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사람들(6) – 땅벌과 말벌 퇴치 – 박상래 합천문화대안학교 교장
벌은 갑작스럽게 자신들이나 자신들의 집을 침범하는 경우 그 대상을 공격하는데 특히 말벌은 벌집을 공격당했을 때 엄청 흥분한다. 꿀벌은 침을 쏠 때 내장이 함께 빠져나와버려 죽는다. 그러니까 일생에 한 번 쏘고 끝나지만 말벌은 주사바늘처럼 찔렀다 뺐다를 반복할 수 있으니 공격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꿀벌의 침은 치료에 쓰이는 걸 봐도 인체에 큰 피해가 없다. 그래도 쏘이고 나서 곧바로 침을 제거하고 물파스나 벌레 물린 데 사용하는 약을 바르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말벌이나 땅벌은 벌레독이나 풀독으로부터 어느 정도 내성이 길러진 시골사람일지라도 심각한 해를 입히기도 한다. 꿀벌에 쏘였을 때는 15분 정도 지나면 통증이 가라앉는다면 땅벌은 하루 종일 아프고, 말벌은 2~3일 동안 아프다. 땅벌이나 말벌은 벌독 자체보다 독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곧 과민충격이 심할 경우 온 몸이 부어 기도가 막히고 질식하여 사망하기도 한다. 어릴 때 학교에서 소풍을 갔다가 땅벌에 머리와 다리를 쏘인 친구들이 있었는데, 모두들 이똥을 긁어 발라줬던 기억이 난다. 어른들이 이럴 때 이똥이나 된장을 바르라는 민간요법을 실천한 것이다. 머리를 쏘인 친구는 엄청나게 부어 얼굴의 윤곽이 없어져버리고, 다리를 쏘인 친구는 바지를 벗기기 못할 정도로 부어서 찢어서 벗긴 기억이 있다. 다행히 그 친구들 모두 건강하다. 말벌 집을 떼어낼 때에는 주로 가스토치를 이용해서 태워버리는데 이것이 처마 근처나 창고 내부 등에 있는 경우에는 화재의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 공격해 오는 벌을 퇴치하기 위해서나 말벌집이나 땅벌 굴을 발견하면 이곳 사람들은 살충제나 가스 토치 대신에 페인트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살충제를 뿌리면 열 마리 중에 대여섯 마리는 살아서 공격한다. 죽기 전에 적을 악물고 공격하는 습성 때문이다. 하지만 페인트 스프레이를 뿌리면 열 마리 중에 아홉 마리는 즉시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이 침투하여 벌을 마비시키는 시간보다 페인트가 날개를 붙어버리게 하여 행동을 정지시키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도심에도 말벌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대개 쌍살벌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일반적인 말벌보다는 작고 땅벌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날씬하다. 도심의 처마나 벽과 전봇대 등에 집을 짓는 습성 때문에 도심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말벌이 땅에 집을 짓는 경우가 있어서 말벌을 땅벌로 착각할 수도 있다. 꽃으로부터 꿀과 꽃가루를 모으는 꿀벌과는 달리 말벌은 포식성이라서 매미, 잠자리, 꿀벌뿐만 아니라 다른 말벌까지도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 그래서 말벌 한 마리가 나타나면 양봉하는 꿀벌을 하루에도 수백 마리를 죽이는 피해를 준다. 황매산 주변에는 밤꽃과 아카시 꽃 등이 풍부하여 양봉하는 농민들이 많은데 말벌은 반드시 퇴치해야할 대상이다. 그렇다고 말벌을 몰살시켜버릴 대상은 아니고 일정 개체는 필요한 존재이다. 상위 포식자 호랑이가 없어져 멧돼지 개체가 지나치게 늘어나 피해를 주듯이 말벌을 모두 없애버리면 유해 곤충으로부터 인간은 엄청난 공격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노래가사에 나오는 땡벌의 표준어는 땅벌이다. 경상도에서는 땡삐라고도 하는데, 작지만 야무진 사람, 또는 독한 사람을 땡삐같은 사람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땅벌은 독이 무섭다는 뜻이다. 성묘를 가거나 밤이나 도토리를 주울 때 땅벌 집을 건드리는 경우나 산길을 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밟는 경우에 벌의 필사적인 공격을 받는다. 나름 저들대로 인간의 발길이 없는 안전한 곳으로 생각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갑작스런 인간의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벌을 두려워하지만 벌은 그것의 수만 배 크기의 인간이 걸을 때의 진동성만으로도 극단의 공포를 느낄 것이다. 한 해에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산소를 간다면 땅벌과 말벌은 그 곳에 자리를 잡지 않을 것이다. 벌이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찾지 않은 한적한 길이라 판단한 저들의 보금자리를 인간이 공격한 것이다. 벌은 비석만 크게 세워놓고 효심을 과시하는 인간에게 따끔한 침으로 깨우치려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