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정인조(70세) 향우, 파주 임진각에서 합천까지 500km 걷기 성공

-18일 일정으로 ‘평화 기원, 고향 사랑’ 염원 담고 5억 기부
-율곡면 갑산1구 출신, 부천희망재단·부천민주평통 등 활동
-누적 기부액 20억원, 나눔문화 퍼뜨리기 위해 유산기부 10억 예정

정인조 향우가 합천군청에 도착해 지역민, 도보행진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합천구간 중 일부는 김기태 합천민주평통 회장 등 지역민이 함께 걸었고 합천읍 왕후시장부터 합천군청 구간은 문준희 군수, 배몽희 군의회 의장 등도 함께 걸으며 그를 응원했다. 애초 정인조 향우는 이 행사를 지난해에 하려고 준비했는데 코로나19 상황 탓에 올해로 미뤘다. 그는 “고령에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조건, 폭우를 맞아야 하는 날씨 등이 위기였지만 더 미룰 수 없어서 길을 나섰고 많은 이가 도와줘서 든든했고 그에 힘 입어 큰 탈 없이 완주할 수 있어 고맙고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합천교육발전위원회에 1천만원, 이번 행사 기념으로 합천원폭피해자복지관에 1백만원, 율곡면다문화가정지원사업단에 3백만원 등 총 5억을 기부했다. 정인조 향우는 그동안 총 20억을 기부했는데 이 중 합천군에 직접 지원한 누적액만 총 4천만원이 된다. 그는 “이후 유산기부운동으로 10억을 더 기부할 예정이다. 나를 키워준 고향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이렇게 실천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율곡농협 둘레 황강가 강둑을 걷다가 정인조 향우가 벗들을 세우고 어린 시절 추억을 얘기할 때는 그리움과 회한에 젖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18일 500km 걷기의 대장정이 끝나는 곳, 갑산1구마을에 이르자 주민들이 “완주를 축하한다. 환영한다.”며 박수를 치며 맞았다.

정인조 향우(70세. 율곡면 갑산1구 출신. 경기 부천 거주)가 40년 염원인 ‘걸어서 고향 가기’ 버킷리스트를 성공시켰다. 그는 지난달 19일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망향의 노래비 앞에서 ‘고향 사랑 평화 기원 걸어서 500km’ 구호를 걸고 출발해 18일 만인 9월 5일(일) 낮, 고향인 합천 율곡면 갑산1구마을에 닿았다. 그는 이 걷기에서 1km 걸을 때마다 1백만원 기부로 총 5억을 기부하면서 ‘선한 영향력’ 실천도 겸했다. 아래는 지난 5일 마지막 날 일정을 함께 하면서 그와 나눈 얘기다.

이제 곧 고향에 닿는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정인조: 야릇하다. 고향이 눈에 들어오니 여러 가지 생각과 마음이 섞여서 눈물이 자꾸 난다. 평소에도 했던 생각이지만, 찾아갈 고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볼 때 그 차이가 크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깊은 그리움으로 이렇게 찾아올 고향이 있어 나는 참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부모님 기일이나 명절, 또 오고 싶을 때 왔던 고향이지만 늘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이 그리움은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그 마음이 인생 70을 넘기면서 할 일로 오래 준비한 버킷리스트인 이번 걷기였다.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코로나19 상황, 장마기간 오락가락하는 날씨 등 위기가 있었는데 단 한 구간도 혼자 걷지 않을 정도로 물심양면 도와준 이들이 있어서 큰 탈 없이 이 여정이 끝나게 되었고 이렇게 고향이 코 앞이니 이제야 안도한다. 18일 일정을 함께 한 벗들과 나눈 대화, 선한 영향력에 대한 생각 등 그 여파가 어떻게 될지 기대도 된다.
고향을 떠나 산지 어언 반세기, 그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늘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고 그립고 편안한 곳에 오니 새삼 우리 사회에서 평화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분단된 나라에 사는 우리는 결국 여러 구속에 처해 고통 받아왔고 여전히 그러하다. 하루라도 빨리 그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녀노소 누구 가릴 것 없이 평화롭게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평화 기원’도 이번 걷기에 구호로 담았다. 공감하고 함께 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바란다.

18일 일정 중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정인조: 첫 6일째 걷고 힘들었고 그 다음이 무주 구천동까지 오는 길, 무주시내 지나 어디쯤으로 기억하는데 그날이 정말 힘들었다. 그날만 45킬로를 걸었다. 오전에 25킬로를 걸었는데 어느 순간 졸면서 걷고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이러다 오늘은 이렇게 끝내야 하나 싶었는데 놀랍게도 점심 먹고 나니 다시 힘이 나 오후에 20킬로를 더 걸었다.

기억에 남는 구간이나 함께 걸었던 이들과 나눈 얘기 중 기억에 남는 얘기가 있다면?
정인조: 공주 이남 구간에서 차량 답사는 했는데 실제 답사를 못해 약간 불안한 채로 길을 나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5킬로나 3킬로 정도씩 길을 잘못 들어 돌아가는 시행착오를 몇 곳에서 겪었다. 나머지 금강 이남에서 합천 구간까지는 큰 도로변을 걸을 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국도 옆 농로, 또 일부는 그 지역에서 만든 데크나 우마차가 다닐 만큼 한적한 길을 걸어 아주 좋았다.
특히 공주에서 합천까지 구간은 걷기코스로 개발하면 참 좋겠다. 구간별로 하루, 이틀, 사흘구간으로 만들면 상당히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아산 외암마을에서 계룡시로 넘어가는 길도 매우 좋았다. 계룡에서 금산으로 질러가는 농로와 1차선도로로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 와, 우리끼리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금산에서 무주로 오는 길, 무주에서 거창 오는 길, 거창에서 가조로 오는 길목 길목마다 일반차도가 아닌 길도 추천한다. 가조에서 묘산으로 넘어오는 길, 언덕길도 힘들었지만 정말 예뻤다. 이렇게 감탄하며 걷다보니 고향사랑 뿐 아니라 ‘나라사랑, 국토사랑’하는 마음까지 샘솟더라.

오랜 소원을 끝낸 뒤 부천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지낼 계획인가?
정인조: 그동안 욕심도 지나쳤고 거절 못해서 맡거나 벌여놓은 일이 많다. 이제 나이도 있고 ‘선택과 집중’, 다른 이에게 넘길 일은 넘기면서 정리하려고 한다. 걷고 있는 중에 부천민주평통 회장 직에 연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일은 더 해야 하는 일이라 부천으로 가자마자 새 인선을 짜야 한다.

합천군민, 향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정인조: 한 시절 20만명에 이르렀다는 군민이 현재 4만5천명 수준이고 여기서도 계속 줄어든다고 어제 만난 자리에서 군수가 걱정하던데 안타깝다. 산 좋고 물 좋은 합천 아닌가. 많은 향우가 그런 합천 출신임을 자부심으로 삼고 살아가길 바라고 그 마음만큼 고향을 사랑하는 정성을 모아주면 좋겠다. 현재 합천에 사는 이들에게 자긍심을 불어넣어주는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처럼 본인이 나고 자란 마을부터 사랑하는 방식을 권한다. 조상이 묻혀있고 또 내가 묻힐 곳이니까. 합천사랑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 무엇보다 우리 마음의 근본은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름다운 합천을 고향으로 두었다. 고향 합천을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모아내고 실천하자.

그의 마지막 여정을 이틀에 걸쳐 함께 하니 문득 옛 일이 생각났다. 몇 년 전 정인조 향우는 자비로 《친일인명사전》을 사서 “필요한데 비싸서 직접 구매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기증하고 싶다. 기증할 곳을 대신 알아봐 달라.”고 당시 기자가 일하던 ㅎ신문사에 문의한 이력이 있다. 그 때 정인조 향우가 보낸 사전을 받은 곳은 가회초등학교 도서관과 합천문화원이다. 이후 정인조 향우는 “단 두 곳에서만 사전을 달라고 해서 매우 놀랐고 안타까웠다. 10질이든 더 되든 필요한 곳이 있다면 기꺼이 다 보낼 생각이었다. 살만한 사람은 본인이 직접 샀다고 보기도 그렇고, 그 사전의 의미를 생각하는 이들이 합천에 그만큼 적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사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지극한 합천 사랑을 실천하는 정인조 향우의 ‘18일 걷기 대장정’ 성공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며 합천 사랑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면 좋겠다. /임임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