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예술의 르네상스, 그 주역을 만나다 (17) – 국악인 김보영
“풍물은 사랑을 낳고~”
합천국악협회 대양풍물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보영 씨는 여느 시골 촌부(村婦)들처럼 일밖에 모르는 우직하고 성실한 여성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그녀에게 흰색 바지저고리에 청색조끼를 입히고, 삼색띠를 허리에 두른 채 손에는 꽹과리를 쥐어다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 찬 제비가 되어 농악대를 휘젓고 다니는데,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까지도 생기 돌게 한다.
그녀가 풍물을 접하게 된 시기는 대학에 들어가면서다. 특히 쇠(꽹과리)를 깊이 있게 배우기로 결심하는데 풍물단의 흐름을 이끌어내는 상쇠역할을 잘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함께 배우는 후배들이 꽹과리를 잡은 그녀를 뒤따르며 “언니가 걸으면 나도 걷고, 언니가 뛰면 나도 뛰어요”하며 흥에 겨운 응원을 할 때면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상쇠로서의 역할을 더더욱 잘 해보고 싶어 했다.
도외지에서 대학물까지 먹은 그녀가 합천하고도 대양으로 내려오게 된 사연은 이렇다. 대학시절 「진주큰들문화재단」에서는 풍물을 배우고자 하는 경남의 농촌공동체로 강사들을 파견해 주었는데, 그때 외부강사로 대양을 찾았던 것이다. 그녀의 강습 아래 풍물을 배우는 수강생들 중에는 남편(정규연)도 있었고, 당시 남편은 북채를 잡았었다.
“남편이 북 배우는 속도는 남들보다도 유난히 빨랐다. 어찌 보면 남편의 몸에는 이미 신명이 가득 했는지 너무도 열심히 북을 쳤다, 저는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았고 어느새 남편의 신명에 이끌려 북과 꽹과리가 만나듯 우리는 사랑을 했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이런 남편과의 풍물 같은 사랑은 지금까지 수천 평의 마늘, 토마토 농사에도 큰 불평 없이 서로를 연결하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또 그녀는 남편을 향해 북을 치듯 농부로서의 당찬 모습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대양풍물단은 비록 합천군의 지역풍물단이지만 벌써 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매년 대야문화재 풍물경연에도 참가하여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하며 지역에서는 매우 주목받고 있는 단체이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 이런 풍물단에도 고민거리가 생겼다.
“풍물단 언니들이 나이가 점점 늘어나면서 건강이 예전같이 않아 활동을 못하시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 다음의 후배들이 생겨 우리 풍물에 대해 애정을 갖고 배워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과 같이 희망을 얘기한다.
“대양풍물단은 국악협회와 합천풍물연합회 회원으로 지역공연의 풍성한 볼거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으로 배워가며 해내는 공연들이지만 살아가는데 큰 에너지가 됐고, 팀을 이뤄 함께 해주는 회원들에게도 덧없는 신뢰와 사랑을 느낀다. 바라만 봐도 좋은 풍물단의 회원들과 나이 들어서도 신명나는 풍물판을 만들어내고 싶은 게 저의 작은 소원이다” /천미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