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아름다운 자연과 선비의 고장 ‘전남담양’ – 권해조 논설위원
며칠 전 친구들과 전남 담양지역을 탐방하고 돌아왔다. 담양(潭陽)은 물이 그득하고 햇볕도 잘 든다는 의미로 예부터 농사짓기에 좋은 고장이며 많은 성현들을 배출한 곳이다. 그리고 담양은 산천이 아름답고 빼어난 경관과 추월산, 삼인산이 감싸고 있는 담양호는 하늘에서 보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이다.
최근에는 지자체의 관광 유치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30대 캠핑장에 포함된 자연속의 휴식공간인 메타파크 카라반 캠핑장을 비롯하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촬영했던 대나무 향기가 싱그러운 금성산성 오토캠핑장, 피톤치드 향기로 가득한 삼나무 숲 아래 아늑한 북유럽풍의 선인장 호스텔 등과 여러 캠핑장이 즐비하다.
그러나 담양하면 무엇보다 훌륭한 유학자들을 배출시킨 담양향교와 한국전통 정원 소쇄원(瀟灑園), 그리고 송순, 정철, 김인후, 임제 등 조선조 대유학자들이 자연과 풍류를 즐겼던 여러 정자(亭子)들과 올곧은 선비정신으로 시대를 노래했던 한국가사문학관을 보는 것이 탐방의 진수였다. 또한 울창한 대나무 숲인 죽녹원(竹綠苑)과 관방제림(官防堤林), 최근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걸어 보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먼저 담양읍내에 있는 담양향교(鄕校)이다. 향교란 훌륭한 유학자를 제사하고 지방민의 유학교육을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이다. 담양향교는 조선 태조때 대 성전을 세웠으며 숙종때 중축하고 영조 순조때 수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건물의 엣 정취를 잘 간직하고 있어 유명세가 높다고 한다. 향교의 구도는 일반적인 형태인 전학후묘(前學後廟)형식으로 앞쪽에 배움의 공간인 명륜당과 뒤편에 공자와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대성전을 배치했다. 향교 입구에는 역대 담양부사 들의 흥학비(興學碑)와 공적비(功績碑)를 모아 놓았다. 흥학비는 조선시대 수령이 가져야 할 7가지 덕목인 호구증가, 농사와 양잠번성, 학문증진, 공평한 조세, 고른 부역, 간편한 송사, 간활식 가운데 세 번째 덕목인 학문에 증진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관활(奸猾)식이란 간사하고 교활한 풍속을 없애는 것이다.
다음은 남면에 있는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대표적인 정원인 소쇄원이다. 정암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화순군 능주로 유배를 당하자 제자인 양산보(梁山甫:1503-1557)가 세상의 뜻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와 소쇄원을 조성했으며, 그의 호가 맑고 깨끗하다는 뜻인 소쇄옹(瀟灑翁)으로 정원의 이름을 소쇄원으로 했다. 그곳에는 손님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한 ‘비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뜻의 별서정원인 광풍각(光風閣)도 있다. 그리고 소쇄원의 담장에는 우암 송시열이 썼다는 양산보의 초라한 집이란 뜻인 ‘소쇄처사 양공지려(瀟灑處士梁公之廬)’란 큰 문패가 각인되어 있었다.
다음은 담양의 정자이다. 봉산면에 있는 면앙정(俛仰亭)이다. 중종때 면앙정 송순 선생이 관직을 떠나 이곳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던 곳이다. 여기서 퇴계 이황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과 학문을 토론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리고 고서면에 조선 중기 정철이 머물면서 「사미인곡」, 「성산별곡」을 지은 송강정(松江亭)과 식영정(息影亭)이 있다. 또한 조선 중기 오희도(吳希道:1584-1624)가 자연을 벗 삼아 살던 명옥헌(鳴玉軒)과 사촌 김윤제(金允悌:1501-1572)가 관직을 떠나 고향에 돌아와 지어 후학에 힘쓴 환벽당(環碧堂)이 있다. 그리고 담양군이 2009년 4월에 개장한 시가문화촌이 있다. 이곳은 시가문학(詩歌文學)의 산실인 담양의 정자문화를 대표하는 7정자를 재현하고, 조선 중기 시조, 가사 등의 국문학을 비롯하여 한시(漢詩)등의 시비공원과 담양출신 명창 박동실(朴東實:1896-1969)이 판소리 수련과 창작에 몰두했던 소리전수관인 우송당(又松堂)이 볼만하였다.
특히 예부터 담양은 죽세공품이 유명했는데 죽녹원을 보고 대나무의 진수를 느꼈다. 죽녹원은 약 31만 평방미터의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펼쳐 있으며, 2005년 3월에 개원했다. 대나무는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싹이 나고 약 4-5년이 지나면서 높이가 20-40미터까지 자란다. 하루에 60cm까지 자라서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도 있다. 대나무는 꽃이 잘 피지 않으나 줄기가 시들 무렵 꽃을 피우며 같은 뿌리에서 나온 줄기는 모두 같은 해에 꽃을 피운다고 한다. 대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소나무의 4배이고, 피톤치드 발생량이 편백나무의 2배로 죽림욕의 효과도 크다. 죽녹원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선비의길, 사색의 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이 있으며, 모처럼 대나무 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 속에 청량공기를 마시며 즐거운 산책을 했다.
다음은 관방제림이다. 조선 인조 때 담양천의 홍수로 하천인근 농가 60여 가구가 피해를 보자 당시 담양 부사 성이성(成以性)이 제방을 쌓고 유실 방지를 위해 느티나무를 심었다. 그때 700여 그루를 심었으나 지금은 400여년 생 320여 그루가 살아있다. 제방의 길이는 약 4km에 달하며 표지석을 보면 관방제림수(數)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담양에서 순창으로 가는 24번 국도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조성하여 새로운 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가로수 길의 총 길이는 약 8.5km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길가에 높이 10~20m의 메타세쿼이아가 심어져 있다. 1970년대 초반으로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때 담양군이 3~4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심은 것이 현재의 울창한 가로수 터널길이 되었다. 이러한 아름다움으로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 본부’ 등에서 주관한 ‘2002 아름다운 거리 숲’ 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건설교통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의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모처럼 코로나 19로 갇힌 생활에서 벗어나 담양의 자연환경과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좋은 탐방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