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버들잎에 글을 써서 – 문경자 수필가
고향친척언니가 대구에 한번만 다녀가라는 말을 했다. 그때는 인사치레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몇 번씩 안부전화를 하며 ‘꼭 한번 오너라’ 하는 말을 잊지 않고 했다. 수필집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는 책을 읽으며 나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글속에 있는 내용을 빠짐없이 다 알고 있었다. 고향에 대한 이야기, 옛날의 추억들을 끄집어 내어 써 놓은 글을 읽을 때 마다 보고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언젠가 만나 밤새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자 하고 생각은 했지만 사람사는 일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올해는 꼭 만나자 하고 맘을 먹었더니 코로나19가 와서 방해를 했다. 하필이면 그때 그렇게 무서운 것들이 찾아올 줄 몰랐다. 서로 조심하며 마스크를 벗고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렸다. 2023년도 4월이 되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떨쳐버릴 수 없는 예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집안 일을 끝내고, ‘빨래터에 가고 싶다’는 글을 쓰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대구에 사는 언니였다. 전화를 받았더니 이번 주에 다녀가라며 안부인사도 하기전에 전화를 끊었다. 아! 정말 이번에는 꼭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 추자도 같이 오라고 하였다. 당장 추자에게 자초지종 대구언니의 통화내용을 알려주었다. 추자는 “언니 전화 끊어봐. 아들 병준이에게 동대구역 표를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말을 했다. 몇 분 후 병준이가 ‘안녕하세요. 이모 ~~방금 엄마한데 얘기 듣고 제가 대구 티켓 왕복 끊어서 보내 드려요.’카톡으로 보내온 티켓을 보고 참 좋은 세상이구나 하고, 확인을 하였다.
4월10일~11일 1박의 여행을 동생과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초행길이라 걱정은 되었지만 둘이 가니 마음이 놓였다. 여행을 처음 가는 것도 아닌데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은 다른 때와 달랐다. 꽃무늬 배낭을 꺼내 잠옷, 세면도구, 핑크색 모자, 기초화장품, 충전기, 초콜릿, 등 배낭이 빵빵했다. 잠을 청해도 눈은 반쯤 감겼다.
눈을 뜨자 마자 빠르게 움직였다. 마음은 벌써 대구로 달려가고 있었다. 분홍색 티, 검정색바지, 체크무늬 바바리, 붉은 장미 노랑 장미가 그려진 스카프를 하고, 배낭을 메고 거울 앞에서 예쁜 포즈를 취했다.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여행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전10시20분 차에 올라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수원역에 도착하자 추자가 좌석번호를 찾아왔다. 드디어 대구로 가는구나. 태어나 처음 가는 곳이라 가슴이 설레고 차창밖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추자는 달콤한 ‘미니 핫브레이크’를 꺼내 내게 주면서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먹자 하며 빨리 입안에 넣었다. 몰래 먹는 맛은 꿀맛이었다. 이야기하다가 졸다가 보니 어느새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동대구역’도착. 설레는 마음으로 내렸다. 각선 역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약30분 걸리는 정도. 각선 역에 내려 ‘찰 보리빵’을 선물로 샀다.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뒤에서 언니 목소리가 들렸다.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셋이서 안고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나가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흔들어도 모두 야속하게 쌩쌩 지나가는 사이에 언니는 야채가게에서 미나리를 3,000원 주고 샀다. 겨우 택시를 타고 앞좌석에 앉은 언니는“요리 조리 모티 돌아서 또 모티를 꺾어서 앞으로 쪽 가입시더예. 저기 보이제예 조기 세워 주우소예”하고 택시비를 내고 내렸다. 택시 아저씨는 말을 척척 알아듣고 아파트입구에 내려주고 갔다. 사투리의 정이 뚝뚝 묻어나는 웃음을 주었다. 언니는 “아이구 너거들은 몬 알아듣제 우짜겠노 시골 말은 이렇다.” 하며 같이 웃었다.
아들 딸들은 결혼해서 독립을 시키고, 두 분이 살고 있었다. 베란다에 핀 부겐베리아 꽃이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셨다. 언니는 이 꽃이 지기전에 오기를 기다렸다며 그 앞에서 우리는 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화장실 가는 쪽 책꽂이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책인가 하고 가까이서 보니 내 시집<<어디 감히 여자의 개미허리를 밟아>> 수필집을 나란히 꽂아 두어 나는 신기했다. 집안에 나란히 꽂혀 있는 책을 보니 고맙고 감사했다. 안방 화장대 곁에도 두 권의 책이 있었다. 언니는 시간이 나면 읽어 본다고 통화를 할 때마다 읽은 소감을 말해주었다. 처음 보내준 책을 친척들과 돌려가며 보다가 어느새 없어 졌다고 해서 몇 권을 더 보냈다. 어느 제목을 읽으며 누구의 이야기, 어떤 내용을 읽으며 누구의 집 이야기인지 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보며’에 나오는 이야기는 김추자 집 통시(화장실)이야기 맞제 하며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내가 써도 생각이 안 나는데 훤히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언니가 “너는 글도 잘 쓰고 표현도 우째 그레 잘하노.” 같이 이야기하니 더 실감이 났다.
점심은 간단하게 인절미, 쑥떡, 사과와 딸기를 먹으며 즐거운 이야기로 끝없이 웃음바다가 출렁거렸다. 재미있는 고향이야기다. 그때 동네 아이들은 콧물이 질질 흐르고, 어느 집 오빠는 여름 밤 둥천에 나와 하모니카를 불어 멋져 보였다며, 어떤 언니는 부모 몰래 탈출을 시도하다가 연애도 못하고 밤 중에 붙잡혀 왔다며, 술독에 취해 있는 이웃집 아저씨는 화가 나면 살림살이를 다 부숴버리고 소리소리 질러 동네가 시끄러웠다며 할 이야기가 태산보다 많았다.
동생과 나는 우리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줄때마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부유한집도 아니고 홀 시아버지, 시누, 남편에 딸 둘을 모두 간수하며 사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들었겠노. 너거 엄마는 착하고 솜씨가 좋았다. “너거는 그래도 할아버지가 착하게 키워 주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줄줄이 사탕처럼 달콤하고 고소한 깨소금 맛 같은 이야기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셋이서 한방에 누워 살살 코고는 소리에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부터 제2탄의 이야기. 기능성 침대에 차례대로 몸을 풀어 가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세미실에서 언니네 집은 그 옛날에도 동네서 부유한 집안이었다. 사계절 꽃이 피면 동네가 훤하고 꽃동네를 방불케 하였다. 함박꽃, 매화꽃, 살구꽃, 이름도 모르는 꽃, 감나무 꽃이 피면 감 꽃 줍기, 빨갛게 익으면 보석처럼 달려 보기만 해도 입안이 침이 고였다. 지금은 언니의 올케가 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언니와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꼭 보고 가야 할 곳이 있다며 승용차를 타고 ‘옥련지 송해공원’에 가는 길은 초록이 수를 놓았다. ‘전국노래자랑’을 큰 목소리로 외치던 송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언니 내외분은 차를 마시며 앉아 쉬고 있었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흙먼지 바람에 모두 피신을 하였는데 유치원 아기들이 걱정되었다. 서울 가는 예약 시간에 맞추어 바로 언니네 집으로 왔다.
솜씨가 좋은 언니의 감자를 넣고 끓인 수제비와 미나리향이 나는 부침은 환상의 맛이었다. 두 그릇을 먹고 나니 배가 호강을 하는 날이었다. 달콤한 식혜까지 만들어 주었다. 친정 엄마가 해주는 맛이었다. 언니의 마음처럼 달달하다. 출발하기전 더 재미있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언니가 “경자는 어릴 때 시골 콩쿨대회에서 노래도 잘 불렀다.”며 지금 노래 한번 불러 봐라 했다. 내가 가만히 있자 동생이“언니 우리 노래 함께 불러요.”했다 문 자매 가수들의 합창이 시작되었다. 우리 아버지의 십팔번 ‘섬마을 선생님’ 노래는 시작부터 맞지 않았다. 셋이서 방문을 닫고 노래 부른다는 것이 너무 웃음이 나와 실컷 웃었다. 동생이 추천한 곡 홍경아의 ‘버들잎’노래였다. 동생이 동영상을 찍고 내가 노래를 불렀다. 진짜는 동생이 더 잘 부르는데, 다음 곡은 이미자 ‘울어라 열풍아’노래를 하고 동영상은 돌아가고 셋이 목이메여 눈물이 나왔다. 엄마 생각에 훌쩍 그리면서 울고 울었다. 언니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루만 쉬었다 가라며 표를 취소하라고 했지만 동생이 직장을 나가야 해서 하는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두고 먼 길을 와서 금방 헤어지니 너무 안 됐다고 하며 울먹였다. 다시한번 버들잎을 합창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가사를 옮겨 적어본다.
버들잎에 글을 써서/물에 던져서/ 허구 한날 우리님께 띄워 보내서/ 그래도 우리 님은 소식도 없어/ 때로는 목마르게 슬피 울어도/ 날마다 버들잎을 물에 던져요/물에 던진 버들잎은 잘도 흘러요/ 저 먼 마을 님을 찾아 잘도 흘러요/ 그래도 우리 님은 오시지 않고/ 해마다 버들잎만 피고 지는데/ 나홀로 강언덕에 앉아있어요
문덕환 고향언니께 정말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친정 엄마처럼 친언니처럼 따듯하게 맞이해 주신 언니 내외분께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버들잎에 글을 써서 봄편지를 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