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冬(입동) – 佳松허종학 가회중학교 재단 이사장
입동(立冬)은 그해 24절기의 19번째 상강과 소설 사이에 들며 이때부터 겨울이 시작된다고 한다. 대개 11월 7, 8일경 음력은 10월이다. 올해의 입동(立冬)은 11월 7일 바로 오늘이다.
입동(立冬)이란 겨울로 들어서는 첫날, 겨울의 문턱, 겨울의 시작을 알리고, 우리들의 큰 행사로는 겨울 준비를 위해 김장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이제 추운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코로나니 뭐니 해서 삶이 힘이 드는데 겨울까지 찾아와서 또, 우리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려는지 걱정이 앞선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겨울나기는 판이하다. 있는 사람은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히터등 냉/난방시설이 잘되어 있어 여름과 겨울나기엔 큰 걱정 없지만, 없는 사람들의 여름나기는 산과 들, 바다로 가서 더위를 피하면 되지만 겨울나기는 추우면 갈 곳도 없고 돈이 없어 난방시설도 할 수 없어 힘든 삶에 무거운 짐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입동(立冬), 그 말 자체가 듣기에도 부자연스럽지만, 겨울이 일어선다는 말이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사람이 갑자기 일어선다는 것은 무슨 일이라도 내겠다는 뜻일 것 같다. 더구나, 코로나 때문에 약 2년 가까이 죽지 못해 사는 판에 또, 입동(立冬)이란 반갑잖은 동장군의 분신이 엄포를 높으니 겁에 질리고 추위에 시달리고 너무 걱정스럽다. 죽는 놈은 개구리라더니 이래저래 돈 없는 서민만 힘들고 삶이 너무 힘겹다. 그래도 살아 남으려면 동식물들은 겨울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사람은 이제 부터 김장을 하고 월동준비를 단단히 해야 하고 나무들은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낙엽을 떨구고 풀들은 서서히 말라갑니다.
동물들은 땅속에 굴을 파고 겨울잠을 잘 채비를 하는 등, 자연의 모든 동식물은 다가올 추위에 대비를 서두르는 시기다. 그러기 위해서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야 하기에 입동(立冬)이란 절기를 명명한 게 아닌가 하고 억지 또는 누추 해석을 해본다.
늦가을 정말 멋진 계절이다. 누렇게 물든 황금 들녘 오곡백과 온갖 나무들이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고 낙엽 준비를 하고 있는 이 좋은 계절을 함께 즐겨 보려 오늘, 내일 하다가 입동(立冬)이란 계절에 빼앗긴 거 같은 느낌이다.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우는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글귀를 보면서 매사를 그때그때 처리해야 함이 옳으리라 생각이 되어진다. 하지만, 다윗왕의 반지에 새겨진 글귀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했다. 우리들의 삶을 뒤돌아보면 늘 후회와 상처만 남는 것도 같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지는 아픔이 있기 때문이요. 사랑이 아름다운 건 이별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사람은 죽음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인도 격언에는 ”가게에 오는 손님과 죽음은 언제 올지 모른다.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가는 게 인간“이라고 했다.
입동(立冬)이 우주 만물을 위협하는 이 순간에도 가을도 가고 세월도 가고, 그리고 우리들도 가고 있다. 내일 떠나는 순간에도 빈터에는 나무 한 그루 심어주고 떠날 수 있는 마음으로 우리는 힘든 내일의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고 더는 겨울나기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이 되도록 했으면 좋을 것 같다.
온통 가을의 낭만이 짙은 늦가을의 어느 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밑 낙엽을 밟으며 늙은이 답지 않게 ”찻잔 속에 가을을 넣고“라는 김정래님의 노래 들으면서 이 멋진 만추를 보내고 진짜 추위를 맞을 준비를 할까 한다.
유비무한 대비를 잘하는 사람에겐 큰 우환은 없다고 한다. 입동(立冬)이 오고 간 자리엔 또 입춘이 오겠지!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온다고 했기에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내일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또 행복하게 사는 게 옳은 삶인 거 같다.
우리 모두 힘내자! 파이팅! 입동을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