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나는 그곳에서 삽니다

이호석
논설위원

어릴 적 피붙이로 살던 고향 집
그곳에서 벌써 고희(古稀)를 맞았습니다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우리 형제들까지
3대가 함께 살던 정겨운 그곳입니다
내가 그곳을 떠나 있은 지는
피 끓는 군(軍) 생활 오년이 전부입니다
오래전 부모님이 지은 목조 집을 헐고
양옥으로 새로 지었습니다
집 앞 좁은 골목은 자동차가 왕래하는
넓은 길로 바뀌었습니다
할머니와 부모님 돌아가시고
형제, 자식들이 모두 떠나갔지만
나는 항상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삽니다
그곳에는 머리에 수건 쓰고 풀 뽑던 할머니
그곳에는 땀 흘리며 일하시던 부모님
그곳에는 아옹다옹하면서도 우애 있게 지내던 형제들
그곳에는 뛰놀던 자식들까지 모두 내 곁에 있습니다
누구나 보고 싶을 때 생각만 하면
바로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웃으며 다가옵니다
그곳에는 뒷산 뻐꾸기가 웁니다
그곳에는 집 앞 도랑물이 졸졸 흐릅니다
그곳에는 매미와 풀벌레가 노래합니다
그곳에는 벌 나비가 날아와 춤을 춥니다
그곳에는 반갑잖은 잡초까지 돋아납니다
모두 그곳을 잊지 못해 철 따라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변함없는 그 모습이 진정 정겹습니다.
한평생 그곳에서 사는 나를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곳에는 언제나 그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누가 뭐래도 그 행복 지키며
내 생(生)이 다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