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행 – 배낭을 메고 해인사 소리길로(7)
이병생
합천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계속해서 소리길을 걸으며 올라오니, 홍류동 농산정에서 부터 19명소 중 6개의 명소가 함께 집합한 S커브 길까지는 온통 고운 최치원 선생의 유적지로 운치가 한층 더하며, 막 떠오르는 해가 빛을 발산하자 산골의 아름다운 빛이 일어나고, 물빛과 산빛이 찬란하게 반짝입니다. 험한 길을 걷다가 최치백이라는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에 손을 담그기도 하였는데, 하얀 해가 물위에 비치고 하늘빛이 물속에 잠겨 맑기가 그지없네요. 흐르는 해인사 계곡물을 내려다보니 물고기가 이따금 눈앞에서 헤엄치며 노니, 이 또한 제 천성대로 노는 즐거움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풍으로 물들인 산의 꼭대기를 바라보니, 그 위에 하얀 해가 막 올라와 온 누리가 끝없이 너르고 아득하여 그 광경을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곳을 가리켜보며 말하기를 “이렇게까지 기이하고 아름다운 광경이 어디 또 있겠는가. 인간세계에도 과연 이런 곳이 있겠는가!”하고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한참 올라오다보니 길상암 아래 계곡에 한 쌍의 원앙새 부부가 놀고 있지 않는가! 이 원앙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 활엽수림이 발달한 산간계곡의 나무 구멍에 둥지를 트고 번식하는 흔하지 않은 텃새입니다. 예부터 짝을 지은 원앙이 물에서 노니는 모습이 매우 다정스럽게 보여 금슬이 좋은 부부를 원앙에 비유하였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20,000~30,00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아 천연기념물 327호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답니다.
햇살이 퍼지면서 더욱 빛나는 폭포가 많습니다. 소리길 옆으로 가야산 홍류동 계곡에는 용문폭포, 분옥폭, 낙화담 등 크고 작은 폭포가 많군요. 폭포는 경관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물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많은 양의 산소가 물속으로 녹아 들어가게 됩니다. 이 덕분에 계곡물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산소가 풍부해 집니다. 또한 물 분자가 쪼개지면서 발생하는 음이온이 많은데, 이러한 음이온은 사람의 건강에 유익합니다.
이 폭포에는 다슬기도 많이 서식하고 있군요. 다슬기는 맑은 냇물의 돌 밑에 붙어서 돌말을 먹고 삽니다. 햇빛을 싫어해 해가 저물 때쯤 되면 돌 위로 많이 올라옵니다. 강이나 호수에서도 사는데 사는 곳에 따라서 생김새도 조금씩 다르고, 이름도 고장에 따라서 민물고등, 물고등, 올갱이라고도 하지요. 다슬기는 달팽이처럼 몸이 딱딱한 껍데기로 싸여있고, 배다리로 돌 위를 기어 다닙니다.
그뿐 아닙니다. 이 홍류동 계곡에는 귀여운 친구 수달도 삽니다. 수달은 물을 아주 좋아해서 골짜기나 물가에 삽니다. 수달은 가는 몸과 둥근 꼬리를 갖고 있어 물에서 살기에 알맞습니다. 다리는 짧고 발가락에는 물갈퀴가 있어서 헤엄을 아주 잘 치지만, 땅에서는 빨리 달리지 못합니다. 수달은 낮에는 쉬다가 밤이면 먹이를 찾아 나오는데 주로 물고기나, 게를 잘 먹습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답니다. 길상암 가까이 왔으니까 시(詩) 한수 읊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분옥폭(噴玉瀑)>
飛虹撞石 噴瓊瑤:하늘의 무지개가 바위에 걸려 고운 옥 뿜어내니
萬顆玲瓏 映碧綃:갖가지 영롱한 구슬이 푸른 비단에 비치네.
箇是仙家 眞寶藏:이것이 신선세계의 진정한 보배 창고인지라
莫敎流出 武陵橋:흐르는 물도 무릉교(武陵橋)를 벗어나지 않는구나.
고개를 넘으니 참나무 숲이 우거졌습니다. 이 아래를 지나면서 보니 도토리가 많이도 떨어져있군요! 잠시 참나무 공부를 좀 해보겠습니다. 앞에서 밝혔듯이 참나무는 6종류가 있습니다. 참나무는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통 털어 말하며, 진짜나무라는 뜻으로 참나무라고 부릅니다.
참나무에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가 있습니다. 이런 참나무 종류는 열매, 잎, 수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먼저 상수리나무는 임금님 상에 이 열매로 만든 묵이 올랐다고 해서 상수리라고 하고
2. 굴참나무는 병마개 등의 코르크 제품을 만들고 기와지붕으로도 쓰입니다.
3. 신갈나무는 짚신 바닥이 해지면 이 나무의 잎을 깔았다고 하여 신갈나무라 합니다.
4. 떡갈나무는 떡을 쌀만큼 잎이 넓어 떡갈나무라는 이름이 붙여 졌습니다.
5. 갈참나무는 나무껍질을 갈기 위해 주름이 깊게 패여 있다하여 갈참나무라 합니다.
6. 졸참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잎이 가장 작아 졸병나무라 해서 졸참나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산길을 걷다보니 산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알 수 있습니다. 썩은 나무에 버섯이 피어 있으니 그냥 지나 칠 수 없군요. 버섯은 숲속 나무와 식물 등을 분해하여 분해된 양분을 흡수하여 자라나고, 양분을 빼앗긴 것들은 썩어 흙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의미에서 버섯은 균류 또는「숲속의 청소부」라고도 부릅니다. 유기물을 분해하는 작용을 가진 것은 균류인데, 균류인 버섯은 유기물을 간단한 무기물로 분해하는 환원자 역할을 합니다.
쉬면서 제월담(霽月潭) 시(詩)나 한수 읊어 봅니다.
<제월담(霽月潭)>
金波瀲灩躍浮光:금빛 파도 반짝이니 달그림자 일렁이고
夜靜山空桂葉香:고요한 밤 빈산에 계수(桂樹)잎만 향기롭구나.
潭上何人吹碧玉:그 누가 못 위에서 옥피리를 불 길래
飛來飛去曳霞裳:날아오고 날아가며 드리우는 붉은 치마여!
❋瀲灩(렴염):물결이 반짝이며 비치는 모양
❋浮光(부광):물위에 비친 달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