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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칼럼| 주법(酒法)과 주도(酒道) – 권해조 논설위원

2026년 병오년 설날이 오고 있다. 각종 모임과 술자리가 많아 오늘은 주법(酒法)과 주도(酒道)에 관해 알아본다. 음주는 인류 역사와 함께 오래된 문화중의 하나이다. 술은 즐거워도, 속상해도 외로워도 마시며, 어느 시대나 애용되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음주문화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 되고 있다. 국가별 술 소비량도 한국이 1위 국이며 해외에 나가서도 한국식 술판을 벌여 나라를 망신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교통사고 통계에서 음주운전이 가장 많았고, 결혼이주 여성의 가장 큰 어려움도 남편의 음주 폭행이다. 그동안 술에 비교적 너그럽던 우리 사회의 관습이 도마 위에 오르고 몇 년 전에 주폭(酒暴) 퇴치 운동이 국가 사회적으로 일어나면서 경찰도 ‘주폭과 전쟁’을 선포하게 되었다.
술이 동서양 없이 애용되면서 주법과 음주문화도 다양하다. 중국은 수천 년간 차와 함께 해온 기호품이요 생필품으로 기름진 음식과 함께 숭늉을 마시듯 상음(常飮)하고 있다. 독일은 석회석 때문에 물 대신 맥주를 만들어 마시고 프랑스는 포도주를 만들어 마신다. 그래서 음주가 생활의 일부로 대화 수단으로 즐기며 법은 잘 지킨다. 일본은 통상 술을 조용히 마시며 강요하거나 술잔을 돌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1920년대 대 공항 후 금주령을 내릴 정도로 알코올 공화국 악명 때문에 규제가 엄격하고, 러시아는 독한 보드카를 즐긴다.
우리나라 음주는 삼국시대 이전까지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고, 고려시대는 사찰 중심으로, 조선시대에는 지방마다 명주가 등장되고, 향음주례(鄕飮酒禮)가 주요 모델이었다. 세종의 계주교서(誡酒敎書), 광해군, 효종, 영조, 순조의 금주령이나 주자 10훈에 술에 취했을 때 말을 함부로 하면 술 깬 후에 후회한다는 취중망언성후회( 醉中妄言醒後悔)가 있듯이 조선시대에는 주법과 주도를 중시하였다. 최근 우리나라의 음주유형도 다양하다. 약한 맥주에 독한 양주나 소주를 탄 폭탄주, 큰 그릇에 여러 술을 섞어 돌려 마시는 공동운명 주, 술에 불을 붙여 마시는 화주((火酒), 여러 잔을 한 사람에게 집중 돌리는 TOT 주, 노털카 벌칙 주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세계인의 주법(酒法)은 통상 3대 문화권인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첫째는 서양 사람들이 즐기는 자기가 부어 자기가 마시는 독작(獨酌)문화요, 둘째는 우리나라 고유인 술잔을 주고받는 수작(酬酌)문화로 한잔 술에 입을 대고 나누는 동심일체 정신과 결속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셋째 중국, 러시아에서 유행하는 술잔을 들고 축원하는 말을 하고 마시는 대작(對酌) 문화이다. 모든 주법에는 축배의 뜻이 있다.
그리고 술을 마실 때 통상 술잔을 완전히 비우는 건배(乾杯:Bottom Up)와 잔을 비우지 않는 축배(祝杯)가 있다. 또한 술잔을 맞대는 소리로 서로 마음이 통하여 친근감과 유대감의 표시 수단으로 잔을 부딪치고 있으며, 이때 축배나 건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구호는 나라와 모임 장소에 따라 다양하나 통상 ‘잔을 비운다’ 뜻인 건배 구호가 세계 각국에서 널리 공용되고 있다. 건배란 서로 술잔을 들어 건강과 행운을 빌고 축복을 나누면서 술을 마시는 것이다. 통상 <건배!> <위하여!>를 사용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하는 건배 구호는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이다. 중국은 칸페이, 일본은 간빠이, 북한은 쭈우욱, 프랑스는 아 보트로 상태, 소련은 나르드 로오비에, 독일인은 쁘로지트(Prost), 미국은 치어스(Cheers), 스페인은 살루트 (salud)가 널리 사용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단체회식 때 지화자(지금부터 화끈한 자리를 위하여), 통통통(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이, 송별회에는 변사또(변함없는 사랑으로 또 만납시다)가, 친구끼리는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연인끼리는 당나귀(당신과 나의 만남을 위하여), 사이다(사랑합니다). 등 다양하다.
술은 술술 잘 넘어간다고 술이라고 했다는 속설도 있지만 ‘불타는 듯한 화끈한 물’의 의미인 수불 (水火)에서 수울을 거처 술로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은 서양에서는 생명수, 소학(小學)에서는 광약(狂藥)으로 규정했듯이 천사와 악마의 양면성과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을 대변하며 이중성이 있다. 그리고 잘 마시면 약이 되고 잘못 마시면 독이 된다. 현대사회로 올수록 술자리가 많아지고 술 마시는 방법인 주법(酒法)과 술자리에서 지켜야 할 도리인 주도(酒道)가 중요시되고 있다. 앞으로 술의 본성을 이해하고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개인, 가정, 사회, 국가를 위한 민주시민의 바른길이다.