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세기(世紀)의 육수(肉水) – 정개모 합천군문해강사
제목은 소, 돼지 등 뼛국처럼 거창하나 이건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정말 꽤 쩨쩨한 세기의 국물이다. 얘긴 즉 지금으로부터 약 43년 전 중부전선 00부대 GOP 근무당시의 일이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벙커로 돌아오면 통상 라면, 건빵 등 야식을 먹는다. 때는 몹시 추운겨울철이라 야식대비 물이 얼지 않은 낮에 샘터 물을 미리 준비해 놔야 하는데 그날따라 졸병 서로 미루다가 물을 준비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하느님 동기인 고참들께 물이 없다는 이유로 라면을 끓여 드리지 못하면 줄줄이 곡소리 나게 된다. 졸병 서넛이 모여 물을 준비할 갖은 궁리를 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끙끙 하던 중 소대장 따까리(시중병)가 소대장 침대 밑에 발 씻은 물이 있는데 그거라도 쓰면 안 되겠냐고 제의 하는데 모두 반신반의 하였다. 하지만 소대장 발 씻은 물로 고참 라면 끓여줄 것을 생각을 하니 좀처럼 맘이 내키지 않았다. 발각되는 날에는 바로 염라국으로 직행한다. 당시 그곳 벙커에는 물이 너무 부족하여 소대장도 물 한 세숫대야 받으면 발 한번 씻는 것이 아니라 너 댓 번 씻고 버리는 실정이다. 정말 찐한 육수가 아닐 수 없다. 물을 끓이기 전 냄새를 맡아 보니 그 향기 정말 뿅 갈 지경이다. 그래도 결론은 수퍼를 좀 많이 넣고 그 펄펄 끓여 세균을 소탕한 다음 라면 건더기를 잘 저어서 평소와 같이 끓여 드렸더니 왠지 그날따라 고참 정병장, 좀 짜긴해도 정말 맛있게 잘 끓였다고 칭찬까지 아끼지 않았다. 이때 졸병들은 가슴이 두근두근 새파랗게 질려 있다. 아마 그 라면 잡수신 고참들 세상에서 가장 찐한 진짜배기 육수, 향기로운 발꼬랑내 메이커 라면을 잡수셨으므로 강력한 항체가 생겨 위암, 폐암 코로나19 걱정 없이 무병장수 할 것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크게 죄송하다. 충서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