의대를 졸업한 이후 2002년부터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센터가 문을 열 때 보건복지부 사무관으로 응급의료기획 팀장을 맡아 주야로 환자를 돌봐왔다. 2012년 중앙응급의료 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구축, 응급의료기관의 상향적 개선을 위한 평가체계수립, 신속한 중증환자 이송을 위한 닥터헬기 도입,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재난 응급의료상황실 구축 및 운영 등 국가 응급의료정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1950년대 지은 병원 건물 2층 집무실의 한 쪽에 간이침대를 놓고 커튼을 쳐 거기서 주로 생활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2017년 추석과 개천절, 한글날로 이어지는 열흘간의 연휴 때에도 페이스북에 “연휴가 열흘, 응급의료는 그것만으로도 재난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그리고 며칠 후에 “오늘은 내 몸이 세 개, 머리가 두 개였으면 좋겠다, 내일은 몇 개가 필요할까?”라며 응급의료 인력의 부족함을 크게 한탄했다. 이는 대다수 병원이 문을 닫는 명절연휴에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응급실 빈자리가 부족해서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칠까 봐 마음을 졸인다는 뜻이다.
지난 8일 국립중앙의료원 고위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고인은 일주일에 한번 밖에 집에 가지 않았고, 집무실에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었으며, 사고 당일에도 순찰자가 평소처럼 불이 켜진 것으로 알고 살피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인은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해 센터장을 그만 두겠다고 수차례 사의를 표명 했으나 그게 미뤄지다가 변고를 당하게 되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정책 책임자는 수시로 바뀌고, NMC 원장은 자신이 응급치료를 잘 모르니 센터장을 계속 바꾸지 못해 고인이 변을 당했다고 하였다. 고인은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집안의 자랑거리였으나 사랑하는 가족 민영주 여사와 슬하에 대학생과 중학생 두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2월 10일 영결식 후 고양시 시립승화원에서 화장을 하고 경기도 포천 광릉 추모공원에 수목장으로 한 줌의 재가 되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LG 복지단이 고인에게 「LG 의인(義人)상」을 수여하고 가족에게 1억 원의 위로금을 전달하였으며, 정부도 NMC의 건의를 받아 3월 19일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하였다. 모교인 전남대 의대는 고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하여 내년에 평전을 출간하고 ‘윤한덕 상’을 만들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장관도 “응급의료체계를 발전시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고인의 숙원이었던 지역맞춤형 이송지도 마련도 서둘기로 했다. 정부의 대책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휴일이나 일과 후 응급의료 환자에 대한 대책은 정말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역사적인 인물로 끝까지 병원을 지키다가 운명을 한 응급의료계의 영웅이자 버팀목이었던 故 윤한덕 교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도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