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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역사다(35) 공부만 잘하는 사람 (2) – 권길홍 수필가

거의 20년을 넘게 인기리에 방영되던 개그콘서트가 문을 닫은지 2년 만에 새로 <개승자>라는 간판을 달고 얼굴을 내밀었다. 이 개그맨들끼리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다 관중과 시청자를 의식하는 마음들! 물론 스탭들이 채점도 하는데 그 치열함은 보는 내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요즘 정치판을 들여다볼라치면 정치하는 많은 분들이 고시출신들이다. 그런데 이 고시출신들은 시험 한번만 잘 쳐서 합격하면 우리 한국에서는 최상의 위치에 올라가게 되고 또 어릴 때부터 항상 가족들이나 남에게 칭찬 받았던 그 위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직업이다. 저 개그맨들과 달리 시험 한 번으로 모든 게 결정이 되니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미덕을 갖출 필요도 없고 항상 국민들 위에 군림하기만 하는 직업이 되었다.
저번 대통령 선거의 경선에 참여한 황교안 대표나 이재명, 윤석렬당선자 외 많은 사람들이 고시에 합격을 했으니 공부를 잘했을 테고 공부 잘하는 이분들이 정치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한 나라의 국방과 외교에 경제까지 앞으로는 통일의 계획까지 세워서 세계를 바라보며 국가대사를 움직일 분들인데 공부만 잘해서는 뭔가 부족할 게 많을 것 같다. 개그맨들도 입사할 때 시험을 쳤지만 그 후에는 동료들 간의 경쟁을 의식하여 끝없는 절차탁마의 자세로 자신을 갈고 닦아야 그 자리를 유지할 수가 있고 인기를 얻을 수가 있다. 한마디로 한번 개그맨이라고 영원할 수가 없는 구조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비록 지방대학이지만 68년도에 부산대학교 법정대를 합격한 사람이고 5급을류, 즉 요즘의 9급 공무원시험에도 두 번이나 합격을 했다. 또 그 후에 경쟁률이 6십대 1을 넘었던 요즘의 7급공무원에도 합격을 할 정도로 공부는 잘했던 사람인데 내가 과연 유능한 사람이었던가? 물론 겨우 7급과 고시공부를 비교해서 미안한 말이지만 그래도 공부한 일을 돌이켜보면 공부는 잘했지만 공부 이외의 부분에선 크게 모자라는 사람이었다. 특히 미래를 보는 안목도 모자랐고 인간관계에서 많이 부족한 사람인데도 그 후의 이력서를 보면 이 공부 잘했던 거 하나로 내 인생이 결정되었던 걸 알 수가 있다.
그 공부가 뭐라고?
그런데 우리 사회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을 존경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못 가진 지식을 가졌기 때문일까? 그런데 그들이 가진 지식은 누굴 위해서 존재하는가? 공부한 그들 개인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공부한 사람들을 존경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 우리가 잘 생각해야 한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만을 위해 공부한 사람들이고 이기적인 목적에서 공부했다면 우리가 그들을 존경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공부한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정치를 잘하기 위해 사용하거나 이 사회가 잘되기 위해 쓰여진다면 그들은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그저 이기적인 욕심에만 사로잡혔거나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자기 개인만을 위한 공부를 하여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그들 하나하나는 암적인 존재가 될 뿐이다. 요즘 정치판을 들여다 보면 정말 공부한 사람들이 꾸려나가는 정치인지 뭔가 제대로 굴러간다는 믿음을 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자신만을 위한 공부를 하고 나라를 위한 공부를 하지 않았던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공부 하나로만 우열이 결정이 되거나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는 문제가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부모들 중 대부분이 공부 잘하라고 자식들을 끊임없이 닥달하며 키우다 보니 공부만 잘하면 뭔가가 대단한 업적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니 공부 잘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을 하겠지만 내 나이가 어느새 70 중반을 넘겨 살다보니 공부만 가지고는 살아가는 게 너무 모자랐다. 임기응변식의 능력도 필요했고 세상의 변화에 대해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는 먼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했다. 한 마디로 사물을 종합적으로 보아 판단하는 능력도 있어야 하는데 공부만 잘한 사람에게는 부족한 게 많은 게 우리네 사람살이고 우리 사회라고 느껴진다. 한마디로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공부만 잘한다면 뭔가가 한참을 모자랄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밀려드는 업무나 많은 판결에 힘들어 하거나 상사와의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해버리는 나약한 심성의 고시 출신자들, 정말 비록 일부의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어릴 때부터 공부만 잘하여 주변에서 칭찬을 듣거나 대접만 받은데 익숙하여 전체를 보거나 겸손히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능력도 부족하고 인내하며 참고 견디는 능력에도 부족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공부만 잘하는 사람은 정치를 하기에 앞서 더 많을 걸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말을 꺼집어 냈으니 마저 하자면 정말 공부로만 판단하면 부족한 게 많은 인생사에 사회적으로 더 배우고 갈고닦아야 할 부문이 많다. 그렇다면 공부를 잘하는 사람보다 다른 뛰어난 요소로서 정치가를 뽑아야 한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도 잘하지만 다른 일에서도 탁월한 사람! 군대에서나 기업처럼 다른 분야에서도 탁월한 실적이 발휘된 분들이 선택되어야 우리 정치가 살아난다.
그래서 윤석열 당선자에게도 드리고 싶은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이제는 오래 전 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잘 한 건 잊어버리시고 공부 말고 이 나라를 위한 다른 능력이 새로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람을 다스리는 능력과, 공부 많이 하여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무사안일한 측근들을 휘어잡는 능력에, 북한과 잘 타협하여 통일이 되도록 만들거나 한편으로는 깔아뭉개는 뱃장으로 이 민족을 위한 결과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또 미래에 대한 통찰을 길러 이 나라를 세계적인 나라로 만드는 일에 필요한 자질의 참모를 길러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