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바위꾼들 – 문계성 수필가
대개, 정치의 정도(正道)나 대의(大儀) 논할 때는 고사(古事)를 예로 드는데, 인간들이 노는 꼴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기 때문이다.
하극상이 판을 치던 춘추전국 시대에 사상가인 “공자”는, 그 난장판인 정치 현실을 보다 못해 군자위정(君子爲政)을 부르짖었다. 정치에 소인배들이 개입되면 정치판이 난장판이 되니, 소양과 덕목을 갖춘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로 비추어 보면 “내로남불”이나 “위선”하는 교활한 소인배들, 편협한 관념에 찌들어 상식을 짓밟는 자들이 정치에 개입하면 정치판이 난장판이 되니, 법치와 대의를 아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이 될 것이다.
역사를 보면 우리는 예전 사람들이 하던 짓을 끝도 없이 따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전국 시대의 유세가인 ‘공손 앙’이 진나라 왕을 설득하여 새로운 법령을 만들어 시행했는데, 열 집은 십(什)으로, 다섯 집을 오(伍)로 조직하여 서로 감시하고 적발하여 연좌하게 하고, 고발자에게 상을 주었다. 새로 만들어진 법령에 대하여 ‘좋다’ ‘나쁘다’ 평가를 하면 이들은 모두 “교화를 어지럽히는 자들”로 몰아, 한데 모아서 척박한 변방으로 이주시켜 버렸다. 그 후로 법령에 대하여 감히 말하는 자가 없었으므로 어떤 악법도 집행이 가능해졌다. 북한(北韓) 권력이, 주민들을 몇 가구씩 조직해서 서로 감시케 하고, 불만이 있는 자들을 색출하여 집단수용하는 것과 똑같다. 북한은 ‘공손 앙’으로 부터 배웠을까? ‘공손 앙’은 여권(旅券)이 없으면 객사에 머물 수 없는 법령도 만들어 시행했는데, 나중에 그가 모반죄로 몰려 도주하게 되었을 때, 여권을 제시할 수 없게 되어 객사에도 머물지 못하고 쫓겨 다니다가 붙잡혀 거열형(車裂刑)을 당해 죽었다. 역사는, 세상만사가 자업자득이며, 사람들의 행위는 역사에 낱낱이 기록되어 만세에 회자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요즘 우리 사회는 소위 ”검수완박“ 때문에 시끄럽다. 먹고 살기에 바쁜 일반 사람들은 관심 밖의 일이지만 집권당은 목숨을 걸고 덤빈다. 왜 그럴까? 일반인들은 대개 검찰과 별로 상대할 일이 없지만, 이들은 검찰과 볼 일이 아주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에서의 검찰개혁이란, 검찰에 주어진 수사권과 공소권이, 윗 권력의 눈치 보지 않고 법대로 집행되게 하는 것이다. 공정하게 일 처리 할 사람을 검찰청장으로 앉혀 공정무사하게 법을 집행토록 하고, 비리가 발견되면 탄핵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집권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그 방향부터가 야릇하다,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아 아예 검찰을 와해시켜 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우리나라는, 경찰의 수사를 검찰이 검토하여 공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에 미비한 사항이 있으면 직접 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청하여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만약, 검찰의 수사권이 없어지면, 경찰의 수사 미비나 부정 수사 같은 것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지금 집권당이 추진하는 검찰수사권완전박탈법안의 골자는, 검찰의 수사권과 검찰의 경찰에 대한 강제 보완 수사 요구권을 없애 버리고, 현재 검찰에서 조사 중인 사건들 – 대장동 사건이나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 을, 법안 통과와 동시에 수사 중단하고 경찰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구호에 불과하고, 사실상 이들이 추구하는 이 법안의 입법 목적은, 현재 검찰에서 조사 중인 이들에 대한 정치 사건들을 전부 경찰로 이관시켜, 사건 조사를 지연시키거나 증발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현 집권당과 대통령은, 자기들이 검찰총장 감투를 씌워준 청장이, 집권당의 총아(寵兒)와 그 가족을 수사하고 기소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검찰청은 수사권과 공소권을 다 가진 막강한 권력이며, 공정하지 못하므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검찰이 두 전직 대통령을 잡아넣을 때는 “정의가 살아 숨 쉬는 검찰”이 되고, 자기 편을 잡아넣을 때는 “개혁되어야 할 검찰”이 되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이들은, 두 전직 대통령을 잡아넣은 검찰이 곧장 그들 편 사람들도 수사하자, 검찰에 대하여 큰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사냥을 끝낸 사냥개의 이빨을 뽑듯, 검찰의 이빨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2020. 1. 에는, 검찰은 6대 중대범죄에 대하여만 수사할 수 있도록 검찰청법을 바꾸었다. 그러나 검찰청법을 그렇게 바꾸어도 검찰의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고민하다가, 검찰청법을 바꾼지 거의 1년 만인 2021. 2. 에는,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마저 빼았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겠다면서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선언했다. 어떻게 해서던 검찰의 수사권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들이 이토록 검찰의 수사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정치 범죄 수사에 많은 경험과 숙련된 수사기법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칼날이 매우 날카롭기 때문일 것이다. 집권당의 검찰 핍박에 반발하여 사표를 낸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이 당선자는 이 정권이 추구한 반일 한미동맹의 약화, 대북정책과 친중 정책, 원전 기피, 이념정치에 대하여 반발했다. 이들이 핍박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수사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들로서는 가장 예리한 칼날인 검찰의 수사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이들이 정권을 내려 내놓아야 할 시점에 돌연, 검찰의 수사권을 아예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내놓은 소이(所以)일 것이다. 이들은 중대범죄사건수사청의 설립 때까지도 기다릴 수가 없을 만큼 사정이 급박해진 것이다.
소위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은 경찰 비리와 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비리에 대해서만 수사를 허용하도록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법안이다. 즉 검찰이 비리 정치인들에 대하여 아예 수사를 할 수 없도록 못을 박는 법안이다.
국민들은 이미, 국가의 기본이 되는 법안을 이들이 왜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잔치집 전 부쳐 내듯 서둘러 급조하려는지 알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공수처를 만들었지만 공수처의 수사능력 부족은 세상이 다 아는 현실이다. 이는 억울한 죄를 없애고, 있는 죄를 발본하려면 숙련된 수사기법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말해 준다. 이 법안에 따라 검찰의 수사권이 경찰에 넘어가면, 경찰은 일반 치안 사건, 중대범죄 사건, 그리고 내년부터는 대공 사건들에 대한 수사권도 갖게 된다. 기존 권력에다 검찰 권력까지 더한 거대 경찰 권력이, 검찰보다 순수하고, 헌신적이고, 능력 있고, 정대할 것이라는 근거는 있는가?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겠다고 하다가, 이제는 조석변개하여 수사완박법을 급조하려는 집권당을 국민들은 어떤 눈으로 볼까? 대체 무슨 큰 죄를 얼마나 지었길래, 저렇게까지 해가며 검찰 수사를 피하려 하는 것일까 하고, 반문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정치집단은, 국민을 돈이나 몇 푼 던져주면 좋아할 못난 돼지로 안다. 국민은 개인으로는 작은 파도이지만, 집단으로는 거대한 물결이다. 이 거대한 물결이 분노하면 세상의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린다. 이들은 잠자는 것같이 보이지만, 항상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