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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역사다(24) | 독재를 했다는 그 시절에 언론이 한 일은? – 권길홍 수필가

전쟁후 가난, 하고싶어도 할 수 없었던 공부, 월남전 파병, 개발지상주의 폐해, 민주주의 항거 등 한국의 근대사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왔다. 현재 20여 년의 공직을 마무리 짓고 귀촌했다. 국민소득3만달러를 돌파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어떤 고난과 아픔을 가졌는지 이야기해 보고 싶다. 사실 우리 모두는 역사다./권길홍=gapowon@naver.com

1974년, 과거 유신독재라는 시절에 동아일보 기자 100여명이 자유언론 실천선언을 발표하면서 언론에 대해 정권의 간섭에 항의하는 활동을 했다. 이에 광고주들이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았고(물론 정부에서 기업에 압력을 넣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신문사는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기자들을 해직시켰다. 이런 일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초기집권 그 당시에는 비일비재할 만큼 자주 일어난 일이었다.
이 말을 여기에다 늘어놓는 이유는 요즘 젊은이들이 조선,동아로 대표되는 주류언론들을 너무 나쁘게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나라도 바른 사실을 알리고 뭔가 해명을 하고 싶어서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독재라고 칭하는 과거에는 주류언론들이 하나같이 정부의 시녀로서 친정부적인 기사를 썼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과거 그 엄중했던 시절에 언론의 사명이나 기자로서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정권에 복종한 줄로만 생각하는데 이 사건 하나만으로 보아도 그 당시에 주류언론사의 기자들은 서슬 시퍼렇게 기자로서의 본분을 잘 지켰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목숨까지 걸 정도로!
오히려 그 정도가 지나쳐 정부가 하는 일에는 무조건 불신하고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과 또 당시의 야당에서 주장하는 반정부적 태도에 너무 쉽게 부화뇌동한 게 결점이라면 결점일 만큼 언론인으로서 비평하고 옳은 신념과 바르게 밝혀내려는 의무감에서는 확고한 자세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도 악착같이 정부정책에 반대하고 기사를 써댔던 그 기자들이 지금은 당시의 자신이 썼던 기사에 만족하거나 그 당시의 독재라고 깍아내린 정부에 관한 자신의 취재자세나 태도에 확신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그 당시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으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썼다면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나 않을까? 왜냐하면 그들이 그리도 불신하고 반대했던 정부의 경제정책들이 대부분 성공하여 세계가 놀랄 만큼 지금은 화려한 결과를 뽐내고 있으니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말하기가 좀 쑥스럽지나 않을까?
말을 꺼집어 낸 김에 다른 얘기를 해보려 한다.
요즘의 언론을 보면 신문은 신문대로, 방송은 방송대로 숫자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지금의 언론사들끼리 경쟁하는 건 시청자나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기업의 수익론이 언론사에도 적용이 되어, 바른 사실을 전한다는 본연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독자나 시청자의 심지어 광고를 하는 기업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고 보도하여 신문의 판매부수를 올리거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전력을 투구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래서 상대언론의 논조나 해석을 다르게 하여 반대의견을 가진 독자층을 끌어들인다든지, 주 독자층을 일부 맹목적 사고를 가진 젊은이로 삼아 비평적 기사나 폭로성 기사로서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추어 고객으로 잡는다든지, 또 정부의 정책에는 사정없는 반대의견을 드러내어 어떤 고객층에는 속시원한 청량제 역할로서 신문이나 방송에 대한 열성고객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일은 좋은 면도 있겠지만 언론의 고유 사명인 사실대로 정확히 전달한다는 자세보다 신문이나 방송사의 이익을 위해 뉴스나 기사의 왜곡된 측면이 생길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는 언론들도 시청자나 독자인 고객을 의식하고 심지어는 판매부수와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의 속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이라는 가장 공정해야 하고 올바른 사고를 가진 집단이, 독자를 많이 확보해야 하고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의 속성을 겸해야 하므로 순수하지 못하거나 단편적 지식으로 무장하여 편협된 기사를 보도하면 결국은 온 국민을 부정적으로 가르치거나 부화뇌동하기 쉽게 만들고 감정적인 독자층으로 만든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심지어는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그 들의 마음에 맞는 내용으로만 채운다면 또 하나의 지역감정을 언론이 조장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를 금할 수가 없다.
또 위의 글과는 달리 요즘 홍수처럼 쏟아지고 함부로 비평하는 뉴스는 시대의 흐름인지 아니면 언론사의 의도적 행위인지 분간이 안 간다.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에 나온 말처럼 “권력을 공고히 하길 소망하는 당대의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빤히 보이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는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게만 하면 된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되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고, 뉴스 속 의제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살인자들과 영화배우들의 화려한 행각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갱신하여 사방에 뿌림으로써, 바로 조금 전 긴급해 보였던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중이라는 인식을 대중이 갖지 않도록 조처하기만 하면 된다. 이 정도면 대다수 사람들이 가진 정치적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약화하는데 충분할뿐더러,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사람들이 정치현실을 바꾸기 위해 끌어냈을 결의를 훼손하는데도 충분하다. 현상태는 뉴스를 통제하기보다 오히려 흘러넘치게 할 때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면 우리가 읽고 보는 그 숱한 뉴스를 보며 바른 뉴스를 쫓아가는지, 언론사나 정치인들의 기획에 우리 눈이 멀어 가는 건 아닌지 제대로 판단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