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진산(鎭山)과 안산(案山) – 권해조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예부터 풍수지리설이 성행했다. 그런데 풍수지리설에서는 도읍터, 집터, 묏자리 등의 운수 기운이 매였다는 산을 두고 진산(鎭山), 주산(主山), 조산(祖山), 안산(案山) 등으로 나눠불렀다. 진산(鎭山)은 도읍이나 도시의 후면에 위치한 큰 산이다. 주산(主山)은 도시나 마을의 뒤쪽에 위치한 큰 산으로 주룡(主龍)으로 부르기도 하며, 조산(祖山)은 풍수지리에서 정기가 모인 자리인 혈(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용의 봉우리를 말한다. 반대로 안산(案山)은 맞은편에 있는 앞산이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조선의 수도 한양(漢陽)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4대문 안에서 볼 때 산남수북(山南水北)으로 북한산 남쪽 한강 북쪽인 한북(漢北)이란 뜻이다. 한양의 진산(鎭山)은 북한산(北漢山: 837m)이며, 진산과 마주하고 있는 조산(祖山)은 한강(漢江) 건너 남쪽에 자리한 관악산(冠岳山: 629m)이다. 주산(主山)은 4대문으로 연결된 북쪽의 북악산(北岳山), 동쪽의 낙산(駱山), 서쪽의 인왕산(仁旺山), 남쪽의 남산(南山)등 내사산(內四山) 중에서 북쪽의 북악산(北岳山,342m)이다. 북악산은 모악산(母岳山), 백악산(白岳山)으로도 부른다. 안산(案山)은 앞산인 남산(南山: 265m)으로 고려 때는 목멱산(木覓山)으로 종남산(終南山), 인경산(仁慶山), 열경산(列慶山), 마뫼 등으로 불렀다. 남산은 이성계가 한양으로 도읍을 정할 때 북악산을 주산(主山), 목멱산을 안산(案山)겸 주작(朱雀), 낙산을 좌청룡(左靑龍), 인왕산을 우백호(右白虎)로 보았다. 따라서 남산은 남쪽에 있는 산이 아니고 마주보는 앞산이란 뜻이다.
마을이나 도시를 품고 있는 진산이나, 도시의 가장 주요한 산인 주산에는 예부터 통상 신선을 모시거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신사(神祀)가 있었다. 따라서 북악산에는 백악신사(白岳神祀), 남산에는 목멱신사(國祀堂), 진산인 북한산에도 보현산신사(普賢山神祀)가 있었다. 그리고 남산에는 당시 통신수단으로 파발을 보내는 봉수(烽熢)제도를 하면서 요소요소에 봉수대를 설치 운용했다. 제1봉수대는 양주 아차산(峨嵯山)봉수대로 경기, 강원, 함경도를 향하고, 제2봉수대는 광주 천천령(穿川嶺)으로 경기, 충청, 경상도 방향, 제3봉수대는 무악(毋岳)으로 경기, 황해, 평안도 방향, 제4봉수대는 무악 서쪽으로 경기, 서해 해안방향, 제 5봉수대는 양천현 개화산(開花山)으로 경기, 충청, 전라도 방향으로 파발을 전파 접수했다.
‘북한산’이란 명칭은 1,500여 년 전에 세운 신라 진흥왕 때 순수비(巡狩碑)에도 사용되었고, 조선 숙종 때 북한산성을 축성하면서부터도 친근하게 불러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은 화산(華山), 삼각산(三角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따르면 삼각산은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의 세 봉우리가 뿔과 같이 우뚝 솟아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북한산은 지리산, 송악산, 비백산(鼻白山: 함경도 정평 소재)과 함께 고려시대부터 우리나라 4악(四岳) 중의 하나로 국가에서 제사를 지냈다. 조선 중기 이후 백두산이 수복되어 동악(東岳) 금강산, 서악(西岳) 묘향산, 남악(南岳) 지리산, 중앙 삼각산, 북악을 비백산에서 백두산으로 바꾸어 제사를 지냈다. 백두산의 명칭도 불함대산, 개마대산, 장백산, 도태산, 종태산, 태백산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당시에는 지방도시에서도 진산과 안산을 중시했다. 경북 안동의 진산은 학가산(鶴駕山:882m)이고 안산은 마봉과 시루봉이며, 경북 성주군 읍기(邑基)의 진산은 인현산(印懸山: 185m)이고 안산은 성산(星山 :398m)이다. 또 전주의 진산은 건지산(乾止山)이며 안산은 완산(完山)이다. 이밖에도 김해, 의성, 금산, 나주, 의령 등 여러 곳에도 진산이 있다. 대만과 중국에도 진산이 많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풍수지리설을 중시해 왔다. 오늘날처럼 서울의 중심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졌고 정부종합청사도 광화문 중앙청에서 과천을 거쳐 또다시 세종 신도시로 옮겼다. 그러니 서울의 이름도 산남수북(山南水北: 陽)의 한양(漢陽)에서 산북수남(山北水南: 陰)인 한음(漢陰)으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