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합천으로 귀촌_이경자(쌍백면 평지3길)

2012년 3월 어느날 아침밥을 먹다 신문 옆 귀퉁이 조그마한 광고 땅 매매 2천명, 거제에 살던 우리는 거제와 비교도 안되는 싼 땅값에 밥상을 물리고 합천 부동산으로 갔다.
두 군데의 땅을 둘러보고 지금 살고 있는 이곳 (한적하고 간간이 차가 다니는) 산기슭에 계약을 하고 한달 만에 잔금과 이전을 마치고 그 해 여름에 공사를 시작, 겨울 초입에 이사를 했다. 두 사람 다 50대 중반의 나이로 조선소의 좋은 조건을 뒤로하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 정착하여 처음 2년을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의 댓가로 푹 쉬자던 우리 부부는 두달이 지나니 사람이 그립고 쩐이 아쉬워 동네 분께 부탁하여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처음엔 장례식장에서 일을 하여 집안 경제를 도우고 틈틈이 공부하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지금은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생노병사의 직업을 갖고 보니 내 생각 또한 달라지고 행동 또한 달라진다. 아침에 멀쩡하다 저녁에 돌아가시고 금방했던 말을 잊어버리고 편안하게 대화하시다 난폭한 행동을 일삼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실수하시는 등등… 과연 이분들이 댁에 계셨다면 화재 위험과 가출 위험, 가족 누군가 돌봐야하는 어려움 등 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직업이 아닐까 싶다.
낮에는 저물어가는 인생의 어르신들과 지내다가 휴일엔 마당에 막 피어나는 예쁜 꽃들과 노는 나는 지금 인생의 가장 핫한 황혼기가 아닐까 싶다.
꽃밭에는 심지도 않은 들꽃들이 살짝 와서 안착을 해도 너그러이 봐줄 수 있는 나의 인생의 여유가 나는 너무 좋다.
어쩌다 우연히 온 이곳 합천, 교통수단도 생각보다 편리하고 또 버늣로 곧 새로길도 난다 하니 살면 살수록 매력덩이 합천. 봄이면 앞마당에는 제일 먼저 산수유가 인사하고 5월의 장미와 아카시아 꽃, 살구 꽃, 복사 꽃, 배 꽃 등등… 계절별로 찾아와 인사하니 나의 마음에도 너그러운 꽃이 피어나 생노병사의 글을 써본다.

생: 생각할수록 열심히 산 삶
노: 노년에 늙어지고
병: 병들어 못움직이면
사: 사방이 조용한 요양원으로 가리니

*이경자: 010-9342-6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