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면 양산마을 침수 그 후… 물길 막았던 임시도로 철거 시작… 15톤 덤프트럭 2900대 분량
축구장 버금가는 면적… 대형 굴착기 4대 동원
허가 조건에 취소 사유 명시… 군 “철거 상황 지켜본 뒤 검토할 사항”
국책사업인 고속도로 건설 지장 우려 작용
점용허가 올 12월까지… 가도 재설치?
도공 “필요시 군과 협의” vs 군 “추가 가도 없을 것”
지난 5월 5일 대양면 양산마을 침수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도(임시도로) 철거가 본격 시작됐다. 앞서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 측이 5월 17일까지 처리하겠다던 거더(girder, 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 10본은 이틀에 걸쳐 모두 설치가 완료된 상태다. 도공 측은 일반 축구장 면적에 버금가는 규모의 가도를 철거하기 위해 퍼내야 할 토사량을 19,000㎥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철거도 만만찮은 가도는 승인 조건 위반 사항에 해당 될 수 있어 경우에 따라선 허가 취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허가권과 취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군은 현재 가도 철거와 원상복구가 진행 중이라면서 허가 취소 관련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엔 국책사업인 고속도로 건설 지연 등의 우려가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현장을 다시 찾은 지난 5월 20일, 가도를 매우고 있던 토사 등을 굴착기가 끊임없이 퍼내 덤프트럭에 옮기고 있었다. 이날 현장엔 가도 아래 매립되어 있던 5개의 가배수로 일부가 형체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 위로 쌓여 있는 토사는 작업 중인 대형 굴착기 본체 키만큼이나 높이 쌓여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공사 관계자는 철거되어야 할 도로 경계를 직접 알려주며 “대형 굴착기 4대와 15톤 덤프트럭 15대가 동원 돼 가도 철거작업이 시작됐다”며 “면적이 워낙 넓어서 계획대로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문제의 가도가 설치된 하천 폭은 약 70미터이고 가배수로(파형강관)가 묻힌 구간은 약 100미터다. 지형에 따라 소폭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수치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되는 가도 표면 면적은 일반 축구장 크기(약 7140㎡)에 조금 못 미치는 약 7000㎡ 수준(하천점용허가 기준: 영구 189㎡, 일시 5274㎡)이다. 게다가 이 면적을 2~4미터 퍼내야 원상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도공 측은 이번 가도 철거에 따른 토사량을 19,000㎥(15톤 덤프트럭 2900여대 분량)로 예상하고 있다. 가도 높이가 설계보다 더 높이 쌓인 만큼 철거 시간도 더 걸리게 된 셈이다. 문제의 가도(임시도로) 철거는 5월 25일까지 이어질 계획이며 철거되더라도 하천 내에 설치된 교각 기초(영구 점용)는 남게 되는 구조다.

해당 가도는 2022년 1월 군의 하천점용용허가 당시 설계도상 가배수로 관(직경 1미터)을 포함해 1.5미터 높이(가배수로 부근)로 만들어졌어야 했다. 군은 이처럼 높이 쌓인 가도로 인해 유사시 자연 유하될 수 있는 하천의 물길이 막혀 양산마을 침수가 발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이 도공 측에게 하천점용허가를 내줄 당시 허가 조건에는 ‘국가계획 또는 공익상 필요하거나 하천법령 및 승인조건을 위반하였을 경우에는 공사의 중단이나 승인내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사실상 허가자인 군이 피허가자의 위반에 있어 강제적 조치가 가능하단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피허가자(도공)는 설계도대로 시공을 해야 하며 변경 시 별도 변경 협의를 받게 되어 있지만 군과 도공 사이 변경 관련 어떤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공사 발주처인 도공 측은 “도면과 상이하게 시공된 사항에 대해 승인한 사항이 없다”고 밝혔고 시공사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가도 설치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군은 현장 복구와 함께 주민 피해 보상에도 신경을 쓰며 행정력을 쏟고 있지만 현재까진 침수 원인으로 지목된 가도 설치를 근거한 하천점용허가 취소는 내리지 않고 있다.
군은 지난 5월 11일 도공 측에 공사 중지에 관한 행정 명령과 함께 조치 계획을 내라고 요구했고 도공 측은 피해예방조치계획서를 제출하며 거더 설치 및 가도 철거 계획을 공식화 했다. 군은 이 같은 도공 측의 계획을 면밀히 지켜본 뒤 결과에 따라 향후 허가 취소 등의 강제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에 있다.
군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허가 조건에 담긴 ‘취소’의 의미에 대해 ”’취소를 할 수 있다‘ 이지 ’취소를 한다‘고 명시한 건 아니다“라고 답하며 ”우리가 판단해서 (바로) 취소하는 것보단 원상복구 개념으로 추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가도는 취소하고 교각은 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고속도로 공사가 국책사업이지 않냐, 이해를 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군 안전총괄과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허가 취소 관련 질문에 고속도로 정상 건설을 염두에 두고 답했다. 군 관계자는 “영구 점용(교각 기초)되는 부분과 일시 점용(가도)되는 부분이 있다”며 ”허가를 취소하면 교각 기초 부분도 다 불법 적용이 되어버리는 건데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허가 조건에) 허가 취소는 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그 처리에 대한 사항은 내부 검토 중”이라며 취소 관련된 여지도 남겼다.

가도 하류 부분, 토사를 퍼내 덤프트럭에 담고 있는 굴착기
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가도(임시도로) 부분은 승인 조건에 위반된 것이 뚜렷해 허가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지만 허가 당시 점용목적에 가도와 교각이 함께 묶여 있는 관계로 취소 시 멀쩡하게 시공된 교각 기초까지 철거될 수 있고 이 경우 국책사업인 고속도로 공사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어 허가 취소보단 철거‧원상복구를 우선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다양한 사업과의 연계성, 지역 발전성, 주민 수용성 등 여러 가지 역학적인 계산이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100mm가 채 되지 않는 비로 인해 한 마을이 침수되고 수십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합천군은 침수 원인으로 문제의 가도를 지목하면서도 허가 조건 상 취소를 강행하는 대신 철거와 원상복구를 기다리며 국책사업으로 건설 중인 고속도로 건설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침수로 인해 양산 마을 주민들은 새벽 시간에 집을 버리고 탈출해야만 했었고 구조 및 복구 등을 위해 소방ㆍ경찰 핵심 행정 인력 투입은 물론 자원봉사 인원들까지 총 천여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동원됐었다. 행정안전부는 하천허가점용 건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밝혀내기 위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도공 측이 군으로부터 득한 하천점용허가 시한은 올해 말까지다. 추가적인 공사를 위해 가도 설치 계획이 있느냐는 본지 질문에 도공 측은 “향후 가도 설치가 필요할 시 합천군과 협의하여 시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각 설치 등 목적이 달성된 이상 해당 현장에 추가적인 가도 설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