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화관(합천시네마)’ 성공의 열쇠는 ‘큰 관심’
김해식
합천군
문화체육과장
19세기 말 네덜란드의 학자 호이징가가 규정한 인간을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로 ‘호모루덴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다. 지구상 생물 중 인간만이 제도와 학습을 바탕으로 도구를 가지고 놀이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인은 전형적인 호모루덴스다. 우리 조상들은 놀이와 같은 다양한 여가 문화를 통해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풀어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노동력의 기반으로, 창작의 원천으로, 나아가 하나의 문화예술로 승화시켜왔다. 이처럼 여가 문화는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유지·발전되어 왔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가활동은 무엇일까? 바로 영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2년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다양한 여가활동 중 영화관람(41.1%)을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개봉영화 연간 관람인원이 2억1700만여 명으로 국민1인당 평균 관람 횟수는 4.29회(2015년 영화진흥위원회 결산자료)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은 영화를 사랑하지만 모든 국민들이 영화를 자유롭게 관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 중 극장이 없는 지역이 100여개에 달해 1인당 영화관람 횟수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매우 심하다. 농촌지역은 도시지역에 비해 교육과 교통, 의료 인프라 등이 부족하지만 문화시설은 더더욱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경제성이 없어 영화관이나 공연장 등의 문화시설에 대한 민간의 투자를 기대하긴 어렵다.
우리군의 자매결연 도시인 전북 장수군은 인구 2만4천여 명의 작은 농촌 지자체이지만 전국 동시개봉작을 상영하는 작은영화관이 있다. 이 영화관(한누리시네마)은 지난해 12월말 누적관람객 17만 5천여 명을 돌파했고, 지역주민 전체가 한번 이상은 찾았다 할 정도로 성공적인 운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영화만큼은 대도시 사람 부럽지 않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덕택에 지자체가 운영비 마련에 허덕이지도 않는다. 영화관 자체 수입으로 운영비 충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기관에 민간위탁을 하였고, 위탁금도 없다. 도시에서 여행 삼아 극장을 찾는 이들도 있어 관광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지역에서의 영화소비가 자연스레 지역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주는 선순환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작은영화관의 모범사례가 아닐 수 없다.
장수군과 같은 좋은 일이 우리 군에서도 실현 가능하게 됐다. 민선6기 공약사업으로 추진 중인 합천군 작은영화관 ‘합천시네마’가 모든 공사를 마치고 군민의 많은 기대 속에 개관을 앞두고 있다. 군민 왕래가 많은 합천읍 종합사회복지관 옆 자리에 조성이 되어 2개관 99석(3D 57석, 2D 42석)이 설치돼 다양한 최신 개봉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하루 4~6회 상영할 예정이며 관람료도 대도시 영화관의 반값 수준인 5,000원(3D의 경우 8,000원)으로 책정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최신 음향·영상시설과 안락한 의자 등 각종 편의시설은 CGV나 롯데시네마 등 대도시의 유명한 영화관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시설, 입지,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군민들의 관심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장수군 작은영화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군민들 모두가 한번씩 이용하는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작은영화관이 명맥을 유지하며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
아시다시피, 많은 군민들이 합천에도 극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해 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공모사업으로 작은영화관 건립 사업비를 얻었고, 마침내 문화 불모지 합천에도 귀중한 문화공간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합천땅에 심어진 귀한 문화의 씨앗이 큰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군민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이 찾고 아끼면 된다. 영화관이 생겼음을 자랑스러워하고 가족들과 함께, 이웃들과 함께, 연인들과 함께 합천시네마를 찾아 주시라. 그것이 바로 합천시네마가 군민들의 진정한 여가문화의 공간이 되는 지름길이 된다. 혹시 아는가? 합천시네마를 통해 시네마천국의 토토처럼 합천에서도 유명한 영화감독이 탄생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