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고래장) – 佳松허종학 가회중 재단이사장
산과 들의 녹음이 짙다. 살기 힘들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날씨마저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 삶이 고달프니 갖가지 상념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생의 기로에 서니 가끔은 이 세상에 왜 왔는지 무엇 하러 왔는지 또 어디로 갈지 곰곰이 생각하곤 한다. 다만 엄마 뱃속에서 조그마한 핏덩어리로 부모님 따라 이 세상에 왔다가 또 때가 되면 부모님 따라 간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온지 엊그제 같은데 팔순이 넘는 나이가 되니 온갖 잡생각이 몸과 마음을 어지럽힌다.
요즘 무슨, 무슨 요양원,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겉은 멀쩡하게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현대판 고려장이다. 한 때 큰 건물이 지어지면 교회가 생긴다고 말들이 많았는데 그때처럼 지금은 큰 건물이 들어서면 그런 시설이 생겨 부모를 데려다 놓으면 큰 고생 안하고 부모 수발 안하고 시비 없고 눈치 안보고 가족 간 큰 걱정도 없다.
가정형편상 어쩔 수 없어 그렇게 하더라도 자식들에 따라서 가끔은 들여다보고 마음 아파도 하지만 대개요양원에 데려다 놓으면 1년에 한 두 번 가보고 또, 어떤 자식들은 예전 고려장처럼 부모 자식 간의 마지막 인연이 끝내기도 한다. 정말 한심하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픈 일이다.
그럼에도 때로는 이런 대접 받으려고 뱃속에 1년, 젖이나 우유 먹인다고 1~2년, 키운다고 5~6년, 또 뒷바라지한다고 20년, 결혼시켜 분가시킬 때까지 10년, 약 30년 가까이 따뜻한 품에 품었다. 자립해도 걱정이 되어 마음 놓지 못하는 부모를 ‘현대판 고려장’이란 이름으로 갔다 버리는 자식들이 대부분이다. 세상이 달라지고 현실이 그렇다치더라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만은 천륜인데, 사정이야 어떻든, 정말 배은망덕한 처사임은 틀림이 없다.
아는 분이 요양원에 있어 가본 일이 있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80~90세 정도의 노인들이 한방에 10여명 누워 있었다. 정말 자식들 자기 편리를 위해 부모를 갔다 버린 듯, 처참한 현실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이 세상에 무엇 때문에 왜 왔던가? 자식들한테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왔던가? 이러려고 그 많은 고생하면서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키웠던가, 생각하게 됐다.
요즈음 부모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대접 못 받는 현실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예전에 대접 잘못 받는 것을 ‘개 대접한다’고 했고 행동이나 처신을 잘못하면 ‘개 같은 놈, 개보다 못한 놈’하고 욕하곤 했는데 요즈음은 개가 사람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는 현실이다. 개가 상대접 받는 세상이다. 애완동물이라서 예쁘기도 하지만 개 주둥이 뽀뽀를 안하나, 개한테 엄마 혹은 아빠라고 안하나, 날마다 목욕시키고 몸 단장시키고 일주일에 2~3번 육고기 먹이고 똥오줌 받아낸다. 더구나 개가 힘들면 품에 안고 다니고 정말 최상의 대접이다. 거기다가 동물 학대를 하면 벌금도 물고 징역도 산다. 개 사망 뒤 사후처리하는 화장장도 있다. 정말 개판이고 개세상이다.
부모에게 입 맞추고 날마다 목욕시키고 고기 사주고 똥오줌 받아내고 안고 다니라하면 10에 9명 정도는 못한다고 할 세상이다.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려고 이 세상에 왔을까? 살아서도 자식들이 서로 안모시려 하고 죽어서도 제사 안모시려고 형제 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좀 심하면 가정파탄까지 일어나고 한다.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고 부모가 자식한테 대접 못받는 것도 정도를 넘고 있으니 숨고르기 힘들다. 나 또한 부모님 따라 갈 때가 다 되어가니 예외는 아니다. 현대판 고려장, 이젠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할 운명이다. ‘나는 아니다’라는 과대망상을 버리고, 자식은 부모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진솔한 얘기를 나누는 노력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