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론마당(오피니언)

배낭을 메고 해인사 소리길로 (8) – 문화기행

이병생
합천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이제 갈상암까지 올라왔군요. 가야산 천불동 길상암 묘길상봉은 동국여지승람에서 산의 형세가 석화성을 하고 있어 산 능선 줄기마다 바윗돌이 하늘을 향해 불꽃이 일듯이 줄지어 있습니다. 이곳 길상암은 가야산중 묘길상봉 천지보탑천불동에 천불부처님이 상주하신다 하여, 영암스님과 명진스님의 기도정진에 힘입어서 이곳에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안치하였습니다.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셨다하여 적멸보궁이라 이름 하지요.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심으로써 부처님이 항상 이곳에서 적멸의 낙을 누리고 있음을 상징하게 됩니다. 부처님의 생존 시는 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에서 화엄경을 설파한 적멸도량임을 뜻하기도 합니다.
370여개의 계단을 딛고 올라가면 대웅전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 본존불은 아미타불이시며, (좌)문수보살, (우)보현보살이 협시하고 계시며, 양쪽에 미륵부처님, 약사부처님, 11면수 관음보살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아미타불은 조상의 극락왕생과 내생의 행복에 직결되는 법신 부처님이십니다. 과거, 현재, 미래 삼세를 통하여 불법을 교화함을 나타냅니다.
여기에 또한 나한전이 있네요. 나한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로 아라한과를 성취한 나한님을 모신 전각입니다. 부처님에게는 열여섯의 뛰어난 제자들이 있었습니다. 나한은 아라한의 약칭으로 그 뜻은 성자를 의미합니다. 나한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주불로 봉안되어 있으며 좌우 보살과 16나한 500나한을 모시고 있습니다. 500이란 숫자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에 마하가섭이 부처님께서 생전에 설법하신 내용을 정리하기 위하여 회의를 진행했을 때 모인 비구스님이 500명인데서 유래 되었습니다. 길상암 나한님은 명진스님께서 100일 기도하시다 꿈에 나한님이 현몽하여, 이곳 오백성자를 모실 것을 청하여 모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도량혁신으로 불자의 귀의처 염불도량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16나한상을 모시는 전각은 응진전, 500나한상을 모시는 전각은 나한전이라고 하는데 해인사에는 16나한상을 모시고 있기에 응진전이란 현판을 달고 있습니다.
여기 길상암 입구에는 3형제의 소나무가 있었습니다마는, 옛날 태풍으로 인하여 소나무 두 그루가 부러지고, 외롭게 한그루만이 서있으면서 길상암을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길상암 뒷산에는 노구승천암(老龜昇天巖)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길상암 보궁 정상에 하늘을 향해 승천하는 거북모양의 바위가 있습니다. 천년의 세간소임을 다 마치고 하늘로 승천할 날을 기다리는 듯한 형상의 바위가 있어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거북이가 산으로 기어 올라간다고들 합니다.
길상암을 지나면 나무와 돌이 이마를 받을 것 같아 하심(下心)이란 표시를 해 두었군요. 하심이란 남을 높여 존경하고 자기를 낮춘다는 뜻으로, 국립공원에서는 지나는 등산객들이 행여 머리라도 부딪칠까봐 이렇게 표시를 한 것 같습니다.
발길을 옮겨 봅니다. 정말 야! 하고 감탄사를 자아 낼 만큼 경치가 아름다워 말로써 형용할 수 없군요. 여기에 해인사 계곡에서 가장 깊은 소(沼)가 있으니, 여기소라고 하지요. 명주꾸리를 풀면 하나가 다 풀려 들어갈 정도로 깊다는 것입니다. 이 소(沼)가 거창 가조면 고견사 용소와 통한다는 전설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소(沼)가 폭우로 인하여 해가 감에 따라 많이 채워졌군요. 바로 위에 낙화담(落花潭)이 있네요. 해인9곡 중 제 4곡 19명소중 하나로 홍류동 삼대 폭포(용문폭포, 낙화담, 분옥폭포)중 하나로 낙차가 긴 폭포가 있습니다. 낙화암의 절승과 함께 춘풍추우(春風秋雨)에 춘초화(春草花), 추풍엽(秋風葉)이 붉게 적시는 말 그대로 홍류동입니다. 계곡 아래쪽에 낙화담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최치원 선생의 친필이라고 합니다. 초대 프랑스 대사를 지낸 로제 샹바르 대사는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에 감복하여 내가 죽으면 제2의 고향인 한국 홍류동 계곡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하였고, 1982년 그가 타계하자 8월22일 이곳 낙화담에 뿌렸다고 전해집니다. 앞으로 중국에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합천군에서도 중국 영사관 사람들을 불러 최치원 선생의 유적지를 둘러 보이면서 이 길상암 계곡을 보였는데, 정말 경치의 아름다움에 도취해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하더군요. 카메라의 후레쉬를 계속 터트리면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지요! 이렇게 좋은 곳에서 낙화담의 시(詩) 한수 읊어 볼까요?
〈낙화담(落花潭)〉
風雨前霄鬪澗阿:어젯밤 풍우에 골짜기가 요란하더니
滿潭流水落花多:못 가득히 흐르는 물에 낙화가 많아라.
道人猶有情根在:도인도 오히려 정의 뿌리가 남아있어
雙淚涓涓添綠波: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푸른 물결에 더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