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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이 더 무섭다 – 최혜연 합천군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

어느새부턴가 유행하게 된 각종 먹방을 보면 “아는 맛이 더 무섭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미각으로 표현한 것으로 지금 시점에선 ‘아는 학생이 더 무섭다’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 이상의 학생들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선거권을 부여받은 학생들이 과연 그들에게 주어진 정치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즉, 그들의 정치적 판단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이미 정치에 대해 판단할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으로 그 능력이 발현만 되게끔 도와주면 된다. 문제는 학교마다 학생들의 선거권 행사에 대비한 선거교육의 경험과 원칙이 없어 교실의 정치화와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같은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여 선거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나치에서 해방된 후 격변의 시기를 겪게 되면서 학교 현장의 정치 교육에서도 좌우 진영 간의 갈등이 벌어졌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한 것은 정치교육원 원장이었던 지크브리트 실레가 좌우 석학을 모아 개최한 토론회의 결과인 ‘보이텔스바흐 합의’였다.
이 합의의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특정 견해에 대한 강압을 금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특정 이념을 주입하기 위해 강제적인 정치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 둘째, 정치적 문제에 대한 논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학문과 정치에서 쟁점으로 다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학교 수업에서도 논쟁 상황과 각 입장이 고루 드러나게 하여 학생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생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비추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독일이 통일된 이후에도 정치 교육의 원칙으로 존중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범국가적 차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원칙을 마련하여 학생들에게 통일적인 선거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성숙한 시민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투표권을 가지게 된 학생들이 주권의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때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쏟아낸다. 학생들이 한 표의 소중함을 느끼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