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사람들 (5) -황매산 철쭉제- 박상래 합천문화대안학교 교장
동요 ‘고향의 봄’의 가사를 보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고향마을 봄꽃 삼총사가 된 듯하다. 진달래 다음으로 같은 진달래과인 철쭉이 이어서 핀다. 3대 철쭉명산으로 지리산의 바래봉, 소백산, 황매산이 있는데, 매년 5월이면 황매산철쭉제가 열린다. 작년 2019년 4월 23일부터 5월 12일까지 열린 행사엔 50여만 명이 다녀갔다.(합천군청 통계) 해발 1113미터의 황매산 정상을 오를 때 오토캠핑장까지 차가 진입한다면 정상까지는 거리가 가까워 등산이 아니라 산책 수준이 되어 접근성이 높아 어린이나 노인까지 장관을 구경할 수 있어 인기다. 전국 최대의 철쭉 군락지로 여러 개의 원반 모양이 모여 있는 독특한 형상으로 상공에서 보면 외계인의 비행접시들이 내려앉은 형상이다. 대개 직경 3~4미터의 크기로 1미터 정도의 높이로 되어있어서 사이사이로 걸으면 미로가 된다. 소백산 철쭉은 안개와 함께 보는 경우가 많아서 환상적인데 힘든 등산을 해야 볼 수 있지만 황매산 철쭉은 손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사람들이 모두 하산하고 조용해진 시간에 노을과 함께 철쭉을 보면 어릴 적 해거름에 어머니가 저녁 먹으러 오라고 불렀던 시간처럼 평온해진다. 대개 하루에 등산을 마치고 귀가를 하다 보니 같은 시간에 산을 감상하고, 많은 사람들이 올린 사진들도 비슷한 시간의 경치이고, 햇빛의 양도 비슷하다. 그러나 하루를 산에서 묶거나 주변에 사는 주민이라면 다양한 시간에 산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황매산도 사계절 모두 찾아 감상하는 것도 좋고, 하루쯤 이른 아침과 해질 녁 황혼과 함께 산에 머무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문순태의 소설인 철쭉제에서 검사인 ‘나’는 6·25 전쟁 때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간다. 비료 공장 사장이 된 박판돌과 함께 아버지를 묻은 자리로 유골을 수습하러 지리산에 오른다. 지리산에 오르는 중 아버지를 죽인 박판돌에 대해 혐오를 느끼지만 아버지의 유골을 찾게 된 후 박판돌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사정이 달랐다. 노비였던 박판돌의 어머니가 ‘나’의 조부에게 몸을 빼앗기고 박판돌의 아버지가 ‘나’의 부친에 의해 엽총으로 살해되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한으로 6·25 전쟁 중에 인민군의 부역자가 된 박판돌이 ‘나’의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박판돌에게 복수할 처지가 아니라 오히려 그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입장임을 깨닫게 되고 다음 철쭉제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이 작품에서의 ‘철쭉제’는 작품의 배경이면서 주제와 관련된 두 가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철쭉’의 붉은 색은 ‘한’과 ‘증오’라는 극단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제’(祭 : 제사 제)라는 의미에서 억울하게 죽은 혼령과 그 혼령들의 후손이 갖고 있는 원한의 감정을 위로하고 달래는 ‘화해’와 ‘용서’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있다. 그래서 우리도 철쭉이 만개한 산을 오르면 담았던 답답한 마음은 맑아지고 철쭉의 꽃말인 기쁨과 정열의 마음으로 넘치는가 보다. 신라시대 헌화가에서는 절벽에 핀 한 송이 철쭉은 견우노옹에 의해 꺾여 절세미인인 수로부인의 손에 놓인다. 그 때만 해도 개체수가 적어 수줍음으로 한 송이 한 송이 피었던 것이 지금은 이렇게 지천으로 피어서 답답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저 넓은 가슴으로 보듬고 있다.
코스모스가 청초하게 한 송이 핀 것에 연민을 느끼고, 장미는 오히려 한 송이에도 화려하고 완벽한 외모에 감탄한다면 철쭉은 부끄럼 많은 꽃이었다. 한 송이 한 송이를 보면 오묘하고 요염한 장미의 자태도, 강렬한 색상을 품은 것도 아니고, 소탈한 웃음을 보이는 아낙네 같다. 그러나 올 봄에도 철쭉은 온 산을 덮은 우렁찬 모습으로 사람들의 옷깃을 끌며 새파란 하늘과 함께 우쭐거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