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문학이냐 아니면 합천출신 문인들의 문학이냐? – 정병수 재경합천문인회 회원
지난 7월 23일과 24일 양일간에 합천문인협회는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전국 합천출신 출향 문인들의 작품을 모아 “한강은 흐른다.” 는 제목의 작품집을 출간하였다. 이 자체가 쾌거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합천호 관광농원에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세미나의 내용은 합천 문학 2,000년을 개관하는 것으로, 류해춘 교수가 “선비 정신과 합천지역 고전문학의 흐름”이란 제목으로 합천고대문학사를, 박태일 교수가 “합천근대문학의 줄거리” 란 이름으로 합천근대문학사를, 강희근교수가 “합천의 현대 문학 개관”이란 이름으로 합천 현대 문학사를 각각 발표하였다. 합천 문학의 2,000년을 조명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함에 감사드린다.
이러한 시도는 우리 합천이 산자수명(山紫水明)하고 충효인의(忠孝仁義)라는 전통 가치 토대 위에 고운 최치원 선생, 조선 개국 왕사 무학대사, 경의(敬義)를 실천하고 후학을 양성한 남명 조식 선생, 올곧은 충절과 기개의 내암 정인홍선생을 배출하고, 천년의 지혜가 담긴 팔만대장경과 함벽루(涵碧樓)등의 유적과 더불어 합천인임을 자긍토록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행사를 주관한 합천문인회 손국복 회장을 비롯한 여러 회원들의 노고를 치하해 마지않는다.
이번 양일간 행사의 핵심은 합천 문학에 대한 세미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세미나에 대하여 ‘옥의 티’가 보인다. 유대인의 속담에 “질문(質問)이 없으면 성장과 발전이 없다.”고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세미나를 한 것 자체만으로도 큰 박수를 보내지만 아쉽게 다가오는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세미나(seminar)방법이다. 세미나란 특정한 주제에 대하여 학생이나 회원이 모여서 연구 발표나 토론을 통해서 공동으로 연구하는, 주로 대학교육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상호 간의 토론을 통하여 의문점을 깊이 있게 추구함으로써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제 이러한 세미나 제도는 일반화되어 전문인 등이 특정한 과제에 대하여 행하는 연수회나 강습회에서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논의할 주제에 대하여 사전에 회원들에게 내용이 배포되거나 최소한 요약분이라도 알려줘야 세미나 참석자들이 의견을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사전에 토론자라도 있어 토론을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 못하다보니 객석에선 무반응하거나 즉흥적인 단상 외에 말할 수밖에 없어, 열심히 연구한 발표자에 대하여 무례를 한 셈이 되지 않았나 싶다.
둘째는 ‘합천문학’ 의 개념 정의이다. 연구 발표한 세분 모두 “합천문학”의 정의 없이 그러나 세분 모두 합의가 된 듯이 합천문학을 설명하면서 합천출신 문인들의 작가 소개 및 작품 평가로 일관하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소개되고 거론되는 작가들이 합천 출신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합천출신이라고 해서 합천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난센스다. 만약 합천 출신 작가이면서 월북하여 공산주의를 찬양하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선전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사람의 작품도 합천문학에 포함시킬 것인지 의문스럽다. 반대로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은 경주출생으로 경주최씨의 시조이다. 즉 합천출신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 당나라 시절 황소의 난을 토벌하기 위해 종군하면서“토황소격(討黃巢檄)”이라는 글을 지어 명성을 떨치고, 신라에 귀국하여 정치를 하였으나 개혁이 좌절되자 합천 해인사에 가족을 데리고 와 살면서 “제가야산독서당(製伽倻山讀書堂)”등 유명한 시를 남겼다. 합천 출신이 아니면서 진정한 합천문학을 탄생시킨 분이다. 동시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인이기도 하다.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최초의 교사(校舍) 명칭도 6.25 때 소실되고 지금은 없지만 치원관(致遠館)이었음을 상기할 때 그는 합천문학인이면서 동시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학자이기도 한다.
합천문학의 범주에 들기 위해서는 합천인의 삶을 대상으로 하거나 합천을 주 공간으로 펼쳐지는 문학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것을 창작하는 사람이 합천 출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합천 출신이면 금상첨화다. 합천 문학을 통해 합천 인들의 정체성을 함양하고 지역사회를 물질적 정신적으로 발전시키고 진작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합천 인들의 독특한 언어ㆍ정서ㆍ구전 이야기ㆍ장소 등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이 진정 합천문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