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 교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출간

김관웅 평론가 “연변의 많은 것 생동, 진실하게 기록”
중국 연변 건너간 동포들 시대상과 삶 담은 시
장소시학을 통해 지역문학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합천 출신 박태일 교수의 일곱번째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가 출간됐다. <옥비의 달> 이후 9년만에 출간되는 이번 시집은 중국 연변을 소재로 한 10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연변대 교수를 지낸 김관웅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을 한마디로 “시로 쓴 연변실록”이라 했다. 그는 “시인이 북한 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하려 연변에 다닌 20여 년 동안 듣고 느낀 바를 진실하고도 감동적으로 기록”했으며, “연변의 많은 것들이 그야말로 생동하게 안겨왔고 따라서 진실하게 기록”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편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연변지역의 역사유적지들을 둘러보고 쓴 기행시들 ▲겨레 항왜투사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모의 정을 담고 있는 시들 ▲연변 조선족 이민사를 소재로 한 시편들 ▲조선바람과 한국바람을 소재로 한 시들. 그리고 이번 시집에 대해 “세월이 흘러서 연변 조선족, 나아가서 중국 조선족이 세인들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지더라도 이 시집이 연변 조선족 문화가 중국 땅에서 존재했던 시절을 증명하는 귀중한 자료”로 후세까지 보존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박태일 교수는 이번 시집 출간에 대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나라를 떠나 압록강에서 두만강으로 거듭 넘어섰던 재중겨레와 그들이 겪은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고투와 비통에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함에 작은 이바지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제목으로 삼은 ‘나그네와 안까이’는 ‘남편과 아내’를 일컫는 함경도와 연변 지역어라고 한다.
박태일 시인은 1954년 합천군 율곡면 문림리에서 태어나 부산대 국어국문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미성년의 강>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리운 주막> <가을 악견산> <약쑥 개쑥> <풀나라>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 <옥비의 달>을 냈다. 이외에도 연구·비평서 <한국 지역문학 연구> 등, 산문집 <몽골에서 보낸 네 철>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부산시인협회상, 이주홍문학상, 최계락문학상, 편운문학상, 시와시학상을 받았다. 현재 경남대 국어국문과 명예교수이다.
/박황규 기자
점등 / 박태일
제 안에 등을 하나씩 켠 까닭인가
해붉은 기러기 알
기러기 알을 쟁이고 앉아
수상시장 구석
늙은 내외가 기러기 죽지를
퍼덕인다
오래 끓인 슬픔이 있었다는 뜻이다
멀리 젊음은 밀어 보내고
조용히 식었더란 말이다
기러기럭 기러기 보이지 않는
연길 들녘
수원 평택으로 아들 며느리 떠나고
오늘도 기러기 둥지 낮은 방에서
푸석
이부자릴 시름인 양 편 채
두 손자 재울 그리움.
*한국 수원 평택으로 아들 며느리 떠나고 그 뒤 시장에서 기러기 알 장사를 하면서도 아들, 며느리가 맡기고 간 손자, 손녀들을 양육하면서 어렵게 살아가는 기러기 같은 노부부의 삶을 스케치했다. 이처럼 한국에 나간 연변 조선족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늙은 부모나 친척들에게 맡겼다. 하여 한때 연변 조선족 사회에서는 늙은 부모나 친척들에게 맡기고 간 소년, 소녀들의 일탈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기까지 했다. 부모와 오랫동안 헤어져 살면서 생긴 이런 소년, 소녀들의 심리적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한평생 영향을 미치고 있다. _김관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