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우리 이웃의 보석 같은 이야기 (2) 천륜을 넘어선 30년 모정(母情), 생면부지 남매 공무원으로 키워낸 합천 할머니
합천읍 민무홍 할머니, 세 살배기 남매 맡아 헌신… 주민들 칭송 이어져
우연히 만난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어린 남매를 30여 년간 헌신적인 사랑으로 길러내 사회의 훌륭한 일꾼으로 키워낸 할머니의 사연이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합천읍 교동에 거주하는 민무홍(91) 할머니다.
민 할머니의 고향은 경기도 김포 화성면이다. 할머니는 신광여중학교를 졸업한 뒤 직장 생활을 하다가 25세에 공무원과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5년여 만에 남편과 사별했고, 얼마 뒤에는 외동딸마저 교통사고로 잃는 불운을 겪었다.
딸을 잃은 슬픔과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전국을 여행하던 할머니는 30여 년 전 합천군 용주면 성산리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다. 외롭고 괴로운 마음을 달래려 인근 사찰에 열심히 다녔는데, 어느 날 그 사찰 스님이 세 살짜리 여아와 다섯 살짜리 남아를 데려와 며칠만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스님은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이들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1~2년을 기다리다가 아이들의 유치원과 학교 교육을 위해 장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맡아 길러줄 곳을 찾아 고아원과 경찰서를 찾아다니며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제삼자가 맡겨놓고 간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두 곳 모두 어떠한 조처도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민 할머니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인근 농가의 농사일을 거드는 날품팔이를 하며 남매를 키워냈다. 두 남매는 모두 지역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바르게 성장했다. 할머니는 과거 남편의 직업이 공무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며, 남매가 모두 공무원이 되기를 소원하며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할머니의 깊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두 남매는 열심히 공부해 마침내 모두 공무원이 되어 사회인으로서 새 삶을 살고 있다. 두 남매는 성실하고 착할 뿐 아니라 할머니께도 효도를 다하고 있어 이들 역시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칭송을 받고 있다.
할머니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혼자 눈물도 많이 흘렸다”면서도, “양식이 떨어져 어려울 때는 마을 이웃들이 양식과 반찬거리, 채소 등을 가져다주어 너무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현재 할머니는 “남매가 모두 건강하게 자라 바라던 공무원이 되었고, 천륜의 관계 이상으로 깊은 정을 나누며 살고 있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며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들이 말썽 없이 착하고 예쁘게 커 준 것이 고맙다며, 사회에 공헌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 할머니는 “그 어려움 속에서 아이 둘을 키운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호석 기자
※평범한 삶 속에 숨겨진, 격변의 시대를 밝히는 어르신들의 깊은 울림을 찾습니다
합천신문은 우리 지역에 살고 계시지만 미처 우리가 알지 못했던, 보석처럼 빛나는 이야기를 가진 어르신들을 발굴하는 기획 연재물 <우리가 몰랐던 우리 이웃의 보석 같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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