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척(盜跖)의 도(道) – 문계성 수필가
아무리 극악한 집단이라도 자기논리(自己論理)가 있다. 자기를 정당화할 논리가 없으면 존재가 부정당하기 때문이다.
전국 시대 큰 도적인 도척(盜跖)은 9,000여명의 무리를 모아 패악질을 했는데, 주로 한 것이 강도, 강간, 살인, 겁탈이었다. 도척은 특히 사람 간을 회로 쳐 먹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 염통으로 해장국을 끓여 먹는 것을 즐겼다고 소문이 났으니 그 극악한 성품을 알만하다.
세상에 못되먹고 독한 인간이 강도나 강간하는데, 그런 인간들이 모인 가운데서 대장이라면, 그 중에서도 가장 못되먹고 잔인한 인간이었다는 말이다
도척의 한 졸개가 도척에게, 우리 같은 도독들에게도 도(道)가 있는지 묻자, 도척은 도둑의 도를 설파했다.
“도둑질 할 때 남보다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이고, 훔치고 나올 때 가장 나중에 나오는 것이 의(義)이고, 도둑질한 물건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인(仁)이다.”
도척이 설파한 도는, 도적 무리의 수괴가 가져야 하는 덕목(德目)일 것이고, 아마 도척은 이런 덕목들 실천하였으므로 수괴가 될 수 있었고, 수괴직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남의 물건을 훔칠 때 가장 먼저 앞장 서 들어 간다는 것과, 나올 때 맨 뒤에서 나온다는 것은, 위험을 졸개들에게는 부담시키지 않고 자신이 감당한다는 말이고. 훔친 물건을 공평히 나눌 줄 아는 것은 자기 공을 과대하게 주장하지 않는 겸양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2,500년 전, 하극상이 판을 치던 난세에 살았던 극악한 도적에게도, 이처럼 위험을 먼저 감당하고 자기 공을 내세우지 않는, 무리를 이끄는 도(道)가 있었다는 말이다.
소위 선량(選良)들이 모였다는 곳이 국회(國會)다. 아마 가장 해악적인 집단인 강도나 도둑 집단과 반대되는 의미를 가진 집단일 것이다
국회란 그런 해악적인 집단으로부터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가장 도덕적 덕목을 가진 집단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전제로 우리나라는 세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9명씩이나 되는 비서를 붙여주고, 190여 개의 특혜를 제공한다. 국민들이 이들에게 이런 혜택을 배푸는 것은, 이들이 도덕적 덕목을 가진 자들로 구성된 집단이란 생각 때문일 것이다.
현 야당 대표는 도지사 시절 행정권한을 이용하여 특정 업자에게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도록 토지 등급을 높혀 주어, 업자로 하여금 수천억의 돈을 벌게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고, 세금으로 결제되는 볍카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공무원을 사노비처럼 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이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 증인이 될 만한 6명이 자살 등으로 죽었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런 선거범죄를 감추기 위해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기소도 되었다.
말하자면, 공무원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죄를 포괄적으로 저질렀다는 말인데, 그런데도 국회의원이 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서깊은 야당의 대표가 되었다. 야당은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하여 눈물겨운 몸부림을 치는데 급기야 이 대표를 조사한 검사까지 탄핵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쳤다. 국민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이미 이들에게는 국민들의 눈 같은 것은 안중에 없다. 사건이 수습되면 나중에 국민들을 원숭이 달래 듯 적당히 달래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야당의 대표를 한 또 한 사람은, 당내 선거에서 300먄원짜리 돈 봉투 20개를 돌렸다는 혐의로 파리에서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 양반은 그게 무슨 대단한 범죄라고 그러느냐며, 그의 죄를 질책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타박을 했다. 이 양반에게는 그것이 범죄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 양반은 범죄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하는 말이 분명하다, 이런 양반들이 당 대표를 싹쓸이 할 만큼 우리나라 국회는 타락했다.
2500년 전의 도척이 나타나 이런 우리 국회를 본다면, 어떤 소감을 피력할까?
아마 그는 이렇게 말한 가능성이 짙다.
“내가 비록 패악질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였다 하나, 그것은 공권력 뒤에 숨어서, 공권력을 이용한 것이 아니고, 순전히 내 개인이 위험을 무릎쓰고 목숨을 걸고 한 것들이다. 그러니 사람들을 죽였다 하나 얼마나 되겠는가? 국가 공무원이 공권의 이름으로,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대의란 이름으로 민생을 죽인 것에 비하여 조족지혈에 불과할 것이다.
내 비록 사람을 죽이고 도둑질을 했다고 하나, 나를 따르는 무리들에게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 도둑질을 할 때 맨 앞장 서는 것도 목숨을 거는 일이고, 도둑질을 마치고 나올 때 맨 나중에 나오는 것도 하난 뿐인 목숨을 거는 일이다. 나는 내 목숨을 걸고 나를 따르는 부하들을 위험에서 지켰다. 나는 그것이 대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한 도둑질에 대해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비겁하게 발뺌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무리가 한 행위는 전부 내가 잭임을 지고 남에게 전가하지 않았다.
거친 도둑으로 수천 년간 욕을 먹었지만, 적어도 도둑의 예(禮)는 목숨을 걸고 지켰다. 대장부라면 마땅히 선악 가리지 않고 무리가 지켜야 할 도리는 지켜야 한다.
행정권한 이용하여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을 등급을 높혀 아파트를 짓게하여 특정 업자으로 하여금 수천억의 돈을 벌게 한 것은, 법의 공정성을 훼손하여 국민의 재산을 강탈한 것이니. 그에 비하면 나와 내 무리가 한 도적질은 참으로 참새발의 피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하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온갖 방법으로 변명하고, 그 부하가 죽어도 모른체 하는 것은 참으로 사내답지 못한 일이다. 나는 내 행위에 대하여 변명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참으로 나를 도둑이라고 비난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