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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향에 살리라’ _합천 영전초 23회 동기생들의 특별한 귀향,

‘다시 고향에 살리라’ _합천 영전초 23회 동기생들의 특별한 귀향,

1.소꿉친구와 함께한 여행

2025년 산천이 신록으로 물들어 있는 봄, 합천 영전초등 23회 동기생 29명이 인천 공항에 모였다. 이마에는 인생 계급장을 달고, 화려한 옷으로 치장을 한 채 개선장군처럼 커피 자판기 앞에 모였다. 출세를 한번 해 보겠다고 고향을 떠나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 이제는 어린 시절 정자나무 아래서 숨바꼭질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 마음 다 비우고 옹기종기 살자며 어린 시절 고향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저녁 시간, 공항 면세점에서 이제는 쓰고 살자며 평소에 손 떨려 못 사고 벼르던 선글라스와 모자, 지갑 등 값비싼 물건들을 사서 여행 기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본다. 해 질 녘에 출발해서 밤늦은 시간에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 칸타리힐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며 피곤함을 잊은 채 이국 분위기에 한껏 빠져본다.

*태국
-면적: 남한의 5배 -인구: 7천만 -1인당 GDP: 8천 불 -종교: 불교 -수도: 방콕
-특징: 아름다운 자연경관, 친절하고 매력적인 미소의 나라

3시간 걸려 불교 도시이자 ‘북방의 장미’로 불리는 치앙라이로 이동해서 ‘춤추는 호랑이’라는 뜻의 현대 불교 사원, 파란색과 황금색의 조화를 이루는 블루템플 ‘왓렁쓰아뗀’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희식이는 이곳에서만 판다는 식용꽃과 밥이 들어간 안찬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려주고는 주의를 집중시킨 뒤 인생 2막을 후회 없이 살자며 일장훈시를 한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부처님의 청정함을 나타내기 위해 지은 백색 사원 ‘왓롱쿤’. 모든 인간은 혼자 태어나 살다가 혼자 죽음으로 향한다는 윤회의 다리를 건너면서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계와 극락계를 형상화한 본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어지간히 잘 살지 않고는 지옥을 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잘못 살아온 부분만큼 남은 삶을 살면서 되돌려 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4백만 평에 이르는 상하농원 테마파크는 태국의 왕궁과 유명 유적을 재현한 고대도시로 우리 일행을 태국 전성기 300년 전 시대로 인도한다. 최대 규모 풍선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버스를 타고 3개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태국, 미얀마, 라오스 경계인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달린다. ‘골든’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곳에 사금이 많이 나온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버스 안에는 흥이 가득하다.

이곳은 과거 최대 아편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라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태국 아편 박물관은 그 시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메콩강을 건너 라오스 돈사오 섬에 들어가 라오스 맥주 파티를 벌였다. 영태와 사진작가 권판이가 이산가족을 만난 듯 소란스럽다. 분위기 메이커 안순이가 끼어들면서 모두가 이국 풍경에 빠져든다. 메콩 강가에 아편꽃처럼 생긴 빠찡코 건물은 10년 전부터 짓기 시작했는데 아직 준공이 되지 않고 있단다. 이유는 이곳 노동자들이 임금 선불을 받으면 돈이 떨어져야 공사판에 오기 때문이란다. 태국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호텔로 돌아와 태국 전신 마사지로 재충전하고, 여행 첫날 밤 룸살롱에서 살아온 인생곡으로 밤 시간이 깊어갔다.

다음 날 해발 2,500m 히말라야 관문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으로 이동해 고산족 마을에서 메오족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들이 목에 찬 링은 옛적에 호랑이에게 피해를 안 보기 위해서라고도 하고, 노예상들에게 쓸모없는 사람으로 보여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라고도 하는 전설이 있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예뻐 보이기 위해서란다.

배치란탄 폭포는 엄청난 수량과 80m에서 부챗살을 펼치듯 우람하게 쏟아진다.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면서 세상살이에 70년이나 시달린 육체를 씻어준다. 10년은 젊어진 기분이다. 저녁 시간 가이드가 마련해준 망고와 다양한 과일로 룸메이트와 밤 시간이 즐거웠다.

여행 마지막 날, 해발 1,700m 일출 또는 야경으로 인기가 많은 수탭산을 찾았다. 산 중턱 1,000고지에 세워진 황금사원 왓프라탄은 석가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돌계단으로 올라오기 힘든 지역인데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부처님이 저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어떻게 다 들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태국 왓체디루앙에 태국 최대 불탑은 지진으로 파손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고대도시 타페게이트에서 맛있는 망고로 영양을 보충하고,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태국 최대 수공예 단지 산깜팽 민예마을에서 직접 만든 상품을 구입한 후, 태국의 문화를 읽을 수 있는 매일 열린다는 ‘위킹스퀘어’ 전통시장을 둘러보면서 태국 문화권으로 들어간다. 먹거리 구역에 들어서자 이 좋은 분위기를 그냥 갈 수 없다며 술판을 벌인다. 치앙마이 전통 국수 카오소이와 사탕수수로 만든 전통술 메콩의 합작은 우리 일행을 알딸딸하게 만든다. 아카족이 사는 마을에 들러 도이창커피를 마시며 소꿉친구들과 아쉬운 여행 일정을 마무리했다. 아쉽게도 태국 시간은 빠르게도 흐른다.

“여행은 날 사랑해 줄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소꿉친구들과 미소의 나라 태국을 함께하면서 우리 모두 고향 산천으로 돌아가 삼희성(三喜聲)을 다시 한번 만들어 보자며 다짐을 한다. 내 고향 합천은…

2.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합천 해인사에는 세계문화유산(장경판전)과 세계기록유산(팔만대장경)을 보유하고 있고, 가야산과 황매산은 산천이 수려하여 등산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합천 시가지를 넓게 휘감고 돌아가는 황강과 더불어 취적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함백루는 정약용 선생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임운자재(任運自在) “흘러가는 자연의 흐름에 맡겨 두다”라는 정신세계를 선망한 유명한 시가 걸려 있고, 누각 처마의 물이 황강에 바로 떨어지는 곳으로 우리나라에 유일하다. 초계면에 있는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는 세계지질 테마공원으로 추진 중이라 합천 발전이 기대된다.

3.사라져 가는 아쉬움들

고향 산천은 외로울 때나 기쁠 때나 언제나 나를 변함없이 맞아 주었고 풍요롭지는 못했으나 항상 훈훈한 가화(佳話)가 넘치는 곳, 나와 네가 아닌 언제나 우리로 살아오면서 영혼이 서린 곳이다.

합천의 젖줄 황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흐르고 있지만, 어릴 때 고향을 굳건히 지키고 있던 다양한 문화들은 많이 사라졌다. 책가방을 메고 다니던 흙길들은 콘크리트로 바뀌고, 씩씩하게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은 꼬부랑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쓸쓸한 모습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옛 모습 그대로를 찾을 수 없다. 지나간 추억만 가슴에 휑하니 남아 마음이 아프다. 마을을 감싸 안고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던 느티나무도 이젠 고목이 되어 뿌리만 남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4.내 고향은 내가 지킨다

이즈음 영전초등학교 23회 동기생들이 각지에 흩어져 살다가 고향은 이제 내가 지켜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룡이는 청정지역 거제에서 특용작물을 재배하면서 합천에 본거지를 두고 매사에 주춧돌을 다듬는 석공의 자세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한 가족으로 만들고 있고, 웅숭깊은 시골 촌놈 부산 희식이는 영국 신사가 되어 영전초등 23회 파크골프회를 조직해 먼 거리를 오가며 늦가을 초가지붕에 열린 박처럼 회원들을 풍요롭게 하고 있고, 합천 지킴이 옥숙이는 약방에 감초처럼 조직의 당근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세월 속에 어느덧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도 된다는 종심(從心) 나이에 들어섰다. 각자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로 살아온 삶을 공유하고 인생 2막을 서로 돕고 사랑하는(Platonic Love) 가족으로 발전하기 위해, 황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모천회귀(母川回歸)의 연어들처럼 매월 합천에서 모임을 가진다.

5.고향은 영원한 나의 안식처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봄에는 친구와 함께 100리 벚꽃 길을 걷고, 시원한 그늘이 아쉬운 여름에는 황강 백사장에서 물놀이하고,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가을에는 알밤 주워 건강 식단 만들고, 온돌방이 그리운 겨울이 오면 커피잔 기울이며 옛이야기 하리라.

내 고향 합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꾸밈없는 소꿉친구들, 끊이지 않고 흐르는 황강은 나의 안식처이자 어머니의 품속이다.

-사진: 안권판
-글쓴이: 장진수

*지음(知音):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거문고의 명인 백아가 자기의 소리를 잘 이해해준 벗 종자기가 죽자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아는 자가 없다고 하여 줄을 끊었다는 데서 유래한다.(춘추시대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는 고사가 여기서 유래한다.)

글쓴이: 장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