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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명문 ‘합천 가야초’…또 일냈다!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냉방기 가동은 잊은 채 일부러 땀을 짜내며 훈련에 전념 중인 ‘뜨거운’ 소년들이 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창단 이후 최초로 두 개의 메달을 거머쥔 합천가야초등학교 유도부 곽태영(초6, 43kg급 은메달), 박정우(초6, 53kg급 동메달) 군이 그 주인공들이다.
‘시골 초등학교 아이들이 전국을 메치기(유도 기술) 해 버린 비결은 무엇일까?’ 본지는 7월에 있을 또 다른 전국대회 준비를 위해 훈련에 한창인 그들을 직접 만나봤다. 기자는 엄두도 못 낼 화려하고 다양한 유도 기술과 과감한 낙법을 펼치며 검은 띠를 고쳐 매는 이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니 ‘초등학생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주 앉고 보니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개구쟁이’들이다.
합천군을 빛낸 최강 엘리트 유도 소년들의 솔직 담백한 얘기들을 일문일답 형태로 일부 각색해 보았다.

Q. 메달을 따고 인터뷰를 하는 기분이 어떤가?
곽태영: 부끄럽지만 ‘연예인’, ‘스타’가 된 기분이 든다.
박정우: 엄청 긴장 된다.

Q. 먼저 ‘전국소년체육대회’ 메달리스트가 된 소감은?
곽태영: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유도를 시작하고 제일 큰 대회였었고 정말 열심히 훈련했는데 결승에서 ‘지도’로 져서 너무나 아쉬웠다.
박정우: 결승에 오르지 못했을 때 유도 그만 두고 싶었다. 하지만 동메달을 두고 다시 대결을 할 땐 이상하게도 집중력이 돌아왔다. 쉽게 그만두지 못할 것 같다.
Q. 유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곽태영: “초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유도부 훈련 모습을 보게 됐다. 멋있어 보였다. 부모님을 직접 설득해서 시작하게 됐다”
박정우: 1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도복이 너무 멋져 보였다. 아빠의 추천이 있었다.

Q. 유도? 공부? 뭐가 더 적성에 맞나?
곽태영: (…)공부는 세계사(특히 신화)에 관심이 많다. 유도의 매력은 일상에서 항상 느끼는데 축구할 때도 전방낙법 기술을 쓰면 전혀 다치지 않는다.
박정우: 근육이 생기는 ‘운동’이 훨씬 더 좋다. 유도를 하면서 ‘체질’이라고 느끼고 있다.

Q. 본인이 잘하는 유도 기술은?
곽태영: ‘안다리’기술이다. 상대방의 중심 빼앗기를 잘하는 것 같다.
박정우: ‘밭다리 후리기’가 특기다. 실수만 없다면 전국 최강이 아닐까…

Q. 성인들도 힘들다는 ‘체급 관리’, 비결이 있나?
곽태영: 진짜 힘들긴 하다. 찌워야 될 땐 밥 많이 먹고 빼야 될 땐 식사량을 조절한다. 개체 당일엔 물도 안 마신다.
박정우: 체중 조절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져 ‘멍’해지기도 하지만 시합 당일엔 갑자기 힘이 난다. 실전에 강한 것 같다.

Q. 부모님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곽태영: 난 외동아들이다. 아버지께서는 유도를 취미로 여기길 바라신다. 그래도 운동하는 것을 말리지 않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다.
박정우: 메달 따오면 서랍에 넣어 놓지 말고 좀 꺼내 놓으시면 좋겠다. 부모님이 나를 자랑스럽게 여겨주면 좋겠다.

Q. 어떤 체육인이 되고 싶나?
곽태영: 중학교 진학하면 공부에 열중할 계획이다.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더라도 도장은 계속 찾을 생각이다.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모른 채 하지 않고 도와주고 싶다.
박정우: 나에겐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유도다. 물론 힘든 훈련을 하지만 성취감이 크다. 체육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세계대회에도 나가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곽태영: 재벌이 되고 싶은데…돈 많이 주면 ‘국가대표’도 도전 할 것이다(웃음). 자본주의 시대니까.
박정우: 무대가 좁다. (몸집이 커지는 만큼) 체육관이 좀 더 넓어져서 마음껏 (도복을) 잡고 던지며 운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합천가야초등학교 유도부는 2019년 창단된 이후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그해 동메달 1개, 2022년에 동메달 1개를 땄고 올해 은·동메달 두 개를 따냈다. 창단부터 줄곧 아이들을 가르쳐 온 김남헌 코치는 매일 아침 7시에 아이들을 직접 자신의 차로 ‘픽업’해 와서 오전 훈련을 진행 하는 등 애착이 남다르다. 김 코치는 “작은 학교 운동부지만 ‘명맥’ 같은 것이 이어지는 것 같다. 시골 학교 특성상 교장 선생님 이하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지원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유도부 운영을 맡고 있는 류승현 교사는 “전교생이 67명인데 유도부원이 20명이다. 그만큼 학교에서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도시 아이들보다 순박하고 때가 묻지 않아 훈련에 집중하는 것 같다”며 실적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어울림’을 잘 배워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