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역사다(21) – 우린 배은망덕한 민족이 아닌가? – 권길홍 수필가
배은망덕한 건 우리 인간의 모자라고 어리석은 근성에서 비롯되는 문제인가, 내가 잘 아는 로마역사에서 오늘 이 시점에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일을 풀어보려 한다.
아프리카를 정벌한 사람이라는 “아프리카누스”라는 존칭에, 원로원의 “제1인자”였던 스키피오의 얘기다. 우리가 잘 아는 한니발과의 전쟁에서 끝없이 패배할 당시의 로마라는 나라가 부끄럽고 처참했던 시절부터 시작된다.
스키피오는 열일곱 살 때부터 전쟁에 참여하여 에스파냐로, 북아프리카로, 로마 자국의 영토 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지중해를 종횡무진으로 달리며 한니발과 맞붙었던, 또 갈리아와 시칠리아, 시리아까지도 가서 싸웠다. 정말 한니발에게 짓밟히다시피 엉망인 나라를 위해 싸워서 승리했던 구국의 영웅에게 이천 년 전의 로마는 어찌했는가? 한니발의 숨통을 끊어놓았고 이겼던 자마전투가 끝난 지도 15년이 지났을 때, 목 넘어 꿀떡인 사회는 로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로마시민들은 과거의 한니발에게 당했던 그 치욕은 다 잊어버리고, 스키피오의 눈부신 활약도, 과거의 로마가 한니발의 발밑에서 짓밟혔던 어려움도 형편이 좋아지면 다 잊어버리는 건 로마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모자란 두뇌 탓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오로지 스키피오가 너무 오래 그 승전의 영예를 독차지한다는 질투심에 일부 원로원의원들이 탄핵한다. 명목은 지난 집정관과 총사령관 시절에 사용했던 공금횡령! 반대파의 리더는 선동가 대 카토, 이 사람은 스키피오의 하늘 높이 솟아오른 인기를 질투하는 많은 원로원의원들처럼 열등감에 항상 주눅이 든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이때의 고발사유에 17년 전의 일도 끄집어내어 포함시켰다고 한다. 이 오래된 사건은 스키피오가 월권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자신의 통치구역인 시칠리아를 벗어난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졌으니 한니발에게 반기를 든 로크리라는 항구를 전략상 이유로 시민들과 공동작전을 벌여 탈환한 것이었다. 이 당시에는 전쟁에서 거둬들인 노획품으로 받아들여 문제를 삼지않았다가 권력에서 멀어지고 난 후, 나이가 들어 병약해진 스키피오를 무차별로 공격한다. 원로원에서 인정한 임지를 벗어난 행위를 했다고,
우리나라와 어찌 그리 꼭 같은 지, 이래서 또 역사는 유전한다는 걸 똑똑히 보여준다.
박정희가 경제개발을 했네,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경제수준으로 올려서 생활의 안정을 가져왔네 하고 추켜세워줘 보아야 현재의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도 득이 되지 않으니 모른 체 하고 무시하면 된다. 그 정도가 아니라 독재를 했니 욕하고 역사의 뒤편으로 밀쳐내면서 세계가 칭송하는 그가 쌓은 그 귀한 업적과 이념을 뭉개고 밟아버리는 우리는 마치 스키피오의 작은 약점 하나로 탄핵을 하는 2천 년 전 로마의 원로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원로원의원 가운데 제1인자라는 명성을 시기하고 구국의 영웅으로 대접해주는 게 싫어서 영예 자체도 살려놓지 않으려 하는 로마 원로원과 선동가에게 놀아난 시민들! 오늘의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배은망덕한 그 어리석은 마음도,
박정희라는 이름을 우리 역사에서 삭제해야 자신의 그 미미한 존재감이라도 드러낼 수 있을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에 큰 착각이다. 그런 속물적인 생각보다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박정희를 살아있도록 하면 역사적 정체감을 심어주어 항상 침략이나 당하는 약소국의 사고에서 벗어나게 하고, 무려 2천 년간이나 부지불식간에 심어진 패배적 근성에, 못 살고 가난했던 민족적 열등감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걸 왜 모를까? 또 역사적 긍지를 가진 민족이라는 그 교육적 효과는 얼마나 클지 아무도 헤아리지도 못하는 어리석음만 드러낼 뿐이다. 박근혜도 마찬가지다. 그의 일본 아베와의 담판으로 위안부문제를 타결한 거나 연금의 고갈이라는 불안감이 생기는 요즘 공무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인기는 생각하지 않고 5년간 연금동결을 밀어부친 용기와 뱃장을 우린 다 잊는다.
그래서 달리 생각하는 여유를 보인다면 어떤 사람이 진정 이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지 갈팡질팡하면서 헤매는 정치인들에게는 통치술이나 통치 이념의 귀감으로서 박정희라는 멋진 인간상을 심어줄 수가 있는 것 아닐까?
다시 로마의 얘기로 돌아가서, 자신을 탄핵하려 한 원로원과 시민들에게 스키피오가 한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배은망덕한 조국이여, 그대는 내 뼈를 갖지 못할 것이다.”
“내가 죽은 후 무덤도 로마에 남기지 마라!”
아마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 계셨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하실 말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