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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역사다(18)| “내게 침을 뱉아도 해 내겠다”는 의지 – 권길홍 수필가

전쟁후 가난, 하고싶어도 할 수 없었던 공부, 월남전 파병, 개발지상주의 폐해, 민주주의 항거 등 한국의 근대사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왔다. 현재 20여 년의 공직을 마무리 짓고 귀촌했다. 국민소득3만달러를 돌파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어떤 고난과 아픔을 가졌는지 이야기해 보고 싶다. 사실 우리 모두는 역사다./권길홍=gapowon@naver.com

지금 현재 우리가 역사적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판단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박정희는 쿠테타로 집권을 한 후 비록 적은 수의 사람들이지만 인권을 탄압하고 거의 이십년을 독재로 통치했다고 단정하고 있다. 이런 박정희를 독재자라고 단죄해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나라를 세계 최빈국에서 잘 사는 나라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초를 쌓은 역사적 인물로 보는가? 이에 대한 답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거나 바른 역사관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요즘 흔히들 하는 말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얼마 전까지 도움을 받았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만든 기초를 닦은 사람이 누구였을까? 여기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몇 마디 간단한 말일뿐이지만 이 속에는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서러운 아픔이 있었다는 걸 우리들은 제대로 이해할까? 배고프니 부자나라에 거지처럼 손 내밀어 구걸하다시피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를 얻어 와서 온 국민들에게 풀어먹인 그 아픈 추억을 이해할 수 있을까?
또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해서 이 가난한 나라를 잘사는 나라로 만들려고 하니 공장도 지어야 하고 도로도 닦아야 하며, 기업경영이나 기술도 모르는 국민들에게 경영과 기술이라도 가르쳐서 기업과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돈 한 푼 없는 거지나라에 누가 돈을 빌려주려고 할까? 그나마도 다행이었던 건 그 당시의 독일이나 미국이 경제사정이 좋아서 우리 같은 거지나라에 식량을 대주며 돈도 빌려주고, 월남전에 참전한 대가로 달러를 두둑히 주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요즘처럼 미국의 자국 경제사정이 어렵거나 자국 우선주의로 우리 같은 후진국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기로 작정했다면 우리 같은 못사는 나라에 자비를 베풀어 줄 수도 없었으리라. 또 중국이 문화대혁명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자국의 경제적 안정에만 매달렸다면 우리의 경제개발은 무척 어려울 수도 있었으리라.
그런데 후세의 우리들은 박정희가 독재라는 무지막지한 통치방법을 사용하여 정치를 했다고 짐작하거나 온 국민을 쉽게 자신의 뜻대로 움직였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 당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제개발을 위해 공장을 짓고 도로를 내는 일처럼 어떤 새로운 일을 할라치면 우리 국민들의 엄청난 반대와 어마어마한 저항을 받았다는 거다. 이름도 없고 존재도 없었던 나 같은 사람도 신문과 언론에서 그리도 박정희를 독재자니 부정의 원흉이니 매도를 하며 비난하니,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책가방을 내던지고 데모대에 합류할 정도로 그 당시의 국민들과 대학생들의 데모는 그칠 날이 없었다.
그래서 음악가이고 학자에 화가인 윤이상이나 송두율, 이응노처럼 이 나라를 욕하고 이북에 찾아가서 그들과 한편이 되어 동조하든 말든, 그리고 김지하 시인과 같은 문학과 예술로 이름을 떨친 분들이 목숨을 걸고 반대하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이 나라를 휘저을 때조차도 차갑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 사람이다. 그렇게도 심한 반대나 저항을 받고도 그런 일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의지대로 밀고 나가면서 때로는 타협하거나 설득하고 사정하면서 통치를 했다. 얼마나 국민들의 저항에 마음이 아팠는지 “내 무덤에 침을 뱉아라”라는 말을 했을까?
이 말의 참 뜻은 박정희 자신에게 침을 뱉으며 무시하고 욕을 해도 언젠가는 이 국민들이 알아주고 이해하리라고 우리들은 해석하지만 나는 달리 생각한다. 박정희 자신은 세계가 비난하고 우리 국민들이 반대해도 자기가 꿈꾸며 계획했던 그 모든 정책들을 해 내리라고 결심했던 다짐의 말이 아닐까? 한마디로 “침을 뱉아도 해내겠다”는 의지!
요즘에야 안 일이지만 강철 같은 박정희라는 사람에게도 이 나라를 잘 다스려 국민의 사고와 생활습관을 바꾸면서 목표대로 이룬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그 욕 먹어가며 아등바등 할 게 아니라 이름만 거창한 어느 전직 대통령처럼 제 몫이나 챙겨서 재단 만들어 허울만 드러내거나, 외국 어느 후진국의 원수처럼 대통령 때려치우고 달아나 제 먹고 살 것 챙겨서 숨어 지내고 싶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자신의 목표였던 경제개발을 통한 부국강병은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