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는 왜 쓰는가 – 문경자 수필가
첫째는 글을 쓰는 자체가 즐겁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적을 때마다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세상과 만난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면 나도 둥실둥실 춤을 추며 떠다니는 춤꾼이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를 만나는 상상도 하고, 엄마를 그리워하며 손을 잡고 하늘나라에서 소풍도 가고, 맛있는 쌀밥도 해주고, 꽃이 피는 길을 따라 걷다가 지치면, 엄마 등에 업혀 곤히 잠이 들고, 별들과 노래하는 꿈나라로 간다.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가 그리울 때는 언제나 글을 쓴다. 무명 저고리에 검정색 치마를 입은 엄마는 하얀 얼굴에 눈이 예쁘고, 볼그레한 볼은 연지 꽃 같았다. 사계절 음식을 잘 만들어 시어른들께 칭찬을 받았다. 외동딸로 태어나 선을 보고 시집을 온 엄마는 동네사람들에게 야무지고, 깔끔하게 살림을 잘 꾸려 가는 새댁으로 칭찬이 자자했다. 그 이름 ‘백삼순’ 엄마를 그리며 쓰는 글은 슬픔 보다는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있었다. 글을 쓰는 순간은 온 세상이 즐거움으로 변한다. 엄마는 나의 글쓰기에서도 엄마가 되었다.
둘째는 내 마음대로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 고요한 밤중이면 컴퓨터를 켜고 가만히 앉아 바탕에 무늬를 만들며 화가의 그림처럼 색칠을 한다. 이를테면 기쁨은 분홍빛, 아름다움은 무지개 빛, 행복은 파랑 색깔, 슬픔은 하얀색, 웃음은 무채색 등 글쓰기도 이렇게 표현을 하곤 한다. 자유롭게 글을 쓰는 일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그냥 글쓰기는 아무런 욕심도 부담도 이기심도 없다. 생각대로 신나게 쓰다 보면 참말 재미있는 글쓰기가 된다. 냇물이 흘러 강으로 가서 바다로 흘러가듯이 자유롭게 색칠을 해서 화가가 그림을 손질하는 것처럼 글도 그림을 그리듯 붓으로 자유자재로 그려본다. 글도 그림과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아름다운 글쓰기로 밤새는 줄 몰랐다. 그리고 나에게 글쓰기는 자유라는 글자를 되새겨 넣는다.
셋째는 출세를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글을 잘 써서 유명 작가가 된다면 부모님께 큰 효도를 하고,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 할때도 더러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문 작가’하고 부르면 기분이 좋아. 속으로는 더 좋아! 행복한 나날도 있다. 세상에서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나의 가족, 친지들, 다정한 내 친구들, 친척들이다.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도 큰 복이다. 하지만 글을 쓰고, 노력을 더한다면 언젠가는 이름 석자 알리는 것도 쉽게 서서히 다가오지 않을까! 그래서 출세를 한번 해보는 거야 하는 소망이라도 가지고 글쓰기에 매달려본다. 내가 글을 쓰다가 죽는다 소리가 나올 때까지 한번 끈질기게 써보는 거야. 언젠가는 출세를 하게 되면 먼저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에게 카톡으로 보내고 싶다. 간절하면 이루어지겠지! 하는 깜찍한 발상도 해본다. 출세하라 출세를 하라 유행가 가사처럼 말이다.
넷째는 솔직히 자랑도 하고 싶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문자나 전화를 주면 그보다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나! 며칠 전에 친구가 전화로 이런 말을 전해주었다. 친구 영식이가 “야~아 문깅자 니 요즘 잘나가던데” 하며 웃었다. 지난 주말에 결혼식장에서 내 친구를 만났는데 이런 말을 하더라. 식사를 하면서 그 친구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시인이라고 자랑을 해서, 혹시 ‘니는 문깅자 작가를 알아? 몰라?” 하고 물어봤더니 “야~아 잘 알지” 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고 했다. “글마가 니를 우째 아는지 여엉 감이 자피지 않아서”영식이는 자기 친구가 나를 알고 있다는 말을 전하면서 “문 작가님 유명하십니다”하는 말에 조금 부끄럽지만 우쭐하며 자랑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내가 쓴 글을 제목만 봐주어도 고마웠다. 긴 글을 읽고 소감을 전해주는 독자들 생각만해도 입가에 주름이 생기도록 웃음이 나온다. 글쓰기를 정말 잘했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억만장자 부럽지 않아. 왜냐하면 돈을 주고 살 수가 없는 나만의 글쓰기. 믿든지 말든지.
다섯째는 책을 내는 보람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글을 쓰는 것은 내 삶이다. 그 삶 속에는 색색의 물감들이 배어 있다. 때로는 동심으로, 때로는 달콤한 초콜릿 맛, 더러는 예쁜 첫사랑, 가슴앓이, 눈물로 살아온 세월, 행복한 순간들, 아름다운 추억들, 밤하늘 은하수 같은 수많은 사연들, 바다와 같은 짠 맛과 쓴맛 나는 기억들, 피눈물 나는 글쓰기를 하면서 새로 태어나는 나를 발견한다. 수필을 쓰고 다듬어 책을 만든다. 따끈하게 출간된 책을 마주할 때 죽기 아니면 살기로 써서, 이렇게 책을 냈다는 것은 크나큰 기쁨이었다. 책 속에는 내 평생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은이 ‘문경자’라는 이름 석자가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글을 쓰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잘 한일이라 생각을 해본다.
글을 쓰는 순간은 그 속에서 언어들과 놀면서 세상에 나가 글자 하나 둘 낚아 올려 기둥을 만들고 서까래를 만들어 집을 짓는 일이다. 집 속에 들어가서 위로를 받고 여유를 부리며, 노래하는 듯 파랑새의 꿈을 찾아 간다. 왜 쓰는가 하는 정답은 없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