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색소폰으로 소통하는 우리! 오나리, 조영호 부부

 

합천의 여성 색소포니스트 오나리와
소 팔아 음악에 인생을 건 남자 조영호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뿅뿅뿅 봄나들이 갑니다.” 오나리 연주자(36)를 보면 이 노래가 생각나는 건 단지 이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개나리가 피어나는 계절, 봄이 딱 어울린다.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고 열정이 넘쳐나는 여자다. 반면 늘 에너지가 샘솟는 그녀와는 달리 남편 조영호 연주자(44)는 차분하고 말수가 적다. 그는 누가 봐도 전형적인 한국의 경상도 가을 남자다. 찰떡궁합처럼 봄, 가을이 만나 색소폰을 함께 연주하는 부부, 오나리와 조영호 연주자를 만나봤다.

우리의 인연은 색소폰으로 부터
여성이 색소폰을 분다는 건 특이하면서도 왠지 신비감마저 들고 멋져 보이는게 사실일진대 부부가 함께 색소폰을 연주한다고 하니 그들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지점부터 물었다.
오: “3년 반 전에 만났다. 정유미 작가님이 문학회 활동을 하다가 행사를 주관했었다. 듀엣 연주를 기획했었는데 원래 오기로 한 분이 사정상 오지를 못해 대타로 온 분이 지금의 남편이다. 향수라는 곡을 듀엣으로 연주하면서 둘이서 마주보며 클라이막스 부분으로 치닫는데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친한 언니가 꼭 처음 만나는 사람 같지가 않다고 했는데, 내심 그런 느낌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처음 데이트를 할 때 나랑 다르게 매너있고 차분하고 조근조근하게 말하는 게 끌렸다. 병중에 계신 어머니를 보러 가자고 했을 때도 고민은 됐지만 거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머니를 뵙고 나면 이 남자랑 결혼해야 된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어머니를 보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몸이 불편하셨는데 하나 남은 자식이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오니까 마음이 편해서 돌아가셨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남편이 마음의 준비를 했는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소를 팔아 호른을 사다
오 연주자는 2004년 27살에 대학원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고향인 합천으로 돌아와 피아노 학원을 열었다. 이상형으로 편한 사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자신이 그 남자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그녀는 조영호 연주자를 몇 번 만나지 않아 평생의 배우자로 선택하게 된다. 할머니와 음악, 그리고 남편이 없었다면 지금 자신의 삶이 어땠을지 상상이 안간다고 고백하는 그녀 옆에서 조 연주자가 말을 이어 나갔다.
조: “나는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연주를 하도 하고 싶어서 수학여행을 안갈테니 그 경비로 트럼펫을 사달라고 아버지를 졸랐다. 내가 늦둥이라 아버지 연세가 꽤 높으셨고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막내가 걱정되어 어떻게 먹고 살거냐고 말리셨다. 뭔가 이거다 싶은 마음이 들면 하지 않고서는 잠도 제대로 오지 않는 성격이라 수학여행비 대신 제발 트럼펫을 사달라고 생떼를 부려 간신히 악기를 구입했다. 내 음악입문의 시작이다. 선배들이 호른으로 전공을 바꿔 보는게 나을 것 같다는 조언에 따라 또다시 아버지를 졸라 호른을 샀다. 아버지가 소 한 마리를 팔아 악기를 장만해 주신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고집으로 지금까지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음악이 내 인생의 전부라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색소폰은 내 인생에서 두 번째 보물인 것 같다. 물론 첫 번째 보물은 집사람이다. 연주할 때 만큼은 내가 최고인 것 같고 한없이 즐겁지만, 집사람과 함께 연주할 때는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다.”

‘나’를 쏟아내는 색소폰
6살 때부터 할머니 손에 이끌려 초계에서 피아노를 배웠다는 오 연주자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해에 아빠가 피아노를 사준 날을 잊지 못한다. 한숨도 못자고 밤새 피아노만 쳐다봤다. 여중생이 되어서는 오빠들이 기타줄을 못맞춰서 음이 틀리는 것을 직접 교정을 봐주기도 했다는 그녀는 독학으로 금세 기타까지 섭렵한다. 음악 신동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녀지만, 부산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도시 학생들의 재능에 눌려 주눅이 많이 들기도 했었단다.
오 연주자가 피아노 열등감에 시달렸듯이, 조 연주자도 호른 열등감에 오랜동안 시달렸다.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실력이 늘어날수록 열등감이 밀려 오는 건 어찌보면 더 높이 오르기 위한 필연의 발판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뭔가 마음이 짓눌리면서 답답했던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공통된다. 거기서부터 두 사람의 인연은 이미 싹트고 있었을까? 두 사람이 각자의 전공에 갈증을 느끼고 막다른 벽에 부딪혔을 때 탈출구를 마련해 준 악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색소폰이었다.
오: “저나 조 선생이 끼에 비해서 에너지를 쏟아내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색소폰에 애착이 가는 이유도 뭔가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합천에서 종종 연주를 하곤 하지만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다. 무대는 늘 갈구하고 있지만 현재는 합천분들을 가르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악기도 무료로 대여까지 해주고 있다. 색소폰을 활성화 시켜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무대를 많이 만들어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부부가 함께 색소폰 연주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내 고향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터진 입술 랩으로 감고
색소폰을 불고 있으면 베짱이처럼 쉽게 놀면서 돈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난감하다는 조 연주자는 요즘 같은 환절기의 건조한 날씨가 가장 두렵다. 이 때는 조금만 무리해서 연습해도 입술이 갈라지고 터지는 일이 다반사라 입술에 주방용 랩을 감고 연습하거나, 입술 안쪽이 터지는 날에는 권투용 마우스피스까지 물고 연습하기도 하였다.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입 안의 압력이 상승하여 터진 입술 사이로 고통이 말도 못하다는데, 하루는 색소폰의 최고 난이도곡인 비틀즈의 ‘헤이쥬드’를 연주할 때 입술에서 피가 자꾸 흐르는 바람에 관객들 몰래 피를 흡입하면서 가까스로 공연을 마친 적도 있다고 한다.
조: “작년 정기연주회는 피아노 위주로 공연을 했었는데 이제 드럼도 넣고 색소폰 연주도 보여주면서 다채롭게 꾸려 나가고 싶다. 서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정말 다하고 싶다. 집사람이 시골에서 악기를 배우며 느꼈던 유년시절의 한이 있기 때문에 집사람을 도와 합천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이바지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 주말마다 부산으로 가서 여전히 색소폰을 배우고 있지만 어딜가도 손쉽게 한꺼번에 가르쳐 주질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최대한 성심성의껏 우리가 어렵게 배운 색소폰을 가장 손쉽게 전달해 주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함께 합천에서 색소폰 문화를 일으켜 보자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임유리 특강
부산 최고의 여성색소포니스트 임유리씨가 합천뮤직아카데미를 방문하여 색소폰연주기법을 강의하고 직접 연주를 선보였다.(앞줄 왼쪽에서 3번째가 임유리 연주자, 4번째가 오나리 연주자)

합천에 울리는 색소폰
지휘를 하면서 앙상블을 지도하며 색소폰 오케스트라를 꿈꾸는 그녀. 인원이 늘어나면 드럼과 베이스도 편입시켜 합천을 대표하는 색소폰 앙상블 합주단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그. 앞으로 두 사람의 행보가 합천에 또 하나의 색소폰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어떤 역할을 할지 자뭇 기대되는 바다. 색소폰으로 만나 색소폰으로 자신을 쏟아내며 서로를 소통시키는 합천의 색소폰 연주자 부부, 아직 젊기에 합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문화 유망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부부가 운영하는 ‘합천뮤직 아카데미’에서는 11월 14일(금) 6시 30분, 문화예술회관에서 <제6회 합천뮤직 아카데미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색소폰과 친구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즐기고 싶은 분은 932-7977로 문의하면 된다.
또한 합천에 거주하며 색소폰을 사랑하는 모임인 ‘황가람 색소폰’은 찾아가는 음악회 형식으로 영상테마파크, 생명의 숲 등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며, 요양원에서 봉사연주를 하는 등 합천공연문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오나리 연주자가 색소폰 앙상블을 지휘감독하고, 조영호 연주자가 기술적 도움을 주는 <제5회 황가람 색소폰 정기연주회>는 12월 11일(목) 6시 30분, 합천농협 2층 회의실에서 열린다. /이용석 기자(nakri07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