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한신(韓信)의 오재십과(五才十過) – 권해조 논설위원
요즘 재경 합우회(재경합천모임) 단체 카톡방에 초한지(楚漢志)가 시리즈로 매일 연재되고 있어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초한지에는 한신(韓信: 기원전 196년 사망)이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의 승상인 소하(簫何)와 대화중에 오재십과(五才十過)란 내용이 들어 있다. 이는 장수가 명심하고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오늘날 경영자들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한신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면서 말한다. “일국의 총사령관은 오재십과(五才十過)의 조건에 통과한 사람이어야 하는 법입니다. 오재(五才)란 다섯 가지의 재능을 말하고, 십과(十過)란 열 가지 허물을 말 하는 것입니다.” 소하가 묻는다. 다섯 가지 재능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오? 하니 한신이 설명한다. 오재란 지(智), 인(仁), 신(信) 용(勇), 충(忠)의 다섯 가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지(智)가 있어야만 혼란을 막아낼 수가 있고, 인(仁)이 있어야 장병들을 사랑할 줄 알고, 신(信)이 있어야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되고, 용(勇)이 있어야 배반자들을 막아 낼 수 가 있고, 충(忠)이 있어야 두 마음을 가지지 않게 됩니다. 적어도 대원수가 되려면 이와 같은 다섯 가지의 재능을 반드시 몸에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소하는 탄복하며 다시 묻는다. 그러면 “십과란 어떤 것을 말하오?”하니 한신은 대답한다. “십과란 대원수가 될 수 없는 열 가지 허물을 말 하는 것입니다.
첫째, 용기가 있어도 죽음을 경시하는 자는 안 되고, 둘째, 급할 때를 당해 행동을 서두르는 자는 안 되고, 셋째 이재(理財)에 눈이 어두워 재물을 탐내는 자도 안 됩니다. 넷째, 인(仁)을 갖추고 있어도 사람을 죽일 용기가 없는 사람은 안 되고, 다섯째 지(智)를 갖추고 있어도 적을 두려워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안 됩니다.
여섯째, 신(信)을 갖추고 있어도 남을 덮어놓고 믿기만 하는 사람은 안 되고, 일곱째, 아무리 청렴결백해도 남을 이해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안 되고, 여덟째, 지략이 밝아도 결단력이 없는 사람은 안 되고, 아홉 번째, 강직한 것은 좋으나 자기 고집만 부리는 사람은 안 되고. 열 번째, 성품이 나약하여 모든 일을 남에게 맡기려 하는 사람은 안 됩니다. 이상과 같은 열 가지 중에 어느 한 가지의 허물만 있어도 그런 사람은 대원수를 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하는 그 말을 듣고 더욱 감탄하였다. “지금 여러 나라에는 장군들이 많은 데 귀공은 그들을 어떻게 보시오? 물으니 한신은 답하기를 “지금 각 국에는 대장급 인물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어떤 사람은 지략은 있어도 용기가 부족하고, 어떤 사람은 용기는 있어도 지략이 부족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재능이 있어도 군사를 지휘할 줄 모르고, 어떤 사람은 실력도 없으면서 교만하기만 하고, 어떤 사람은 부하들의 공로를 가로채기 일쑤이고 하여 진실로 존경할 만한 명장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하는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바가 있어 “만약 귀공을 이 나라 대원수로 임명한다면 귀공은 어떻게 하시겠소?” 하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한신은 가슴속에 이미 원대한 계획을 품고 있었던지라 이번에도 서슴지 않고 대답을 한다. “만약 저를 대원수로 써주신다면, 저는 조금도 뽐내지 아니하고, 모든 군무(軍務)를 병법대로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병법대로 수행해 나가겠다는 것은 무슨 말씀이오?”물으니 한신은 “평소 군사들을 대할 때는 부드럽게 대해주고, 훈련을 시킬 때에는 엄격하게 실시하고, 평소에는 조용함을 위주로 하되, 일단 군사행동을 개시하면 동적(動的)으로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무예를 연마해 나가며 산악과 같이 위연한 자세를 갖추고 있다가 일단 유사시에는 산하(山河)와 같이 전개해 나가되, 그 변화는 천지와 같이 무궁무진하게하고, 군영은 뇌성벽력이 천지를 진동하듯 하게하며, 상벌은 공평무사하게하고, 계략은 귀신같이 운영해 나갈 것이옵니다. 그리하여 죽음을 각오함으로써 생을 도모해나가고, 약한 듯이 보이면서 강함을 제압하고, 위태로운 듯이 보이면서 안전을 도모하여 10만 대군으로 백만 적군을 능히 제압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소하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그날부터 한신을 자기 집 귀객(貴客)으로 모셔놓고 그의 경륜을 좀 더 상세히 들어보기로 하였다.
한신은 소하, 장량(張良)과 함께 유방의 한나라 건국을 도운 한초삼걸(漢初三傑)의 한 사람으로 이윤(伊尹)에게 병법을, 태공(太公)에게 전략을, 악의(樂毅)에게 전술을 배운 대장군으로서 제(齊)나라를 점령 후에 가왕(假王)이 되었다. 이 한신의 오재십과는 장수가 명심하고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다섯 가지 재능과 열 가지 과오를 말하고 있는데 2천년이 지난 오늘 날 경영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