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노년 예찬(禮讚)과 황혼의 길(道) – 권해조 논설위원
노인의 문제는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근래 생활습관이 개선되고 의학기술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자 노인문제가 사회문제시 되고 있다. 특히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노인정과 복지관 운영 등으로 노인들의 활동반경도 넓어지고 노인문화도 변화되고 있다.
어느 잡지에 보면 노인들의 삶의 형태를 8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1) 탐욕도 버리고 미움도 사랑도 버리고 신선처럼 사는 노선(老仙), (2) 틈나는 대로 글이나 예술 작품을 펴내기도 하며 학처럼 사는 노학(老鶴), (3) 청소년처럼 노인대학 등에 적을 두고 못 다한 공부를 하며, 수시로 학우들과 여행도 하며 즐기는 노동(老童), (4) 집에서 손주나 봐주고 텅 빈집이나 지키며 그냥 늙은이로 사는 노옹(老翁), (5) 자질 부족에도 권력의 끄나풀이나 잡아 보려고 온갖 감투를 밑아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미친 사람처럼 사는 노광(老狂), (6) 귀한 보물 같은 배우자를 잃고 쓸쓸히 외로운 삶을 사는 노고(老孤), (7) 수중에 돈 한 푼 없이 집을 나와 갈 곳도 없어 공원무료급식소에서 한끼를 해결하며 괴롭게 사는 노궁(老窮), (8) 불치의 병을 얻어 도움 없이 한시도 살 수 없는 늙고 추한 모습으로 죽지 못해 사는 노추(老醜) 등으로 나누고 있다.
또한 「아름다운 노년의 생활」에서는 다음과 같이 ‘황혼(黃昏)의 12도(道)’를 제시하고 있다. 제 1도는 노인은 말의 수를 줄이고, 소리를 낮추는 언도(言道), 제 2도는 행동을 느리게 하되 행실을 신중히 하는 행도(行道), 제 3도는 욕심이 크면 사람이 작아 보이니, 탐욕을 금하라는 금도(禁道), 제 4도는 노인은 먹는 것으로 산다. 가려서 잘 먹어야 한다는 식도(食道), 제 5도는 삶의 규모를 갖추는 것이 풍요로운 삶보다 진실하다는 법도(法道), 제 6도는 대접을 받으려 하지 말고 젊은이에게도 예절을 갖추라는 예도(禮道), 제 7도는 삶은 즐기려하는 것은 욕망을 채우는 것에 있지 않고 간결한 삶에 낙이 있다는 낙도(樂道), 제 8도는 늙음은 아름다움을 잃는 것이 아니다, 절제하는 삶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절도(節道), 제 9도는 인생의 결실은 마음가짐에서 나타낸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넓어 보인다는 심도(心道), 제 10도는 노인의 삶에도 인내가 필요하다. 참지 못하면 망령(忘靈)이 된다는 인도(忍道), 제 11도는 노인은 경험이 많지만 배울 것이 더 많다는 학도(學道), 제 12도는 손에 잡고 있던 것들을 언제 놓아야 하는지 이것이 마지막 기도(棄道)이다.
그리고 영국의 시인 섹스피어( Shakespeare : 1564-1616)가 주는 교훈인 ‘말년을 즐기는 9가지 생각’ 에 보면 (1) 학생으로 계속 남아라. 배움을 포기하면 폭삭 늙는다. (2) 과거를 자랑하지 말라, 옛 이야기는 당신을 처량하게 만든다. (3)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말라 (4) 부탁 받지 않는 충고는 굳이 하지 말라. (5)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말라. (6)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7) 늙어가는 것을 불평하지 말라 가엾어 보인다. (8)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지 말라. 그들에게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9) 죽음에 대해 자주 말 하지 마라.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러 맞으러 갈 필요가 없다.
또한 황혼의 나이에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독일 철학자 괴데(Goethe: 1749-1832)도 풍요로운 황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바가 있다. 그는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다. 사람은 늙어가면서 건강, 돈, 일, 친구, 꿈의 다섯 가지를 상실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괴테의 말을 음미하며 준비를 소홀히 하면 황혼도 풍요로울 수 없다. 건강과 돈도 젊고 건강할 때 다져놓아야 하며, 죽을 때까지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 일과 사랑이다. 노년의 적은 고독과 소외이다. 노년을 같이 보낼 친구를 많이 만들어 두고, 내세에 대한 소망인 꿈을 잃지 않도록 신앙생활과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2010년 영국 캐스린하킴(Catherine Hakim) 교수가 매력자본(魅力資本)이란 발표논문에서 멋쟁이 노신사가 되기 위해서는 (1) 얼굴에 웃는 모습이 떠나지 않고 (2) 마음에 항상 여유를 가지고 (3) 품격을 지키고 (4) 자신의 마음 마당을 항상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향유(享有)하고 (5) 오늘 하루를 만끽하며 살라 하였다.
그밖에 한국 심리교육협회에서 발표한 ‘노후를 즐겁게 보내는 법 50가지’를 보면 첫째로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라 부터, 마지막으로 시간 관리를 잘 하라고 하였다.
이상 노년에 삶에 대한 여러 자료를 보면 80세 노인이라도 꿈과 비전이 있으면 젊은이와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인생에서 노년은 온갖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멋진 삶을 누릴 수가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란태생 영국 여성작가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1919-2013)도 88세에 「알프레드와 에밀리」 란 소설을 탈고했으며,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도 90세가 넘도록 그림을 그렸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50대에 직장에서 은퇴하여 일자리를 잃게 되는 조로증(早老症) 현상이 현실이다. 또한 노후가 되면 경제력, 건강, 활력, 역할, 친구 등이 줄어드는 현상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인생은 자신이 연출하는 자작극이며 자신이 한번 쓴 각본은 고쳐 쓰기가 어렵다. 이제 남은 노후라도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황혼의 도를 참고하여 주어진 시간을 재정비해 나만의 행복한 삶의 시간표를 만들어 적극 시행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