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합천비핵평화대회와 피폭 75주기 원폭희생자 합천 추모 제례


지난 8월 5일(수), ‘피폭75, 이어지는 검은 눈물’이라는 주제로 합천종합사회복지관 3층 대강당에서 <2020 합천비핵평화대회>가 열렸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회장 이규열)·한국원폭피해자 후손회(회장 김태훈)·한국원폭2세환우회·위드아시아가 주최하고 합천평화의집(원장 강제숙)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경상남도가 후원했다. 이날 행사에는 각 단체 대표들, 문준희 합천군수, 하재성 한국원폭피해자복지관 관장, 김기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합천군협의회 회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대리해 이병철 경남도청 복지정책과 과장 등이 함께 했다.
합천평화의집 대표로 이남재 운영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피폭 75주년인 지금까지 세계는 핵무기 각축장이다. 75년 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던 희생자들과 피해자들 고통은 여전하다. 코로나19사태로 많은 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대회 개최에 어려움이 있었다. 마음을 모아 함께 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핵 없는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자.”라고 했다.
이어 문준희 합천군수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중 합천사람이 가장 많다. 합천에 그 아픔과 치유를 담는 평화공원이 만들어지기를 갈망한다. 이제 막 시작한 원폭 피해 유전성을 밝히기 위한 코호트연구에도 기대가 크다.”라고 밝혔고 이병철 경남도청 복지정책과 과장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위로의 인사를 전한다. 평화공원조성사업이 우리 지역을 아울러 국가사업으로 지정되게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화마당–추모와 위로, 평화를 희망하는 마음 담은 공연
원폭피해자 2세 대표로 한정순(합천평화의집 사무국장)이 “죽어야 끝나는 고통인가 싶게 힘든 삶이었다.”고 증언했고 원폭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담은 다양한 공연이 선보였다. 합천 시낭독 모임 <시가람회> 차옥자 회원이 시 낭독(이기철 시, 작은 이름 하나로)을 했고 주상한 경기민요 전수자가 회심곡을 불렀다.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바람을 담은 공연도 이어졌다.
한일반핵평화연대 사무국장이기도 한 전기호 목사가 ‘바람의 빛깔’, ‘가보고 싶어’를 불렀고, 이송희 가야금 연주(곡: 25현을 위한 도라지), 백채린 판소리(곡: 난감하네), 서와콩(김예슬, 김수연) 노래(곡: 알고 있다, 사라지지 않을 노래), 최은혜 민요(곡: 태평가, 밀양아리랑)가 뒤를 이었다. 합천군 가회면에서 농사와 노래를 짓고 부르는 남매 공연팀인 서와콩이 부른 ‘사라지지 않을 노래’는 김수연 씨가 이날 대회를 위해 평화를 주제로 만들어 처음 공개한 곡으로 큰 호응을 이끌었다.
이야기마당
–피해 당사자 치유와 재발 방지 위한 기념사업 고민
–학계와 시민사회 힘 모아 국민 공감대 끌어내야
이승무 한일반핵평화연대 대표 사회로 시작한 이야기한마당에서 이규열 회장이 “오늘 토론 주제들은 모두 우리 숙원사업이다. 심도 있고 야심차게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아 큰 소득이 있기를 바란다. 이번 평화대회가 한반도 평화 뿐 아니라 세계평화로 가는 길에 이바지 하길 빈다.”라고 했다.
발제1-“장소 문제에 치우친 활동…허점과 이후 운영 계획까지 꼼꼼히 살펴야”
첫 발제로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원 대표연구위원이 <세계비핵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시론>을 주제로 “세계비핵평화공원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약칭 원폭피해자지원법. 2016년 5월 29일 제정, 2017년 5월 30일 시행) 제 14조 규정(기념사업)에 따라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이 법에는 세계비핵평화공원 조성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피해자와 유족들의 요망에 따라 기념사업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2009년 합천군이 만든 ‘세계비핵평화공원(가칭) 조성계획안’에는 장소를 합천으로 특정하고 시설 배치계획 등을 담았다. 세계비핵평화공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세계비핵평화공원을 기념사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이를 위한 예산 확보, 추진 주체와 향후 운영 주체도 필요하다. 무엇을 담을 것인가 하는 내용이 필요하며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 다음에 이 공원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 하는 논의를 하면 된다. 지역 단위 시설이 아닌 국가기관에 어울리는 운영을 하기 위한 진정성과 열망을 넘어선 역량이 필요하다. 그래야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성하는 이 공원이 제 역할을 하게 되고 이를 위한 노력은 원폭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의무와 예의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에 토론자로 조성룡 성균관대 교수가 “우리가 살지 않던 시대에 일어났던 일을 지금 시대에 기념하기 위해 기념관, 자료관을 세우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이론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프랑스에서 발표한 ‘기억의 터’ 개념이다. 장소, 건물이 아닌 프랑스 삼색기도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므로 기억하고 기념하자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일어났던 이 사건이 과거의 사건만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보고, 최근의 원전 문제와 기후 문제도 같이 확장해 볼 수 있다. 무엇을 담을 것인가, 어디에 할 것인가, 누가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좀 더 포괄적 논의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히로시마, 홀로코스트 등 미리 정해놓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한테 맞는 역사성, 지역성 등을 대입해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지부장은 “피폭 75주년인 지금도 원폭 피해가 뭔지 몰라서 5년이나 걸리는 유전성 연구를 하고 어쩌고 자꾸 처음부터 뭘 해야 한다고 한다. 많이 배웠다는 전문가들이 너무 한가하다. 우리는 그렇게 기다릴 시간이 없다. 우리가 합천에 평화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리도 분명하다. 피해 당사자가 가장 많은 곳이 합천이다. 합천 외 지역 피해 당사자도 대부분 합천이 본적지인 사람이다. 평화공원 계획안을 만들고 여기서 이렇게 토론하게 하는 일만으로도 긴 세월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누구라도 이를 무시하면 안된다. 나라가 힘이 없어 겪은 고통이다. 우리 요구는 정당하다.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라고 격앙에 찬 얘기를 했고 청객석에서 이남재 운영위원장도 “평화공원 조성을 위해 노력한 이들 노력을 간과한 발제가 아쉽다. 위치 문제 관련해서 너무 정량적으로 해석한다. 작은 힘으로 여기까지 오면서 ‘합천의 히로시마’라는 상징성을 만드는 일만 해도 역부족이었다는 점 분명히 알아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혜경 연구원은 “(두 토론자들 발언이)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니어서 드릴 답이 없다.”고 잘랐다.
발제2-“원폭 유전 인과성 밝히는 코호트 구축…조사대상자 모집에 협조 부탁한다”
두 번째 발제로 박보영 한양대 의과대 부교수는 <피폭1,2,3세 코호트 구축 및 유전체 분석 연구>를 주제로 “지난 5월 17일부터 연구 시작했고 오늘 이 대회장 한 곳에서는 우리 연구실무진들이 합천지역 대상자 7명과 예비조사를 하고 있다. 연구를 준비하면서 이전 자료를 보니 관련 연구가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폭피해1세 지원은 부족하나마 되고 있는데 2세는 그마저도 없었다. 일본이 2세 지원을 위한 관련 유전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하고 2018년에 그 결과 발표를 했는데,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전성 질병 원인이 원폭 탓인지 그 가계 고유의 유전 탓인지 구분하려면 유전자분석이 필요하다. 부모에게 없는 병이 자식에게 생겼음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조사는 이 인과성 파악을 위해 가계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코호트 구축법을 시도한다. 이 연구 특성 상 직계 외에도 사촌 등의 친인척 질병유무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 일이 쉽지 않다. 기존 자료 부족으로 당사자 기억에 의존하는 조사에 많이 기대야 한다. 또한 1세 연령이 높아 이 시도 또한 서둘러야 해서 올해는 1세 중심으로 조사하고 내년에 2~3세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대상자가 많을수록, 정보가 많을수록, 정확하고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고 본다. 당사자 단체의 협조 부탁한다.”라고 했다.
이에 토론자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부산지회장은 “20여 년 전 아버지에게 피폭 사실을 듣고 원폭2세로 한일피폭자들과 하는 교류 등 나름 활동을 해왔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원폭피해 사실을 조사한다고 해서 협조했으나 번번이 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떤 점에서는 원폭피해 사실은 이미 나와 있는 자료는 충분하다고 본다. 고인이 된 김형률 씨만 봐도. 가해자와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 등 이 사안에 대한 무관심이 문제다. 정확하고 신뢰성을 인정 받는 연구가 되기 바란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2세들은 본인이 원폭피해2세라는 사실 노출을 꺼린다. 그 조건을 이해해주기 바라고, 그럼에도 인간다운 삶을 위해 연구사업에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이자 청주의료원 환경의학과 과장은 “확보할 수 있는 대상자 모두를 이번 코호트 구축 연구에 참여시킨다 해도 효과크기가 작은 질병 발생 차이는 그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원폭피해자 건강문제 연구는 일본이 앞서 있는데도 그 결과는 미미하다. 게다가 한국인 원폭 피해자 특유의 상황(극심한 가난 등)이 만든 질병 연관성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유전체 변이 자체가 증명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보영 교수는 “토론자들 의견 잘 반영해 의미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발제3-“지역 활동 늘려가는 시민사회의 노력 필요”
마지막 발제로 이대수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대표가 <원폭피해자 지원과 연대를 위한 지역활동의 방안>을 주제로 “현재 관련 각 지역에서 만들었거나 추진하고 있는 조례를 보면 크게 차이는 없다. 경기지역만 보면, 피해 당사자, 지원단체 협력과 연대가 늘고 있다. 1세 뿐 아니라 2,3세를 잇는 후손회도 본격 활동에 나서고 있어 흐름이 좋다. 이렇게 활동을 넓혀 온 나라에서 지원법 개정운동을 하면 효과는 더 커진다. 피폭자의 고통과 인권에서 출발해 세계 시민과 함께 지구적 인권과 평화 실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했다.
이에 김태훈 회장이 “원폭 피해자들은 많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감추고 산다. 그 고통을 알아 달라. 우리 2세가 관련 법이 제정되어 나라에 바라는 것은 고작해야 치료비 감면 혜택 정도다. 한양대 유전성 연구에 기대가 크다. 힘을 모아 좋은 결과를 만들자.”고 밝혔고 이남재 운영위원장은 “각 시도 단위 원폭피해자지원위원회 구성과 실질적 예산 편성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당사자 단체와 지역사회단체 연대 활성화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합천지역 대회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인 차옥자 시낭독자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합천 시가람회 정영희 회장은, “지역에서 시낭독 봉사 활동을 하면서 원폭복지관 어르신들을 만난 경험이 있다. 그 외에는 우리 지역에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우리 지역에서 이런 의미 있는 행사를 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코로나19 탓에 더 많은 이와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 다음 대회에는 더 많은 합천사람과 함께 하면 좋겠다.”라고 했고 서와콩으로 노래했던 김예슬 씨는 “공연 참여자로 처음 행사에 함께 하면서 원폭피해 실상과 비핵평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음을 알 수 있어 좋았다. 평화를 주제로 노랫말을 쓰고 동생과 함께 곡을 만들어 무대에 오른 일도 남다른 경험이었다. 이야기마당은 좀 아쉬웠다. 발제자와 토론자, 사회자 역할이 매끄럽지 않아 모든 발언이 자기 주장을 하는 모양새였다.”라고 밝혔다.
강제숙 원장은 “코로나19 탓에 불가피하게 합천비핵평화대회 국제토론회가 취소되어 아쉽다. 다음 대회에는 핵과 방사능 피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다양한 주제로 깊이 있는 국제토론회를 준비하겠다. 원폭 피해자와 후손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할 수 있는 내용을 더 고민하겠다. 함께 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라고 했다.
약식으로 75주기 원폭 희생자 합천 추모제 치러
이어 8월 6일(목)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뒤뜰 위령각에서 75주기 원폭 희생자 추모 제례가 열렸다. 1945년 8월 6·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피해자 가운데 한국인 피폭자 10만여명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8월 6일에 하는 이날 행사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지부장 심지태)가 주관하며 합천군·한국SGI·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이 후원한다. 올해 제례는 코로나19사태와 비바람이 거센 날씨 탓에 유족 대표, 원폭피해자 단체 임원들, 문준희 합천군수, 배몽희 합천군의회 의장 등이 모여 약식으로 치렀다.
임임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