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듣다, 지역지킴이, 소상공업자 (34)|‘순할머니 손칼국수’ 임재주·조인숙 부부
‘매일 손으로 밀어서 만들고, 매일 아침 김치를 만들고, 그렇게 매일 믿음을 만듭니다’
합천에서 칼국수집으로 유명한 ‘순할머니 손칼국수’ 집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위의 글귀이다. 그 글귀처럼 남편 임재주 씨는 손으로 면을 밀며, 아내 조인숙 씨는 아침마다 김치를 담근다. 그리고 이집의 칼국수 맛의 비법이 다름 아닌 위의 글귀 그대로라고 한다.
임재주·조인숙 부부가 처음부터 칼국수집을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칼국수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남편은 학원을 운영했고, 아내는 간호사였다 한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이 지치고 새로운 것을 해보려는 마음이 생겼을 때 부부는 ‘칼국수집’을 생각했다 한다. 그 후로 칼국수 비법을 배우려 강원도에 계시는 이름이 ‘순’인 할머니를 찾아갔다. 순할머니는 약한 체격과 식당 일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부부의 가냘픈 모습에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에 두 사람의 신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다.
부부는 칼국수집을 경기도 용인에서 첫 오픈했다. 부부의 솜씨가 알려지면서 날이 갈수록 장사는 잘됐다 한다. 하지만 원래 두 사람이 체격과 체력이 좋지 않은 데다 지금까지 쉴 틈 없이 살아온 각박한 도시의 삶에 회의가 몰려오면서 부부는 다시 중대 결심을 하게 됐다. 그리고 도시가 아니면 어디든 좋을 것 같았고, 고향보다 더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아 2년 만에 두 아이를 데리고 아내의 고향인 합천으로 내려오게 됐다 한다.
아내 조인숙 씨는 “합천에선 시외버스터미널 옆 14평짜리 조립식 건물에서 칼국수집을 했어요. 장사는 용인에서처럼 잘 됐어요. 오후 5시까지만 영업을 했어요. 그것도 준비한 재료가 다 떨어지면 미련 없이 문 닫았어요. 6년이 지나자 합천읍도 변화의 바람을 타고 칼국수집 주변이 개발되면서 축협 뒤 골목으로 쫓겨 가듯 이사를 가야 했어요. 장소를 옮겼는데도 손님들은 날로 늘어났고, 직원도 한 명 고용해 세 사람이 일하게 됐어요. 그런데 골목길이라 주차공간이 따로 있지 않아 주차 하려다 손님들이 돌아가는 일이 잦아졌어요. 손님들께 미안하고 또 손님들의 적극적인 권유도 많아 지금의 장소로 3년 만에 다시 이사를 하게 됐어요.”인터뷰 도중에도 점심 예약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온다.
이사 온 후 장사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인숙 씨는 “저희들이 여기로 이사 오니까 오히려 손님들이 더 좋아하시고 그리고 주차공간이 넓어 저희들은 덜 죄송해서 좋아요. 또 지금은 다섯 명이 일하는데 세 사람이 외국인근로자들이다. 오후 5시까지 일하고 싶으나 저 분들 하루 일정 금액을 맞춰 주기 위해 지금은 8시까지 일한다.”고 말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처음 마음먹은 대로 우리가 힘닿는 데까지 칼국수를 손으로 빗고 매일 김치를 담굴 것이다.”며 조인숙 씨는 해맑게 웃는다. /황준연 시민기자 ☎예약전화 055 933 7004
지역경제의 한 축을 든든히 맡고 있는 소상공업체를 찾아 그들의 경영철학과 애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바람을 듣는다.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