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론마당(오피니언)

30억의 부자

허종학
가회중학교
재단이사장

오늘이 더위의 중간에 있는 중복이라서 그런지 짜증스러울 정도로 날씨가 너무 더우니, 앞으로 말복까지는 20여일이 남았으니 견디어 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제아무리 위세를 부린다한들 입추란 계절이 눈앞에 버티고 있으니 곧 꼬리를 낮추게 되겠지! 어쨌든 올여름은 별스레 길고 덥고 세계적으로도 제일 더운 해라고들 한다.
더워서 죽는다고 여기저기서 야단들이지만 그래도 없는 사람에겐 겨울보다 여름이 훨씬 낫다. 더우면 물이나 바다 나무 밑이나 그늘에 들어가면 견딜 수 있지만 추위는 돈 안 들고는 피할 방법이 없으니깐 그런 것도 같다.
인생살이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고 요란스럽다. 따뜻함을 느끼고 있으면 어느새 더위가 오고 또 시원함을 느끼려 하면 추위가 오고 바쁘게 돌아가는 자연현상 앞에 할 말을 잃고 멍하니 바라만 본다. 한해를 보내고 늙어가고 죽어가는 현실을 맛보며 되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가고 있는 슬픈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세상의 모든 것은 오고 가는 것, 인생도 그렇고 세월도 그렇다. 어느 것 하나 오고 감이 없는 게 없는 것 같고 이게 대자연의 법칙이고 삶의 진리인 것도 같다. 그런 삶속에서도 때로는 사람이 살다가 보면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되는 경우도 있고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듯이 돌고 도는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來日(내일)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만사를 새옹지마라고 한 참뜻을 음미해보기도 한다.
며칠 전 합천출신 문인들 모임에서 발간하는 황강문학 10호 출판회가 있어 나가 보았다. 고향의 산천이나 하늘만 보아도 반갑다고 하는데 고향사람들 더구나 같은 취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문인들 만남인데 얼마나 반갑고 마음이 흡족했는지 모른다. 엄마의 품속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속에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저녁 한때를 보냈다.
그 모임 가운데는 사업가 교직 공무원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 고향사람 만났으니까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학원을 하고 계시는 원장님께서 느닷없이 교사나 공무원 출신들께서는 매월 연금 300만원 정도 받으시니까 요즈음 1억 은행이자가 10만원 정도 밖에 안되니 300만원 같으면 30억 은행에 넣어 놓은 이자니깐 30억 가지고 계시는 부자라고 하시면서 요즘같이 어려운 세상에 큰 부자라고 엄청나게 부러워하셨다. 막상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도 30억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이 들면서 요즘 같이 돈 가치가 없다 손치더라도 1억도 제대로 만져보기 힘 드는데 30억을 가진 부자가 되었다는 게 믿어지지도 않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런 것도 같아 어깨가 으슥해지며 목에 힘이 실린다.
지난날 어려웠던 시설이 새삼 주마등 같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무척 힘들 때 대학을 다녔다. 대학을 졸업을 해도 취직 할 때도 없고 해서 공무원을 시작했는데 논, 밭, 팔고 대학 공부시켰는데 공무원한다고 부모, 형제 친지들로부터 책망도 많이 받고 세인들로부터 손가락질도 많이 받아왔다. 결혼을 할려고 해도 공무원한테는 아무도 시집 올 생각도 없었고, 부모님들께서도 많은 반대를 하시고 했던 그런 세월에 천대받고 버림받는 직업으로 자리매김 해왔지만 지금의 공무원은 최고로 대접받고 만인이 우르러 보는 직업이 되었다.음지가 양지가 된셈이다. 공무원 채용에는 직종에 따라 몇 십대 일, 몇 백대 일의 경쟁을 보이고 있고 공무원하기도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는 어려움이 있다. 같은 공무원이라도 예전 공무원 할 그때와 지금의 공무원은 하늘과 땅 차이의 대접을 받고 있어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세상이 돌고 인생도 돌고 도니깐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며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꾸지람 듣고 손가락질 받은 덕분에 지금은 노후 걱정안하고 30억의 현금을 가진 부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고, 80노인이 매달 300만원의 수입이 있으니 모두가 부러워하고 내 자신도 더는 바랄 것이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三如(삼여)란
1) 하루는 저녁이
2) 일년은 겨울이
3) 평생은 노년이 여유로워야 한다고 한다.
지금도 공무원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고 명예롭게 퇴직하여 연금을 받아 30억의 부자에다가 노년이 여유롭고 먹고 사는데 큰 걱정 없으니 어려웠던 공직자 생활을 자랑으로 보람으로 때로는 자위도 해보면서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살다보니 음지가 양지가 되고 쥐구멍에 볕들 날이 있고 믿어지지 않는 30억의 부자가 되기도 했다. 모두가 성급히 말고 때를 기다림이 내일을 사는 우리들의 삶의 자세가 아닐는지…….
인생을 살다가 보면 반드시 한번은 때가 온다고 했기에 그때를 소중히 기다리면서 멋진 내일의 꿈을 실현해 봄도 바람직한 삶의 한 방법이 아닐까 라고 생각도 해본다.
복 없는 놈이 밀가루 장사를 하면 골목바람이 분다고 한다. 큰 복타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30억을 가지다 보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두려움도 함께한다. 지금은 공직이 자랑스럽게 여겨지고 연금을 타러 은행에 갈 때는 발걸음이 가벼워짐은 물론이고 제2의 인생을 사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