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용 전기 요금 지원한 지자체…“대상자 기준 마련하겠다”
예비비 104억 원…22만 2600호 혜택
한전 “전체 계약 위반 중 농사용이 절반 이상”
부정사용 多→전기 요금 인상 불가피

출처: 한국전력공사 전력데이터 개방 포털시스템)
경남도와 군에서 예비비를 투입해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액 일부를 지원했지만 도전(盜電) 등의 전기 사용 계약 위반 행위에 대한 검토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 돼 지출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군은 지난 7월 21일, 농사용 전기요금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의 생산비 부담을 완화해 농가 경영 안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예비비를 투입해 전기요금 인상액 일부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원 사업은 지난 5월 경남도가 주도적으로 밝힌 것으로 도내 농사용 전기 요금 사용자 22만 2600호를 대상, 총 104억 원의 예비비가 쓰였다. 구체적으로는 전년(2022년 1~3월) 대비 올 1~3월 분 전기요금 인상분의 50%가 지원됐으며 지원 단가는 kWh당 12원 수준이었다. 기준 기간 전기요금 합이 6만 원 미만인 사용자는 제외됐다. 합천군의 경우 관내 주소를 둔 농업인, 법인, 생산자 단체 등 1000호를 대상으로 약 4억 원(도비 30%, 군비 70%)이 지원됐다.
도와 군은 보도 자료를 통해 농사용 전기요금이 2022년 4월 이후 수차례에 걸쳐 큰 폭으로 인상된 점을 지적했다. 특히 농사용 ‘갑‘의 경우 kWh당 16.6원에서 32.3원(사업 당시 단가/현재 kWh당 35.4원)으로 96.9% 인상 된 것을 지원 근거로 삼았다.
농사용 전기 요금 관련, 지자체 지원은 경영난에 직면해있는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부정사용자들이 ‘싼 전기’를 계약한 후 용도 외의 부정사용을 하면서도 금전적인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에 지원 대상 선정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본지가 올 1월부터 5월까지의 한국전력 계약종별 전력사용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내 농사용 전기 사용량은 64,592,619kWh로 전체 사용량 대비 34.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인근 지역인 거창군은 20.9%, 의령군은 24.9%, 경남 전체 8.6%, 전국 통계는 4%에 그쳐 상대적으로 농사용 전력 사용 비율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해당 기간 관내 전체 전기 사용 호수 중 농사용 고객 호수는 77,488호로 주택용 156,993호에 비해 절반에 그쳤지만 사용량은 주택용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이었다.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지자체 지원도 절실히 필요하지만 ‘주택용 보다 평균 단가가 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가장 저렴한 전기라는 이유로 도전(盜電) 등의 계약 위반(이하 위약) 우려도 높다’는 게 한국전력 측의 설명이다.

도전은 말 그대로 전기를 도둑질해서 쓴다는 의미로, 농사용 전기를 계약 한 후 가정용 전기 제품에 연결해 쓰는 행위 등을 말한다.
실제로 한국전력(이하 한전) 측이 파악한 전기 사용 위약 건 중 절반 이상이 ‘농사용 전기’ 관련이었다. 한전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기준 전기 계약종별 위약은 총 2797건(위약금 121억 원)이었으며 이중 농사용 전기 위약 건이 1450건(위약금 49억 원)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경남도의 경우도 위약 174건이 집계 됐지만 이번 지원금 대상 조건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한전은 공정한 전력거래 질서 확립과 선량한 전기사용자 보호란 공기업 책무를 다하기 위해 농사용을 포함한 모든 고객 위약 점검활동을 지속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법권 등의 강제성이 없는 한전으로서는 ‘단속’이 아닌 ‘점검’ 활동을 할 수 밖에 없고 사실상 검침원과 제보에 의지해 부정사용 파악을 할 수 밖에 없는 한계점에 놓여 있다. 한전이 계약 위반 등에 대해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위약금은 해당 사용량의 최대 3배(재위반시 5배)로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이를 증명하듯 농사용 전기 사용량 비율이 34%가 넘는 합천군에서 지난 해 계약 위반 등으로 위약금이 청구된 사례는 총 4건에 불과했다. 한전 관계자는 “적발 활동이 미비한 건 사실, 계약 위반으로 판단하는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다”며 드러내지 못하는 계약 위반 사항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이 같은 계약 위반에 대한 판정 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인해 점검 활동 과정에서 마찰이 붉어지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올 초 일부 위약 점검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한, 전체적인 ‘위약’ 관련 규정과 범위를 두고 적용 범위 확대를 주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소로 맞서는 산업통상자원부 간 의견이 대립되는 등 대책 마련 속도도 더딘 형편이다.
영세 농어민 지원을 위해 현저히 낮은 요금을 적용하며 도입된 ‘농사용 전기’를 두고 혼돈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전 측은 올 초 ‘부정한 농사용 전기 사용은 다른 사용자의 부담을 매우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즉, 계약 위반으로 생기는 적자 부담을 사용자 요금 인상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인데 위약 건이 많아질수록 전체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전은 농사용 전기 요금 체계 개편 관련해 전문 용역을 맡긴 상태며 올 연말까지는 내용이 구체화 될 전망이다.
경남도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계약 위반 전기 사용 중 농사용 전기가 과반을 차지한다’는 본지 취재 결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고 말하며 “농사용 전기 요금 지원 사업을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까 내용 파악을 못한 것 같다. ‘도전’ 등의 계약 위반 사용자가 있다면 해당 사용자에 대한 지원은 타당하지 않다. 향후 한전과의 협의 등을 통하여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을 마련, 혈세 출혈을 막겠다”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예비비를 활용한 농민 지원’이라는 긍정적 취지의 사업을 벌이며 혈세를 사용하는 만큼 ‘대상자 선정 기준 마련’ 등 관련 조례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산외의 지출이라지만 예비비 곳간도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적절한 대상자를 가려 실사용자들에게 보다 더 확대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