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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잡기|윤 대통령의 일본방문 의의와 성과 – 권해조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6-17일 1박2일간 일본을 공식 방문하여,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한일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訪日)은 여러 면에서 의의가 크다고 본다.
먼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과 만찬장에서 긴 겨울을 벗어나 봄을 맞아 새롭게 출발한다는 뜻으로 벚꽃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협력의 새 시대’의 서막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16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는 1988년 10월에 발표된 한일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속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이번 회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의 협력의 시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은 첫째, 안보면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완전 정상화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경제안보대화 출범, 둘째 경제면에서 일본의 반도체 3개 품목 수출규제조치 해제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 셋째 한일 정상 셔틀외교 재개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만찬 장소도 관저가 아닌 도쿄중심부 긴자에 있는 고급 음식점 ‘요시자와’로 초청하였고, 만찬 후 경양식집 ‘렌카테이(煉瓦亭)에서 2차 만찬까지 하면서 양국 관계의 새 출발의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 두 정상은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자 관계정상화로 가는 커다란 한걸음”이라고 하면서, 한일관계 협력과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으로 그동안 꽉 막혔던 양국 관계가 단번에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양국 관계개선에 서막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희망을 가져본다.
윤 대통령은 16일 도착 직후 도쿄의 한 호텔에서 교포 77명과 만나 오찬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17일 오전에는 아소다로(麻生太郞) 전 자민당 부총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 일본 정계 주요 인사를 접견하고,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가진 한국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과 일본 경단련(경제단체연합회)의 ‘비즈니스 테이블’ 행사에 참석하여 “두 나라는 공급망, 기후변화, 첨단과학기술, 경제 안보 등 글로벌 어젠다에 공동으로 협력하고 대응할 것이며, 한국정부에 요청할 사항이 있으면 기탄없이 언제든지 해 달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게이오(慶應)대학에서 한일양국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25년 전 한일 양국 정치인이 용기를 내어 새 시대의 문을 연 이유가 후손들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줘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청년세대의 신뢰와 우정이 바로 한일 양국의 미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수행원 행사인 한일 재계행사로 16일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김병준 전경련회장 직무대리와 일본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경단련회장이 ‘한일미래 파트너십 기금’(미래기금) 창설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17일 오후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한일 재계 주요인사 20여 명이 참석한 전경련-경단련 ‘비즈니스 테이블’ 행사를 갖고 앞으로 ‘자원무기화 공동대응과 저출산’ 등 현안을 함께 연구해 나가기로 하였다.
그동안 한일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태였다. 2018년 10월 한국대법원의 일제강제 징용관련 판결과 2021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한국법원의 판결이후 극도로 나빠졌다. 징용은 일본국가가 주도한 것이며 기업과 고용관계에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국가가 책임질 문제이다.
지난 3월 10일 약 400만 명의 재일교포 사회를 대표하는 여건이(呂健二) 민단장이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돌을 던지면 일본인 대신 동포가 맞는다. 한일관계는 재일교포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로, 한국에서 반일을 외치는 사람들은 재일 한국인들의 아픔을 알지 못한다.”라며 조속히 한일관계를 개선해서 교포들도 일본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 모친도 “수현이 할아버지도 일제강점기 일본탄광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입니다. 우리 세대에 해결되고 미래세대는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외교는 기본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활동이다.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대북, 대중국에 올인하여 지나친 기대가 가져온 어려움을 경험했다. 그 결과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었고 우리는 북한미사일로 연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 강화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은 신냉전시대 절대명제이며 시대적 요구이다. 특히 북핵에 대한 공동대응차원에서 더욱 중요하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한국의 대일 관계개선의 긍정적 영향을 줄뿐 아니라 대중, 대북에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이번 한국정부가 내린 해법은 일부 정치세력과 친북, 친중 시민단체들의 ‘대일굴욕외교’라며 거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국익을 생각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내린 구국의 결단이다. 앞으로 정부는 반대세력에는 냉철하고 정교한 논리로 대응하고 진정성으로 접근해야 하며, 국민들과 끝없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는 총칼만 안 들었지 외교, 안보, 기술, 경제 전쟁 중이다. 특히 미중패권경쟁으로 기존의 안보. 경제 질서가 급속도로 와해, 재편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의 핵위협에 심각한 안보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여러 면에서 한미일 공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한일관계의 개선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절박한 시기에 국민감정을 유발시켜 선동이나 국론분열은 막아야한다. 해묵은 감정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국익에 부합되는 실리외교만이 살길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한일 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떨어질 수 없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자 일의대수(一衣帶水) 관계라 할 수 있다. 양국은 오랫동안 역사와 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이 있었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 인권을 중시하며 같은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미일 안보 공조에 적극 협력해야한다. 양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양국 간의 군사 외교 분야의 활발한 교류와 회담이 필요하다. 상호 비방을 자제하고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한 선린 협력관계로 발전시키고 21세기 미래지향적인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시대적 사명이요, 우리의 살 길이며, 시류에 부응하는 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1973년 중국 주은래(周恩來)가 청구권을 포기하고 도덕적 명분을 선택하여 덕(德)으로 원한을 갚는다는 ‘이덕보원(以德報怨)’의 교훈도 새겨볼 일이다. 이번 윤대통령의 방일과 정상회담은 시대적 요구이며, 새로운 한일관계의 시발점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