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까 좋아요 – 右岩강기수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까 좋아요.”
라디오 방송에서 해맑은 목소리로 흘러나온 답이다.
운전 중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학생에게 진행자가 질문을 한다.
“연말이 되니 좋은 게 뭐가 있어요?” 하고 물으니,
“예,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까 좋아요.”라고 해맑게 대답한다.
찡하는 전율이 몸에 퍼지면서 한동안 멍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하면서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동지가 다가오는 이맘때가 되면 더 생각나는 게 있다. 동지 팥죽을 먹는 것이다.
동지라니 마음이 좋아진다. 팥죽도 먹지만 나이도 한 살 더 먹으니까. 그러면서도 싫은 게 있었다. “새알은 나이만큼 먹는 거다.”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농담이 미웠다. 한해에 나이를 팥죽의 새알 먹은 것만큼 먹으면 안 되나 하는 욕심도 있었다.
동짓날 팥죽을 받아 들면 어른들이 “새알은 나이 숫자만큼 먹는 거다.”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는 게 제일 싫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언제 나이를 많이 먹어 배부르도록 새알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때로선 제일 큰 소망이었다.
지금 인터뷰에 응하는 학생의 마음이 바로 그때의 내 마음이다. 해맑게 들려오는 그 소리!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까 좋아요.” 이 말이 얼마나 가슴에 와닿는지, 나는 이 말을 마음속으로 옮기고 또 옮겼다.
그때쯤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날고뛸 듯이 좋았다. 내가 먹어본 나이로는 10대가 제일 그러했다. 빨리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다. 어른도 되고 싶었고.
20대가 지나 30대, 40대엔 나이에 대한 감각이 둔해졌다고 할까. 그러면서 50이 지나 60이 되었다. 세월이 참 잘 가는 것 같았다. 70이 되니 오늘이 언제 왔던가, 언제 갔는가를 모르면서 한 달이 가고 1년이 갔다. 80이 되니 정말 탄력 붙은 돌이 굴러가는 것처럼 빠르다. 달력 넘기기가 바쁘다.
80이 지난 나이에도 오늘이 빨리 갔으면 하는 때도 있다. 그렇지만 가고 나면 후회스럽다. ‘아까운 하루가 또 갔구나!’ 하면서. 세월이 가니까 이렇게 나이를 먹는 것이 겁이 난다. 돌아서면 하루가 가고, 또 보면 한 달이 가고, 여름인가 싶으면 어느새 가을이 와서 따뜻한 옷을 찾는다.
한 해가 가고 또 간다. 나이 먹는 것을 구르는 돌에 비유해 보면, 산 정상에서 돌을 굴려놓고 주시할 때 처음에는 구를 듯 말 듯 꾸무럭거리며 서서히 구르다가, 탄력을 받으면서 뛰기도 하고 아주 빠르게 굴러가 버리는 것과 같다. 그 구르는 돌을 보고 있는 것처럼 세월이 빠르다.
노년의 세월은 한 것도 없고 할 것도 없으면서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 버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월말이고 연말이다.
을사년(乙巳年)이 가면 병오년(丙午年)이다. 나는 오년(午年)을 여섯 번 돌고 또 맞이한다. 한 번 오면 12년이요, 네 번 지나니 환갑 60살이다. 나는 그것을 지나고도 두 번을 더 보내고 세 번째 맞이하게 된다. 아, 나이도 많고 많은 세월도 지나간다.
그제 동짓날 절에 가서 많은 신도 속에서 83을 마감하고 84는 맞이하려 팥죽을 같이 먹으며 농담을 하였다.
“어릴 때는 새알을 나이만큼 먹으라는 어른이 참 미웠는데, 오늘은 내 나이만큼 새알을 먹으라고 하면 그 사람이 정말 밉겠네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