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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합천 수해 현장 취재기 |“현장의 목소리가 곧 재난 극복의 시작!”

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를 직접 겪고 보니,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발로 걸어서 찾아간 그곳에는 아무렇게나 들이닥친 산사태가 집과 물건, 차량, 경운기 등을 가리지 않고 덮쳐버린 참혹함 그 자체였다. 무서운 산사태와 집중호우의 잔혹함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지난 7월 21일 월요일, 비가 어느 정도 잦아든 날 아침, 신성범 국회의원이 수해 현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현장으로 향했다. 혼자 다니는 것보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피해 상황 파악을 신속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현장에는 신성범 의원과 함께 박안나, 김문숙, 이한신 군의원, 하원수 용주면장과 유홍창 부면장 등 공무원들이 나와 있었다. 공무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피해 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용주면 평산마을

평산마을, 끝없는 토사와의 사투
첫 방문지는 용주면 평산마을이었다. 계곡을 따라 좌우측으로 나뉘어 자리한 마을 구조는 산사태에 더욱 취약해 보였다. 주민들조차도 “산사태 주의 지역이라곤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자, 토사가 주 도로를 가로막고 각 집 마당까지 밀려들어왔다. 주민들은 삽을 들고 연신 흙더미를 퍼내고 있었고, 곳곳에 흙물이 눌어붙은 흔적이 선연했다.
다행히 군부대의 젊은 장병들이 현장에 복구 작업을 하러 투입되었다. “나이 들어 보니, 이 아이들이 더 어리고 애틋해 보인다”고 읊조리듯 말한 주민의 말이 오래 남는다. 때론 원치 않게 동원됐다고 느낄 이들도 있겠지만, 그들의 힘 없이는 이 고령의 마을이 이 재난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었다.
신성범 의원도 이들을 만나 격려 인사를 건넸고, 군 장병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말없이 흙과의 싸움을 이어갔다. 녹음 짙은 계곡 위쪽 산에는 이미 사방 처리 공사가 이뤄져 있었지만, 사방댐 추가 건설 및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물길을 해결하기 위한 공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용주면 해곡마을


해곡마을, 넘친 제방과 주민들의 분노
다음 발걸음은 해곡마을로 옮겨졌다. 바다 ‘해(海)’ 자의 이름처럼 이곳은 지형적으로 낮은 곳에 형성되어 있어, 수위가 조금만 올라가도 위험한 곳이다. 이미 제방을 넘은 흙탕물이 마을을 덮쳤고, 주민들은 근처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공사팀이 설치한 구조물이 물 흐름을 막았다고 주장하며 분노와 억울함을 터뜨렸다. 명확한 조사는 필요하겠지만, 반복되는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인근 공사와 상관관계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책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회면 소재지


완전 침수된 가회면소재지
가장 충격적이었던 곳은 가회면 소재지였다. 가회초등학교 뒤 언덕에서 넘친 물이 한순간에 마을을 덮쳤다. 가회면사무소를 비롯해 우체국, 하나로마트, 농협, 목욕탕, 주민센터 등 주민들의 일상 기반시설이 앉은 채로 잠겼고, 민가와 상점들 또한 흙에 뒤덮여 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합천군새마을지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정성철 회장을 비롯해 백 과장과 회원들이 경로당에서부터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커다란 냉장고를 힘껏 들어 밖으로 꺼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위기 때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나타나는 새마을정신이 피부에 와닿았다.
면사무소 1층은 이미 기능이 중단된 상태였다. 안의 모든 책상과 문서, 장비들은 마당으로 옮겨져 있었고, 그 위에 비닐이 덮여 있었다. 임시사무실은 2층 면장실에 마련되었다. 엉성한 공간이었지만, 거기서 비상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봉사자들과 민간 지원을 조율하는 등의 일을 해내고 있었다. 이런 파괴적인 물난리는 근 반세기 만이 아닐까 싶다.
이곳에도 대기업들의 봉사단이 찾아왔다. LG 봉사단은 피해자를 돕겠다는 현수막을 걸고 본격적으로 활동 준비를 하고 있었고, 다른 군 지역에는 삼성 등 주요 기업들도 도착 중이라고 했다. 그들이 제공할 지원이 무엇이든, 먼저 현장에 나타나 함께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진정성 있게 체감한 순간이었다.

삼가면 송곡마을

산사태로 마을 절반이 무너진 삼가면 송곡마을… 진행형 재난에 지원 절실
처참했던 가회면을 뒤로하고 향한 곳은 삼가면 송곡마을이었다. 산을 병풍 삼아 길게 옆으로 퍼지듯 자리 잡은 마을인데, 마을 뒷산이 과장하자면 반으로 쪼개져 마을로 쏟아져 내렸다. 이곳 산에는 대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지만, 대나무가 힘이 없나 싶을 정도로 산 전체가 무너져 내려 마을의 약 80%가 토사에 눌려 집이 망가졌거나,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행히 오전 중 일하러 나가는 시간에 산이 서서히 내려앉아 다들 피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밤중에 이런 산사태가 일어났다면 합천은 전국 뉴스에 날 정도로 큰 비극적인 인명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고주석 송곡마을 이장(70세)은 사고 추이와 현재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이곳은 지금도 산사태가 진행 중인 위험한 상황이며, 개인 집의 토사를 치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지자체나 국가의 빠른 도움을 애타게 호소했다. 옆 마을 산청에서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하여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합천은 이번 집중호우로 정말 많은 수해 피해를 보았다. 직접 가본 4곳 외에도 군데군데 침수와 토사 피해를 입은 곳이 많았다. 그래도 인명피해가 없었음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많은 외지인들과 향우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돕고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여러 단체들의 기부와 봉사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사람 개인이 치울 수 있는 수해 피해가 아니기에, 공동체 차원의 도움이 절실한 곳이다.
이 모든 것을 직접 보고 간 신성범 의원은 이어서 바로 산청으로 가서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 상황을 알리는 등 각종의 노력을 한 끝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되었다.
김윤철 군수는 다른 수해 지역을 둘러보다가 송곡마을에서 마주쳤는데, 초췌하고 긴장된 모습이었다. 군수뿐 아니라 공무원들이 다들 피곤하고 긴장된 모습이었다. 본인들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나서서 힘써주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민관이 힘을 합쳐 이번 수해 피해를 잘 이겨나갔으면 한다. 피해 규모가 워낙 커 종합 집계는 아직 되지 않았으며, 이달 말쯤 되어야 전체 피해 규모가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합천뿐만 아니라 나라의 수해 피해 지역이 하루빨리 복구되고, 주민들의 마음의 상처도 씻겨지길 기원한다. /박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