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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에 오른 남계서원(灆溪書院)을 다녀와서 (2) – 하재효 논설위원

합천향교(전교 권병근)에서는 문화유적 탐방지로 함양 수곡면의 남계서원과 지곡면의 개평마을을 찾았다. 제법 쌀쌀한 초겨울(19.12.20)인데도 농한기인 지라 많은 유림(70여명)이 참가하였다.
필자는 지난번 문화원에서 실시한 같은 유적지를 동행 취재하여 보도하였으나 오늘은 주로 남계서원의 주인공인 일두선생의 생가에서 무엇인가를 찾아 보고져 한다.
생가를 품고 있는 개평마을은 지곡면사무소에서 1km이내에 위치하고 합천에서 3~40분 거리라 친근하게 찾을 수 있다. 마을 입구에서 내려 안내소에서 해설사를 만났다. 지난 번에도 만난터라 나로서는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지만 그분은 내 마음을 알아주랴! 생가를 들어서는 첫 문이 바로 홍살문이다. 이 문을 무심코 들어서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홍살문의 대들보에 주의깊게 보면 5분의 정여문이 기록되어 있다. 정여문을 들어서면 일두선생의 문헌세가(文獻世家)인 사랑채(舍廊_)가 나타난다. 사랑채에는 대감마님이 거처하고 객도 맞는다. 이 세거지는 양쪽이 냇물이 흐르고 마을의 중앙 평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주위의 자연환경을 둘러두고 볼 수 없었으므로 인위적으로 수석(樹石) 동산을 조성하였다. 중문과 삼문을 지나야 안채를 만난다. 구중구궐(九重宮闕)을 연상케 한다. 철통같이 보호되는 곳이다. 안채 앞에는 마당이 있고 1문(정여문)과 2문 사이 통로옆에는 부속 건물이 이어저 울을 이룬다. 안채에는 부엌.안방마님방.옆방.어간마루. 갓방으로 이루어지고 안방마님방은 부엌을 내다보는 창문이 있어 대감마님의 수라상을 점검하고 곳간(庫間) 열쇠를 지닌다. 안채 앞에는 마당이 있어 사랑채와 분리된다. 안채 뒤에는 후원과 장독대가 있으며 담장너머에는 가묘(家廟: 가문의 신위를 모시는 사당)가 있다. 안마당 우측의 사랑채와 연결된 부속 건물에는 군불(나무로 불을 짚이는 옛말) 때는 아궁이가 2곳 있다. 부속 건물 끝 부분에 작은 소슬문이 있는데 열고 나가면 별채가 있다. 이곳에는 한 때 안방마님이었지만 힘이 다하면 며누리에게 안방과 곳간 열쇠를 물려주고 조용히 보내는 곳이다. 안에서 문을 잠그면 스스로 안마당을 드나들 수 없다. 사랑채 마당과 통하는 담도 낮아지고 소슬문도 없이 트여 있다. 물러난 안방마님은 이제 철동같은 보호에서 벗어나지만 관심에서 차츰 멀어진다.
둘러본 소감을 짐작해 본다면, 명문 대감의 한옥은 일반적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하여 높은 곳에서 전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게 지었으나 이 생가는 마을 복판의 평지였다. 전저후고(前低後高)의 집터였으나, 사랑채는 축대를 쌓아 높이 지었지만 안채는 낮게 지어 밖을 멀리 볼 수 없다. 문턱이 높고 발원하기에 불편하여 시중 드는데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가묘는 명문 대감 가옥에서나 보게 된다. 대감댁 밖에는 혈통이 같거나 영향을 받는 사람들로 마을을 이루며 살았다.
전통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것이며, 미래를 선도하는 뿌리이므로 소중히 보존하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