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사람들 (4) – 황매산 고사리 -박상래 합천문화대안학교 교장
동으로 합천, 남으로 가회, 서로는 산청, 북으로 거창을 바라보고 있는 5월의 황매산은 갖가지 산나물이 난다. 아침에 산에 올랐다가 점심 무렵 내려오는 아낙을 보면 한 자루 가득 지고 내려온다. 달래, 고사리, 취나물, 돌미나리, 어름 순 등의 산나물과 산도라지, 더덕이 한 가득이다. 데쳐서 말려 보관하고 있으면 도시인들이 들러 사 가거나 오일장이나 식당에 내다 판다.
고사리는 꺾고 나서 일주일이나 열흘이 지나면 다시 순이 자라나서 뜯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고사리 군락지를 알고 나면 손쉽게 정기적으로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알려 주지 않는다. 같이 가는 일행이 있으면 자기가 알고 있는 군락지 방향으로 가지 않고 혼자 갈 때 그 곳으로 간다. 입안에 있는 것도 뱉어내어 줄 정도가 가까운 이웃이어도 말이다. 또 시집온 새댁은 좋은 고사리 밭 서너 곳을 모르면 쫓겨난다는 말도 있으니 중요한 양식 중에 하나였다.
산이나 밭에 고사리를 심어서 농업의 한 축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신의 밤 밭에 심어 농사를 짓는 대병면의 두심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선 도시에 사는 세 딸과 대병에서 살고 있는 딸까지 4월 중순부터 6월까지 나서 채취하는데, 몇 년 전만하더라도 평당 1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어떤 농부는 종근을 팔아 연소득 1억 원을 벌기도 했단다.
일꾼을 동원하여 아침에 채취한 후 데쳐서 말린 고사리는 600g 단위로, 생고사리는 관(4kg) 단위로 수매를 한다. 농협에서 3~월경 1차 수매, 5월경 2차 수매를 통해 전량 수매하니 판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요즘엔 수요에 비해 공급과잉 상태라 가격이 폭락한 상태이다. 작년엔 합천 농협이 아니라 농협중앙회에서 수매하여 생산한 고사리를 처분해 줬다. 가격만 적당하면 1~2년이 지나면 스스로 우거지니까 잡초 걱정 없고, 4월부터 계속 수확할 수 있으니 화수분인 셈이다. 몇 번 수확하고 나서 예초기로 모두 베어버리면 봄인 듯이 다시 올라오니 얼마나 대단한 농사인가?
그런데 이제는 가격이 곤두박질치니 일꾼을 동원하여 수지타산을 맞출 수도 없고, 고령화하여 가족 노동력 동원도 여의치 않은 상태다. 먼저 시작하는 선구자는 수익을 올렸고, 뒤따라한 사람은 잡초 밭으로 변한 고사리를 방치하고 있다. 남해보다 합천 고사리가 맛이 좋고 비싸게 팔렸다는 긍지는 왕년의 추억으로 남았다. 아직 소규모로 자연산 고사리를 삶아 말려두면 마을을 직접 찾아 구매하는 상인들도 있으니 그들은 황매산 자락 청정지역에서 나는 고사리의 깊은 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이제 이 지역 농민들은 논밭 농사 외에 한우를 사육하거나 양봉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고사리는 음지 양지, 건조지 습지 가리지 않고 자라지만 배수가 좋고 양지 바른 곳의 것이 통통하고 건강하다. 해거리 없이 자라니 과실나무처럼 수확의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비타민B1, B2, C와 미네랄 등의 영양 성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특히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하여 단백질이 풍부하고, 생체 유지를 위한 필수성분인 미네랄, 칼륨, 엽산 등이 풍부하여 수행에 집중해야 하는 스님들은 먹지 못하게 했다는 우스개도 있다. 이 외에 함유한 성분인 칼슘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신진대사를 활성화하여 면역력을 높이고, 담을 삭여 가래를 제거하고, 피를 맑게 하여 피부노화를 방지한다.
그리고 말려두면 보관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양파 망에 넣은 상태로 장마철을 지내면 습기를 흡수하여 썩어버릴 수 있다.) 가격은 떨어져도 여전히 영양학적으로 매력 있는 고사리를 나는 집주변 스무 걸음 이내의 언덕에서 채취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자급하고도 남는 것은 삶아 말려 보관해 뒀다가 지인들에게 나눠준다.
조선의 충신인 정온은 지리산에서 고사리로 연명하였고, 성삼문은 시조에서 고사리가 구황식물임을 보여줌으로써 고사리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영양이 높은 식품임을 말해준다. 영양이나 효능과 가격은 비례하지 않는다. 고사리는 값싸지만 여전히 고단백 저칼로리로 산에서 나는 소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