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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에 쓰러진 해인사 학사대 전나무

쓰러지기 전 학사대 전나무

해인사 대적광전 옆 서편에는 오래된 전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이 전나무 주위에 단을 모아 ‘학사대’라 했다. 이 전나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오고 있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속세와 이별하고 가족과 더불어 말년을 해인사에서 보내면서, 평소에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학사대’에 꽂고 “이 지팡이가 뿌리를 내려 살아 있으면 나도 살아 있고, 죽으면 나도 죽은 줄 알라.”고 했다. 후세 사람들은 지팡이를 거꾸로 꽂아서 모든 나뭇가지가 땅을 향하고 있다고 믿는다. 또한 이 학사대에서 “고운선생이 때때로 가야금을 탈 때 수많은 학이 날아와 경청했다.”고 한다. 해인사를 찾는 모든 분들은 이러한 전설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
이 전나무가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꿋꿋한 기상을 자랑하고 있었으나, 이제 그 생을 마감했으니 모든 이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지난 9월 7일 10시 20분경 태풍 ‘링링’이 전설의 고향 학사대 전나무를 지나면서, 회오리로 위력을 더해 강타했다. 이에 맞선 천년목은 힘을 다해 버티었으나, 자연의 위력에 지고 말았다. 상부의 하중과 맞물려 뿌리가 부러졌다. 넘어지면서 축대와 담을 무너뜨리고 담밖에 비스듬히 누웠다. 주위에 같이 살던 두어 나무도 함께 생을 마감했다. 돌아오는 봄에 뿌리 부분에서 새 움이 트고 새로운 나뭇가지가 땅을 향해 뻗어 새로운 천년을 이어가는 기적도 기대해 본다. /하재효·이병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