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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 시대가 열리고 있다 – 변명규

변명규 수필가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큰 소망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불로장생(不老長生)이라고 생각된다.
인류가 처음 탄생한 태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끈을 놓지 못하고 찾아 헤맨 것이 바로 이 불로장생인 것이다. 불로장생의 실현을 위한 노력으로 시대별로 대충 살펴본다면 인류가 탄생한 초창기는 인간을 신격화하여 신처럼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완전한 신은 될 수 없지만 반신반인의 변신만이라도 원했다. 그래서 신화가 창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길가메시,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아프로디테, 헤라클레스 등을 창조하여 반신반인으로 장수하면서 괴력을 발휘하도록 했다. 그것이 당시로서는 불로장생의 한 방편이었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이었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자연에서 불로장생의 방법을 찾았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진시황의 불로초와 불사약을 구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경비를 지출했다. 이러한 일은 부족장이나 왕, 상위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 불로장생의 신약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인공으로 불로장생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동양의 연단술, 서양의 연금술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연금술은 일반 쇠붙이(납, 철, 구리 등)를 금으로 만드는 기술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와 동시에 불로장생의 영약을 만드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연단술, 연금술의 허구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면서 이도 역사에서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리고 불로는 아니더라고 장생으로 자신의 신체관리와 식이요법이 등장했고,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지금까지 실행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 불로장생의 소망은 잠들 수 없었다. 과학의 발전과 생화학의 발전이 한 단계 상승한 불로장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신체구조를 분석하여 세포, 유전자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신체 내부에서 장생의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건강식, 운동 등 종합적으로 불로장생을 모색하여 인간 수명이 획기적으로 길어졌다. 20세기의 약 100년 동안 인간 수명이 30년 가까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체의 각 부분을 인공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되어 더욱 장생의 길이 열린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연구에까지 개척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현 인류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두된 큰 전환점이 특이점이란 것이다.
특이점이란 문명의 발전과정에서 가상 지점을 뜻하는 용어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가속화 하면서 그 영향의 범위가 넓어져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변화되는 시점을 뜻한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빅뱅이나 블랙홀이 그런 개념이다.
어떤 한계가 지나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 즉 상상의 지평선을 넘어서게 된다는 것으로 미래학자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Singularity is Near)’라는 저서에서 주창하여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특이점은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게 되는 시점을 지칭하며, 그러한 시기가 21세 중반경에는 도래할 것으로 주장했다.
특이점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GNR(유전공학, Genetic Engineering, 나노공학 Nanotechnology, 로봇공학 Robotic Technology)의 발전에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진보하고 인간지능이 확장되며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 활용이 가능해지고 유전자 제어도 가능해진다고 보았다. 결국 특이점이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객관적 근거는 반도체와 정보 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어의 법칙(반도체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집적기술에서 퀸텀 컴퓨팅, 3D 집적, 뉴로모픽 칩 등 전혀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IT 기술의 발전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기계적 역할뿐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판단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하며 인간들과의 교감도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있었다. 당시 알파고가 3승 1패로 단연 우위였다. 지금은 제2의 알파고가 그 때의 알파고를 백전백승한다고 하니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을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로봇에게 우리의 삶을 빼앗기지는 않을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특이점이 온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인류가 등장할 것이다.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부위를 인공물로 대체해 생체 기능을 극대화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사이보그를 트랜스휴먼(Transhuman)이라고 한다. 이미 세상에는 트랜스휴먼에 준하는 각종 의료공학적 대체물로 보완된 사람들이 흔하다. 더 나아가 인간의 지능마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게 될 경우 전혀 다를 차원의 인류가 생길 것이고 이를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 하여 새로운 인류가 예상되고 있다.
트랜스휴먼이나 포스트휴먼의 등장은 그동안 인간에게 주어진 신체를 최선을 다해 가꾸고 돌보아 오래 유지하고자 노력해 온 인류에게는 매우 충격적으로 혁명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으로 인기를 끌었던 600만 불의 사나이, 원더우먼, 슈퍼맨, 로보캅, 아이언맨, 배트맨은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의 출현이 낯설지 않게 한다. 특이점주의자들은 인간이란 존재로 정체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후생인류로 생성되어 가고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세상이 도래하면 인간의 불로장생 개념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러한 세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에 더욱 미래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것이다. (이 내용은 박상철의 ‘마그눔 오푸스 2.0’을 참고하였음)
인간이 처음 창조된 이래 그렇게도 원했던 ‘불로장생’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얼굴을 선보이고 있다. 아니 우리가 바라던 불로장생이 아닌 전혀 새로운 인류 즉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 전환의 시기가 특이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특이점의 시대가 열리면 좋은 것만 있을까? 어쩌면 더 큰 문제가 인류를 괴롭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건강하게, 행복하게, 순리에 어긋나지 않는 불로장생의 시대가 열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