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사람들(2) -합천호 빙어의 기억- /박상래 합천문화대안학교 교장
합천호의 면적은 25km로 진양호의 29km와 비슷하다. 그러나 저수량은 진양호가 3억t인데, 합천호가 8억t 규모이니 수심이 깊다는 결과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황강을 막아 1988년 댐이 완공되면서 여러 마을은 고향을 잃게 되었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얻었다. 호수와 산허리를 끼고 도는 둘레길 40km의 벚나무는 꽃과 녹음과 단풍으로 합천호의 사계절을 꾸미고, 물안개는 선경을 연출한다. 안동호는 월영교의 야경으로 전국의 관광객을 모으고 있지만 합천호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러나 영상테마파크 앞의 황강 주변경치를 보고 합천댐에 이르는 경치는 설악산 못지않다. 합천호를 바라보며 빙어요리를 먹는 날의 경치는 더 아름답고, 마음은 더 여유롭다.
빙어는 몸의 좌우와 등은 황갈색 또는 암청회색이다. 몸의 옆면은 폭넓은 은백색의 세로줄이 있으며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온몸이 흑갈색으로 변하며 혼인색을 나타낸다.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며 적응력이 강해서 수질변화에 잘 견딘다.(브리테니카 10. 634쪽)
빙어요리는 참으로 갖가지다. 멸치처럼 뼈째 먹을 수 있어서 튀김, 조림, 볶음, 석쇠꼬치구이, 산적, 깐풍빙어, 파스타, 회무침, 훈제로 먹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콤한 도리뱅뱅이 최고이다. 여느 생선처럼 매운탕도 일미다. 산 채로 초장에 바로 찍어먹기도 하지만 어슬프게 젓가락으로 집어 먹다가 초장이 옷에 튈 수 있으니 기절시키거나 머리와 꼬리를 동시에 잡고 먹어야 한다. 산낙지처럼 입안에서 움직이는 느낌을 즐길 수도 있고, 오이 맛이 난다하여 과어(瓜魚)로 불리듯이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빙어라는 이름이 깨끗하다는 선입견을 갖게 하는 것과는 달리 익혀서 먹는 것이 디스토마로부터 안전하다. 의외로 다양한 수질에서도 서식하기 때문이다
어류들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생김새와 생태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길다고 장어, 푸른색의 청어, 은빛의 은어, 학의 긴 입을 닮은 학꽁치, 살이 찐 물고기라는 뜻이 방어, 입이 큰 대구, 배가 부른 복어, 혹이 있는 혹돔, 쥐를 닮은 쥐치, 납작하고 작은 납자루, 칼럼 생겨 칼치(갈치)라고 부른다. 한편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버리는 멸치, 모래에 숨는 모래무지, 연어의 한 종류이면서 바다로 가지 않고 산천에 터를 잡는 산천어, 지느러미의 가시가 쏜다고 쏘가리, 암초 주변에 사는 돌돔, 한 곳에 정착하여 사는 자리돔, 보리가 필 때 동해안에서 잡힌다 해서 보리멸이라 한다. 빙어는 동지 이후에 얼음구멍을 내어 그물로 잡는데, 입춘이 지나면 푸른색이 없어져 잘 보이지 않는다하여 빙어로 불린다.
현재 빙어축제가 열리는 춘천, 인제, 양평, 가평, 강화, 제천을 보면 모두 얼음 위에서 낚시가 가능할 만큼 얼음이 두껍게 어는 지역이다. 반면에 합천호에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겨울에도 사람이 지나다닐 만큼의 두꺼운 얼음이 얼지 않으니 빙어 낚시는 다른 지역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강원도 등에서 잡은 빙어를 받아 합천호 주변에 빙어요리를 파는 식당들이 있다. 대병의 길목 회 식당이나 봉산의 토속 회 식당 등에서 파닥거리는 빙어를 회로 먹을 수 있는데, 가는 날에 혹시 눈이라도 내리면 축복의 운치와 함께 빙어를 먹을 수 있다. 제법 봄까지도 빙어요리를 취급한다.
대병면 하금1구장 여환훈의 20여 년 전 추억에 의하면 3~4월 하금의 이정골 작은 도랑으로 산란하기 위해 나오면 뜰채로 들통에 가득 잡았던 기억이 있단다. 큰 것은 훈제하여 일본으로 수출도 하고, 작은 것은 회로 먹었는데 바닥에 새까맣게 몰려다니던 빙어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원래 바다빙어목에 속하는 바닷고기였는데, 호수에 방류하여 육봉형인 붙박이 개체가 되어 수십 미터 깊은 호수바닥에서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