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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합천역사(驛舍)인가! – 박인욱 논설위

  1. 못이 나무를 뚫을 수 있는 이유
    합천군 문준희 군수의 공약 중 하나인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과 합천역사 유치가 가시화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29일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일환으로 광역 교통망 등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할 23개 재정사업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는 서부 경남 50년 숙원사업인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KTX)가 포함됐으며, 이는 김천~거제 172㎞를 잇는 4조 7000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합천군은 이에 따라 지난 3월 ‘합천역사유치추진위원회’(이하 유추위)를 발족하여, 타지자체들보다 발 빠른 유치 경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2014~2017 한국개발연구원(KDI) 예타 보고서가 경제성 등을 이유로 국무회의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①서부경남KTX노선은 김천(구미)~거제 구간 172㎞를 잇는 사업이다.
    ②위의 노선이 지나는 지자체는 김천, 성주, 고령, 합천, 의령, 진주, 고성, 통영, 거제 등 총 9개 지자체이다.
    ③위 노선의 역사는 김천, 합천, 진주, 고성, 통영, 거제 등 총 6개 역사를 둔다.
    ④김천, 진주는 기존의 역사를 활용하며, 합천, 고성, 통영, 거제는 신설역사를 추진한다.
    ⑤합천군의 역사는 용주면 성산리가 적합하다.
    올해 1월 정부 발표는 합천군민들에게는, 특히 용주면민들에게는 합천역사가 ‘성산리’에 금방이라도 들어설 것처럼 고무됐으며, ‘합천군역사유치추진위원회’(유추위)를 중심으로 한 역사 유치 활동에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5월 들어 가야, 야로 등 북부지역의 당해 지역민과 관계 정치인들이 합세하여 각각 ‘역사유치추진위원회’를 만들더니, 해인사와 결합하여 ‘해인사역 야로유치위원회’로 통합하고, 또 해인사는 인근 거창군과 연대하여 ‘해인사역 유치 공동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문준희 군수는 합천군을 대표해 활동하고 있는 ‘합천역사유추위’가 군내부 갈등으로 원동력이 상실될 것을 경계하고, 지역 간 분열이 고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문 군수는 인근 지자체(거창군)의 합천군 역사 위치 선정 개입에 강한 유감을 표명함과 더불어 간섭 행위 중단을 촉구했으며, 군내 지역간 갈등을 방비하기 위해 합천역사 위치 선정과 관련한 지역간 목소리는 합천군 ‘역사유치추진위원회’로 일원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위의 합천역사에 관한 KDI 보고서는 2019년 현재의 보고서가 아니다. 2014년을 경유한 5년 전의 보고서이므로 얼마 안 있어 발표될 2019년 KDI 보고서는 전체 맥락에는 어떨지 모르나 내용과 세부사항 등에선 변동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합천군 북부지역민들을 보노라면 마치 합천군이 역사 유치에 성공했고, 단지 역사 위치 선정문제로 합천군이 고민하는 있는 듯이 보인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아직 합천역사 유치가 확정되지 않았으며, 타지자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겨내야만 한다. 그러므로 합천군민이라면 역사 위치 선정으로 군내부 여론이 분열될 것이 아니라 못이 나무를 뚫기 위해 한 끝으로 힘을 모우 듯, 미래합천군을 위한 숙원사업인 역사 유치에 혼신의 힘으로 매진할 때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2. 범(虎)의 우(愚)를 범(犯)하지 말라
    서부경남KTX노선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자체들마다 ‘역사유치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시내 곳곳엔 현수막은 물론 유치서명, 집회, 가두행진 등을 하며 시·군민들의 힘을 통합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이런 과열 양상을 우려하여 자제를 요청하고 있으나, 각 지자체들마다 이에 아랑곳없이 청와대, 국회, 중앙부처 등을 타깃으로 역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와 같은 이전투구(泥田鬪狗)식 현상은 KDI 보고서가 2014년을 경유한 5년 전의 보고서임으로 2019년 보고서에는 각 지자체들의 시간적, 정치적, 물리적 힘에 의해서라도 노선과 역사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강한 희망 때문이다.
    기존의 보고서엔 김천~진주 115.55㎞ 구간 사이엔 합천역사 한 곳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진주~거제 56.34㎞ 구간 사이엔 고성, 통영 등 2곳에 역사를 계획했었다. 성주군은 이러한 거리 형평성을 들어 성주에 역사가 있어야 하며,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역사를 유치할 수 있다 한다. 특히 고령군은 합천역사 대신 고령역사가 김천~진주간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근 합천·거창·성주군과 서대구, 달성군까지 아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주대구, 중부내륙 2개의 고속도로와 국도 26,33호선 교착점, 남부내륙철도, 달빛내륙철도와 대구산업선, 경부선을 연계로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취지에 최적지라 주장하고 있다. 의령군 또한 역사유치추진위회를 발족하여 역사 유치에 강한 집념을 밝혔으며, 기존 노선에서 제외 됐던 사천시도 유추위를 통해 항공첨단산업과 주위의 접근성을 통해 진주역사 대신 사천역사를 주장하고 있다. 종착지가 될 거제시도 기존의 역사 위치를 경제성과 사항변동성 등을 내세우며 역사이동을 피력하고 있다. 당연 합천군 역사유추위도 타지자체들 못지않은 불굴의 기세로 도전하고 있다.
    합천 북부지역민들이 88고속도로, 달빛내륙철도, 해인사 문화유산, 거창· 고령 등의 인근 지자체의 접근성 등을 내세워 역사 위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합천군 현제의 교통망을 생각할 땐 합천군민 전체의 효율성보다는 일부 북부지역민에 편중된 편리성이 강하다. 차라리 용주 성산역이 합천군민 전체를 봤을 때는 그 실익이 크다. 함양·울산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의령, 산청, 함양 등 인근 지자체들과도 접근이 용이하게 된다. 또 합천군을 경유할 달빛내륙철도가 합천읍 가까이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으며, 문준희 군수의 공약인 노양(율곡)~분기(야로)간 직선화도로가 완성되면 그때는 합천 북부지역민들이 고령, 거창이 아닌 합천 중심 경제권과 통합할 것이다. 이처럼 합천군이지만 면단위들마다 자신들의 역사 위치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 범(虎) 4마리가 잡지도 않은 사슴을 두고 서로 좋아하는 사슴 부위를 차지하겠다고 싸운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범들은 먼저 사슴을 잡기 위해 합심부터 해야 한다. 우리 군민들은 그런 범의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